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상승 ‘한탕’ 노리는 외국인들…‘구조적 원화 약세’ 판단에 ‘환헤지’로
‘구조적 약세’ 판단에 단기 베팅 달러 매수도 우세

최근 1500원대를 위협하는 원-달러 환율 흐름에 대해 “글로벌 통화시장에서 대표적 위험통화인 원화가 미국발 관세폭탄 등 탈세계화 보호무역주의 시대에 적응하는 과정에 들어서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우리 외환수급시장에서 기업·개인투자자들의 행동에 구조적 변화가 발생하고 있으며, 특히 외국인투자자들이 이런 구조적 변화를 감안해 한국 주식·채권 투자자금 조달 방식을 ‘환헤지’로 바뀌면서 원화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가 지난 11일 내놓은 ‘위험통화 마스코트 원화의 탈세계화 적응기’ 보고서는 최근 우리 외환시장 수급에서 원화가 ‘구조적 약세 부담’을 뚜렷이 안고 있다고 평가한다. 민 연구원은 “10월과 11월 초까지 외국인투자자 자금이 국내 주식시장에 대규모로 유입되던 시기에도 환율이 상승(원화 가치 절하)하는 얼핏 이해하기 어려운 기현상이 나타났고, 더구나 경상수지가 9개월 연속 흑자를 내고 있는데도 상승 일변도를 보인 환율의 방향성은 ‘무역흑자=원화 강세’라는 기존 상식과도 어긋나는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원화 가치 약세(환율 상승)를 초래하는 구조적 요인으로는 △개인투자자들의 해외주식투자 확대 △수출기업들의 달러수출대금 현지 재투자(원화 환전 축소) △한-미 관세협상에 따른 3500억달러(향후 10년) 대미 현금투자 소요 △‘경상수지 흑자=원화 강세’ 흐름의 뚜렷한 이탈 △최근 외국인투자자들의 국내 자산(주식·채권) 매입용 원화 조달방식 변화(기존 환오픈에서 환헤지로 변경) 등이 지목된다.
특히 민 이코노미스트는 외국인투자자들의 국내 주식 매수자금 조달 방식이 기존 ‘환위험 오픈’에서 ‘선제적인 환헤지’로 변경되면서 외국인의 한국 주식·채권 매수가 환율 상승을 상쇄하는 영향력도 크게 축소됐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외국인투자자는 한국 주식·채권 가격 상승뿐 아니라 원화 통화가치 절상을 통해서도 수익을 달성하는 전략(즉 환 변동 위험 오픈)을 사용해왔는데, 최근에는 ‘구조적 원화 약세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면서 외환스왑(선물환 매도를 통해 환위험을 사전에 헤지)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올들어 외국인의 국내 주식시장 자금 유입(누적 순매수) 시점에서 단기 외환스왑이 동반 상승하는 양상을 보였는데, 이는 외국인의 환헤지 수요로 추정된다.

게다가 구조적 원화 약세라고 판단하는 외국인들의 투기적 환 수요도 요즘 시장에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추가적인 원-달러 상승에 단기 베팅하는 투기적 달러 매수도 우세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민 연구원은 “원화는 국내 거주자들의 해외 주식투자 확대, 기업 생산기지 이전으로 실물경기와 금융시장에서 달러 수요가 구조적으로 증가하는 난관에 봉착해 있다”며 “대미투자 확대로 무역흑자는 더 이상 원화 강세를 의미하지 않으며, 환율 하락 기대가 약화되면서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환헤지 방식으로 조달되고 있어 환율 상승 흐름을 반전시킬 만한 요인이 별로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조계완 선임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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