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사가 뭐길래 욕하고 뺨 때리고···경북 지자체 행사장 ‘의원 축사 갑질’ 빈번

김현수 기자 2025. 11. 25.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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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사 순서 누락된 의원들, 공무원에 욕설·폭행
지역 윤리특위 솜방망이 처분···제식구 감싸기
경북도청사 전경. 경북도 제공

경북지역 한 광역의원이 지역 행사에서 ‘축사’ 순서가 빠졌다는 이유로 담당 공무원에게 고함을 치며 폭언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경북에서는 지난 5월에도 축사를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공무원을 폭행한 사건이 있었던 만큼, 지방의원들의 ‘축사 갑질’이 반복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5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9일 경북 영천시의 한 체육관에서 열린 자원봉사자대회에 참석한 경북도의회 국민의힘 소속 A의원은 행사 진행을 맡은 공무원에게 큰소리로 항의하며 욕설을 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당시 A도의원은 지역구 행사임에도 축사기회를 얻지 못하자 의전에 불만을 품고 이런 행동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경북도 관계자는 “내빈소개와 축사 등 식전 프로그램이 예상보다 길어져 담당 공무원이 전체 흐름을 맞추려고 순서를 일부 조정한 것으로 안다”며 “A도의원이 행사장을 빠져나가는 국회의원을 배웅하고 오는 길에 담당 공무원에게 고함을 질렀다”고 말했다.

폭언을 들은 담당 공무원은 병원에서 정신적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공무원은 다음날 예정된 행사에도 참석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A의원은 “축사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아무 설명 없이 생략돼 항의했다”며 “목소리가 커 오해가 있었던 것 같고 담당 공무원에게 사과했다”고 해명했다.

경북에서는 축사를 놓고 담당 공무원에게 갑질을 하는 일이 관행처럼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월 경북 구미에서는 국민의힘 소속 B시의원이 행사에서 자신의 축사 순서가 빠졌다는 이유로 담당 공무원에게 욕설하고 뺨을 때린 사건이 있었다.

논란이 커지자 구미시의회 윤리특위는 B시의원을 ‘제명’하기로 의결했으나, 한 달 뒤 열린 본회의에서는 ‘출석정지 30일’로 징계수위를 크게 낮췄다. 현재 구미시의원은 모두 25명으로 더불어민주당 5명, 국민의힘 19명, 무소속 1명이다. B시의원은 해당 사건 이후 탈당한 상태여서 제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일었다.

2023년 6월 경북 문경에서는 국민의힘 소속 C도의원이 교육청 행사장에서 자신이 초청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공무원에게 심한 욕설을 해 사과한 바 있다. 같은해 4월에도 국민의힘 소속 D도의원이 비서에게 축사작성 등을 지시하며 “내 마음을 읽어서 알아서 하라”고 말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기초·광역의회 대부분이 국민의힘이라 윤리특위에서도 강한 징계를 내리지 못한다”라며 “폭언·폭행에 시달리는 공무원이 한둘이 아니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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