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백, 백화점 가서 사세요”…면세점 직원도 조용히 말 건낸다는데

방영덕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byd@mk.co.kr), 김혜진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heyjiny@mk.co.kr) 2025. 11. 25.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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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환율 악재에 ‘가격 역전’ 고전
매출도 떨어지며 4분기 실적 우려
25일 서울 시내 위치한 신세계면세점 모습. [김혜진 기자]
“어휴, 환율 좀 떨어지면 다시 오세요.”

25일 이날 원·달러 환율 1472원을 입력해 계산기를 두드려보던 면세점 직원이 한숨을 내쉬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 시내 면세점에서 일하는 그는 “내국인은 들어올 때 세금까지 고민해야 하니까 솔직히 그 걱정을 해가면서까지 지금은 (면세점에서) 살 필요가 없어요”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백화점 쇼핑을 권했다. 같은 명품 제품이더라도 급등한 환율 탓에 면세점 대비 백화점에서 최대 30만원 가량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어서다.

특히 고가 제품일수록 관세를 감안하면 그 가격 차이는 더 벌어지게 된다. 때문에 일반적인 통념과 달리 면세점 상품 가격이 백화점에서 사는 것보다 더 비싸지는 ‘가격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가뜩이나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줄어든 면세점들은 환율 악재까지 겹쳐 그야말로 썰렁한 연말을 맞이하고 있다.

디올 카로 미디엄백 [디올]
25일 서울 시내 위치한 롯데·신세계 면세점을 둘러본 결과, 프랑스 명품 브랜드 디올의 ‘뚜주흐 미디엄백’은 면세점에서 이날 기준 환율(1472원)을 반영해 588만8000원(4000달러)에 판매됐다. 하지만 백화점에서는 같은 제품이 550만원에 판매돼 면세점보다 무려 38만8000원이 더 저렴했다.

디올의 ‘카로 미디엄백’의 경우 백화점에서는 590만원으로 가격이 책정돼 있는 반면, 면세점에서는 618만2400원(4200달러)로 가격이 매겨져 30만원 가량의 차이가 났다.

또 다른 명품 브랜드인 루이비통의 ‘스피디 반둘리에 30백’의 경우 백화점에서는 286만원인 것과 달리 면세점에서는 302만원(2050달러) 약 20만원 비쌌다.

샤넬 클래식 스몰플랩백은 현재 백화점에서 1601만원에 구매 가능하지만 면세점에서는 이날 환율을 기준으로 1605만9520원(1만910달러)을 줘야지만 살 수 있었다.

면세점 인기 상품인 에르메스의 ‘카사크 모스 머플러’의 경우 백화점 가격은 80만원인 반면, 면세점에서는 83만4600원(567달러)이었다. ‘르몽드 드 에르메스 140숄’은 백화점(220만원) 대비 면세점(229만4800원)에서 10만원 정도 더 비쌌다.

서울 중구 롯데면세점 명동점. [연합뉴스]
면세점은 상품 판매 가격을 달러로 책정하고 있다. 따라서 환율이 오르면 원화로 판매하는 백화점과 비교해 상품 가격이 상대적으로 오르게 된다.

3분기 1356.4원으로 시작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이날 기준 1472.4원으로 116원이나 급등했다.

특히 고가 상품일수록 환율이 오르면 가격 상승분에다 관세 부담을 져야 한다. 현재 면세 한도는 800달러다. 따라서 입국 시 이를 초과하는 물품에 대해선 추가로 세금이 부과된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800달러 이상 제품은 입국 시 관세를 부담해야 해 백화점과 면세점 가격이 비슷하다고 해도 막상 내국인 고객들에게 면세점 제품 가격은 더 비싸고 불리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좀처럼 실적 반등이 어려운 면세점업계는 ‘환율 직격탄’에 4분기 실적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면세점 소매판매액은 3조6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508억원(15.5%) 감소했다. 2020년 1분기 이후 가장 낮은 분기 실적이다.

신라면세점의 3분기 매출은 8496억원, 영업손실은 104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0.6% 늘었고 적자 폭은 387억원 줄었다. 롯데면세점의 경우 3분기 매출 724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4%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83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신세계면세점은 3분기 매출이 5388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14.2% 증가했다. 영업손실은 5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6억원 개선됐다. 현대면세점 3분기 매출은 222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 줄어든 반면 영업이익은 1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4억원 늘어났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지난 여름 환율이 좀 하락해 쇼핑객들이 몰리며 그나마 실적을 선방한 것”이라며 “그런데 지금은 환율도 높고, 외국인들 사이 개별 관광이 늘어 더더욱 면세점 방문을 유인할 메리트가 떨어져 연말 실적 악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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