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동서남북] 베네수엘라에 드리운 그림자

지창영 2025. 11. 25.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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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창영 평화협정운동본부 공동대표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의 압박은 단순한 외교적 마찰을 넘어 생존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미국은 베네수엘라를 미국으로 마약을 퍼뜨리는 주범으로 몰아세우며 마두로 정권을 '마약 카르텔 수장'으로 지목하고 강도 높은 군사적 압박까지 가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베네수엘라 측에서는 미국이 침략을 정당화하려는 술책이라며 강력하게 반박하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1999년 우고 차베스가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볼리바르 혁명'을 선언하고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석유 자원에 대한 국가 통제권을 강화하는 등 자주 노선을 걷기 시작하면서 미국에는 눈엣가시가 되었다.

베네수엘라의 현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는 '볼리바르 혁명' 정신을 계승하며 반미 자주 노선을 계속 유지하고 있어, 미국은 끊임 없이 정권 교체를 시도해 왔다. 지난 2019년 당시 야권을 이끌던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선거로 당선된 마두로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을 임시 대통령이라고 선언한 적이 있다. 미국은 즉시 과이도를 베네수엘라의 합법적인 지도자로 인정하고, 국제사회에도 그를 지지할 것을 촉구했다. 이는 미국의 노골적인 내정 간섭과 정권 전복 야욕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 사례다.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의 압박은 경제 제재와 봉쇄로도 나타났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부터 베네수엘라를 '국가안보에 대한 비정상적이고 특별한 위협'으로 규정하면서, 무려 1042건에 달하는 광범위한 경제 제재와 봉쇄 조치를 가했다. 이 조치들은 베네수엘라 경제를 고사시키고 국민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미국은 노골적인 군사적 위협까지 가하고 있다. 최근 카리브해 인근에 과도한 군사 배치를 유지하고, 심지어 무장한 미 해병대원들이 무고한 참치잡이 배를 8시간 동안 포위하고 공격하는 사건까지 벌어졌다. F-35 전투기 5대가 베네수엘라 해안 근처를 비행하는 등 군사적 침략의 위협이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듯한 불안감을 주고 있다.

베네수엘라에 가해지는 전방위 압박과 위협은 새로울 것이 없다. 이는 미국이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으로 자리매김한 후, 자국의 이익을 위해 주권 국가들의 운명을 좌우하려 했던 제국주의 역사의 반복에 불과하다. 칠레에서 미국이 사주하고 지원한 우익 아우구스토 피노체트가 유혈 군사 쿠데타로 아옌데 정권을 무너뜨린 사건(1973년)은 잘 알려져 있다. 2003년에는 대량살상 무기를 개발한다는 핑계로 이라크를 침략하여 정권을 전복시켰다. 2024년 말에는 시리아에서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미국의 집요한 시도 끝에 급작스럽게 무너졌다.

이란의 경우 이라크 다음으로 미국의 표적이 됐지만 온갖 마찰을 무릅쓰고 군사적 무장을 강화하면서 가까스로 위기에서 벗어났다. 북한의 경우, 미국의 압박이 최고조에 달했지만 핵무장으로 맞서 체제 전복의 위기를 넘겼을 뿐만 아니라 러시아, 중국과 함께 전략 국가로서 국제적으로 힘을 발휘하는 자리에 서게 됐다.

베네수엘라가 이라크나 시리아처럼 미국에 굴복하여 정권이 붕괴하고 친미 정권으로 교체될 것인지, 아니면 이란이나 북한처럼 역경을 극복하고 자주권을 지킬 수 있는 것인지 아닌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분명한 사실은 미국의 시도가 과거처럼 쉽게 관철되기 어려운 환경이 되었다는 점이다. 북·중·러를 중심축으로 하는 반제국주의 연대가 점점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지창영 평화협정운동본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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