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이네’ 100호가 전한 지역성의 힘[미디어 전망대]

한겨레 2025. 11. 25.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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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충북 옥천 지역의 월간 잡지 창간 소식을 듣고 기대보다 걱정이 먼저 앞섰다.

2020년 지역 청년들과 '청소년 기본소득' 실험을 진행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옥이네가 던진 질문이 지면을 넘어 전시, 강연, 토론으로 이어지고 캠페인과 조례 제정, 지역 아카이빙으로 확장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역에서 천천히 자라는 문장들, 지역을 대상화하지 않고 그 지역의 언어로 기록하며 주민과 함께 실험하고 변화를 축적해 나간 시간은 옥천의 일상을 그대로 켜켜이 쌓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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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옥천의 지역 잡지 ‘월간 옥이네’의 100호 표지.

천현진 | 국립순천대 애니메이션문화콘텐츠스쿨 학술연구교수

2017년 충북 옥천 지역의 월간 잡지 창간 소식을 듣고 기대보다 걱정이 먼저 앞섰다. 2020년 지역 청년들과 ‘청소년 기본소득’ 실험을 진행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인구 4만8천명의 작은 지역에서 작은 실험이 얼마나 갈 수 있을까, 정말 변화를 만들 수 있을까. 그러나 그 실험은 ‘옥천군 청소년 꿈키움 바우처 지원 조례’로 이어졌다. 그렇게 9년이 지난 2025년 10월, ‘월간 옥이네’(옥이네)가 지령 100호를 맞았다.

옥이네는 스스로를 ‘시시콜콜 시골잡지’라 말한다. 역사에 남은 1%가 아닌 역사를 만든 99%를 잊지 않으려 담고, 듣고, 기록하고, 질문한다는 선언이다. 박누리 편집장은 지역의 언어로 애틋한 문장을 쌓아 올려 온 시간이라며 그 공을 지역에 돌린다. 단순히 겸손이 아니라 지역에 대한 태도이다.

사실 지역언론을 한마디로 설명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대형 플랫폼에서 숏폼 콘텐츠가 뉴스라는 이름으로 소비되고, 수도권 의제에 모든 이목이 쏠리면서 지역 매체는 구조적으로 취약하다. 그러나 이 진단만으로 지역언론을 다 담지 못한다. 지역마다 매체마다 서로 다른 감각과 문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옥이네는 거대 담론 대신 농촌을 터전으로 삼은 이웃들의 낱낱을 그려갔다. 장날 좌판 위 손등 주름, 놀이터 어린이들의 웃음, 오래된 간판의 색바램 같은 장면으로 지역을 그려냈다. 독자는 ‘두부 파는 사람’이 아니라 ‘오늘은 유달리 일이 고돼 손끝이 붓는다’고 말하는 누군가를 만난다. 지금 여기, 우리를 가장 적합한 언어로 설명하기 위한 선택이다.

지역 뉴스의 경쟁력은 규모가 아니라 지역 사회의 맥락을 깊이 다루는 능력에 있다. 전국 단위 속보에서 벗어나도 지역의 일상과 맞닿아 있는 뉴스는 여전히 더 높은 가치를 갖는다. 옥이네는 그 깊이가 어떤 가치를 갖는지 충분한 시간 동안 증명해 왔다. 옥이네가 던진 질문이 지면을 넘어 전시, 강연, 토론으로 이어지고 캠페인과 조례 제정, 지역 아카이빙으로 확장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순히 좋은 기사로 사회를 바꾼다는 믿음이 아니다. 기록과 참여가, 다시 기록과 관계가, 순환되는 구조가 작동했기 때문이다. 바로 지역성의 힘이다.

옥이네 정기구독자 60%는 옥천 밖에 있다. 역설적이지만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옥천의 문제는 옥천만의 문제가 아니다. 특정 지역의 이야기라도 충분히 깊게 파고들면 그 이야기는 결국 다른 지역에 있어도 우리 이야기가 된다. 지역 뉴스는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다. 지역뉴스가 보편적 의제가 되기 어려운 이유는 ‘작아서’가 아니라 ‘얕아서’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시켜 준다.

그래서 옥이네 100호를 그저 ‘잘 버텼다’고만 말하기엔 부족하다. 지역에서 천천히 자라는 문장들, 지역을 대상화하지 않고 그 지역의 언어로 기록하며 주민과 함께 실험하고 변화를 축적해 나간 시간은 옥천의 일상을 그대로 켜켜이 쌓아 올렸다. 옥이네는 속도보다 시선이 얼마나 중요한지, 혐오와 차별의 시대에 관계를 복원하는 일이 얼마나 값진지 보여준다.

거창하지 않아도 지역언론만의 멋이 있다. 소소한 일상의 관찰 속에서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균열을 먼저 감지하고, 누군가의 일상이 흔들리지 않도록 기록을 남기는 일이다. 그 기록 덕분에 누군가는 안온한 하루를 지킬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확인한다. 변화는 늘 작은 곳에서, 조용히 시작된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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