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전기세 때문에 신용불량자 됐다”…미국 서민들 벼랑 끝 몰린 까닭은

김슬기 기자(sblake@mk.co.kr) 2025. 11. 2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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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데이터센터로 수요 급증해
1월 이후 전기 요금 11% 상승
미국 물가 상승률 3배 웃돌아
전기요금 체납 가구 급증 골치
미친 전기세에 고통받는 미국인들 [구글 Gemini]
펜실베이니아에 사는 미스티 펠루는 전기요금 602달러를 미납해 전기가 인해 차단됐다. 이는 6개월 전 남편이 펜실베이니아 북동부에서 굴착업무에서 실직한 뒤 일어난 일이다. 은행 계좌가 마이너스인 그녀는 다시 정전될 것을 각오하고 있다. 가족들은 저녁으로 땅콩버터 샌드위치를 먹고, 후드티와 장갑을 입고 잠을 자며 추위를 견디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가 ‘전기 먹는 하마’가 되면서 전력 요금이 급등해 미국의 많은 가정이 전기 요금을 내지 못해 정전 사태를 겪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4일(현지시간) 전국에너지지원책임자협회(NEADA)가 수집한 자료에 따르면 11개 주 일부 전력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대비 최소 8개 주에서 정전 건수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심지어 뉴욕시 등 일부 지역에서는 급증했다. 전력사 제출 자료에 따르면 8월 주거용 정전은 전년 동기 대비 5배 증가했다.

펠루가 거주하는 펜실베이니아주에서는 올해 전력 공급 중단 가구가 21% 증가했으며, 10월까지 27만 가구 이상이 전력이 차단됐다. 한편 NEADA(저소득층 가정을 위한 주 에너지 지원 프로그램 책임자 협회)의 연방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신규 데이터 센터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전력망이 업그레이드되면서 해당 주의 평균 전기 요금은 전년 대비 13% 상승했다.

전체적으로 미국인들은 1월보다 11% 더 많은 전기 요금을 지불하고 있지만, 그 수치는 주마다 크게 다르다. 미주리주에서는 비용이 37% 상승한 반면, 3개 주에서는 최대 13%까지 하락했다고 NEADA는 밝혔다.

NEADA의 에너지 경제학자이자 사무총장인 마크 울프는 “가격이 이렇게 급격히 오르면서 전국 많은 지역에서 전기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저소득 가구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산층까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2017년 3월 14일, 미국 텍사스주 아마릴로 북쪽 평야 위로 전력선이 가로지르는 가운데 해가 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올해 공공요금은 전체 물가 상승률보다 약 3배 빠르게 올랐으며, 경기가 불안정한 시기와 겹치면서 혼란은 더 가중되고 있다. 기업들은 대량 해고를 발표하고 있으며, 실직 미국인들이 새 일자리를 찾는 데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있다. 또한 저소득층과 중산층 가정이 지출을 줄이고 있다는 징후도 나타나고 있다.

진보 성향 싱크탱크 센추리 재단의 줄리 마르게타 모건 회장은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경제적 압박을 느끼고 있지만, 더욱 우려되는 점은 사람들이 이처럼 아주 기본적인 필수품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어한다는 사실”이라며 “전기는 사치품이 아니며 선택 사항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센추리 재단과 소비자 권익 단체인 비영리 단체 ‘프로텍트 보로어스’의 분석에 따르면, 6월 기준 약 1400만 명의 미국인(가구당 약 20가구 중 1가구)이 공공요금 체납으로 채권추심 기관에 신고되거나 연체 상태였다. 한편 평균 체납액 789달러는 2022년 대비 32% 증가했다.

최근 전국 선거에서 공공요금은 정치적 쟁점으로 부상했으며, 뉴저지(지난해 대비 평균 요금 24% 상승)와 조지아(10% 상승) 주지사 선거에서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세계 최대 데이터 센터 집적지인 버지니아에서는 당선자 애비게일 스팬버거가 에너지 부담 완화를 선거 운동의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10월 말 실시된 워싱턴포스트·ABC 뉴스·입소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10명 중 6명이 1년 전보다 공과금 지출이 늘었다고 답했으며, 가격 상승의 원인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탓으로 돌렸다.

트럼프 행정부는 증가하는 수요를 따라잡고 가격 하락을 돕기 위해 석탄, 천연가스, 원자력 발전에 대한 투자를 두 배로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백악관은 풍력 및 태양광 투자를 줄이며 “부담스럽고 신뢰할 수 없다”며 “민주당이 집권한 주에서 에너지 가격 상승을 초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몇 달간 상황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NEADA 추정치에 따르면, 전기 및 천연가스 비용 상승으로 인해 이번 겨울 가정 난방비는 7.6% 상승한 평균 976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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