교사들 불안해하는 ‘체험학습’, 모집 경쟁에… 유치원은 강행

목은수 2025. 11. 25. 20:19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고 책임 잇단 실형 선고·구형
“학부모들 원하는데 거절 못해”
현장선 “교사 보호방안 마련을”

체험학습을 축소하는 분위기 속 경쟁력을 의식한 유치원들은 근교 체험학습을 더 자주 떠난다. 사진은 현장학습 나온 아이들의 모습. /경인일보DB

현장 체험학습에서 초등학생이 숨진 사건으로 인솔교사가 형사 재판을 받게 된 이후 체험학습을 취소하거나 축소하는 사례(4월11일자 5면 보도)가 잇따르는 가운데 유치원은 원아 모집 경쟁력 때문에 오히려 근교 체험학습을 더 자주 떠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들은 체험학습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교사를 보호할 방안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수원시의 한 초등학교 6학년은 다음 달 초 인근 영화관을 대관해 영화를 관람하는 방식으로 체험학습을 진행할 예정이다. 학교에서 도보 10분 거리다. 지난 21일에는 5학년 학생들도 같은 영화관으로 체험학습을 다녀왔다. 반면 이 학교 병설유치원 영유아들은 화성시의 한 농장으로 체험학습을 떠났다. 초등학생보다 더 어린 영유아가 더 먼 지역으로 향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학교 관계자는 “교육과정에 따라 초등학생들은 ‘내가 사는 고장’을 주제로 학년별로 동네·수원·경기도를 순차적으로 배우지만, 정작 체험학습은 동네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반면 유치원은 원아 모집 경쟁 때문에 체험학습이 꼭 필요하다는 구성원들의 요청이 많아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2022년 강원 속초에서 현장체험학습 중 초등학생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이후 체험학습이 크게 위축됐다. 해당 인솔교사는 1심에서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고, 항소심에서는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지만, 담임교사 측은 무죄를 주장하며 최근 대법원에 상고했다. 유치원도 상황은 비슷하다. 2023년 전남 목포에서는 유아 1명이 체험학습 도중 바닷물에 빠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고, 검찰은 지난 21일 인솔교사 2명에게 실형을 구형했다.

그럼에도 유치원이 초등학교와 달리 체험학습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치열한 원아 모집 경쟁 때문이다. 올해 김포시의 한 박물관으로 체험학습을 다녀온 고양시의 단설 국공립유치원 원장 A씨는 “사립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은 대부분 통학버스를 보유해 교외 체험학습을 자주 진행하고, 학부모들도 다양한 외부 체험활동을 요구한다”며 “유치원은 초등학교와 달리 ‘학군’ 제한도 없어 경쟁이 심하다 보니 의견을 거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도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부지부장(유치원 교사)은 “모집 인원이 줄면 학급수가 줄어들고, 직접적인 민원도 많다보니 교사 입장에서는 체험학습을 거절하기 어렵다”면서 “특히 영유아는 초등학생과 비교하면 더 다칠 위험성이 크고 사고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교사들의 우려도 크다. 교사를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목은수 기자 wood@kyeongin.com

Copyright © 경인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