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죽였다’ 이무생이 보이는, 오묘함과 모호함의 미학[스경X인터뷰]

하경헌 기자 2025. 11. 25.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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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당신이 죽였다’에서 진소백 역을 연기한 배우 이무생. 사진 에일리언 컴퍼니

‘이무생로랑’, 명품 연기라는 별명을 가진 배우 이무생의 이번 도전 과제는 오묘함, 모호함이었다. 긴머리에 정장 차림에서 나오는 묘한 부조화, 선한 사람인지 악한 사람인지 도통 감을 잡을 수 없는 인상과 말투. 거기에 주인공에 대한 사랑인지, 연민인지 알 수 없는 모습까지.

지난 7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당신이 죽였다’에서 이무생은 극 중 조은수(전소니)와 조희수(이유미)를 조력하는 중국식자재 도매업자 진소백 역을 맡았다. 남편의 폭력 속에서 지옥 같은 삶을 보내는 희수를 위해 은수가 살인을 계획하는 이 작품에서, 소백은 이들의 계획을 듣고도 기꺼이 이들을 돕겠다고 나선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당신이 죽였다’에서 진소백 역을 연기한 배우 이무생. 사진 에일리언 컴퍼니

“배역을 제안받고 연구하면서,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상황을 받아들였던 것 같아요. 이 사람 역시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사람이 아닌가 생각했죠. 아들이 사망한 이후 멈춰있는 벽시계처럼 멈춰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마음을 이해하려고 시도해도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그저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던 그 인물이 은수와 희수를 만나면서 균열이 오는 것이었죠. 누구도 자신의 영역에 들이지 않았지만, 들어온 사람은 목숨을 걸고 지키는 인물이었어요.”

이무생이 말한 진소백 캐릭터의 대표적인 이미지는 ‘오묘함’ ‘모호함’이었다.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오묘함을 지니면서 선과 악, 사랑과 연민 그리고 중국어를 교묘하게 섞어 쓰면서 ‘이 사람이 중국인인지 한국인인지 모르게 하는 것’ 역시 중요했다. 이번 작품 외모적인 가장 큰 차이인 장발 역시 이 ‘오묘함’을 표현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시도하게 됐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당신이 죽였다’에서 진소백 역을 연기한 배우 이무생 출연 장면. 사진 넷플릭스

“영화 ‘노량’에서는 일본어 연기를 했고, ‘시민덕희’에서도 중국어 연기를 해본 적이 있어서 이번에도 당시를 발판 삼아 무조건 입에 붙이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진소백이 한국 사람 같지만 가끔 혼잣말이나 감정이 섞일 때 중국어를 쓰면 묘한 느낌이 들겠다고 생각했죠. 일본에서 나온 원작 소설에서는 원래 여성인 인물이었다고 하더라고요. 따로 보지는 않았는데, 남녀의 문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은수나 희수는 누구의 도움은 받았을 테니까 그 도움을 주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접근했죠.”

그는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한 은수 역 전소니와 희수 역 이유미에 대해, 은수는 대본의 모습 그대로 등장해 배역으로 몰입하기 좋았다고 말했고 폭력의 피해자를 연기하기 위해 몸무게를 37㎏까지 줄였던 히수에 대해서는 연기와 평상시 구분이 확실한 인물이었다며 ‘프로’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무엇보다 잔인무도한 악역에 1인 2역까지 해낸 후배 장승조에게 큰 위로를 건넸다고 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당신이 죽였다’에서 진소백 역을 연기한 배우 이무생 출연장면. 사진 넷플릭스

“저도 악역 연기를 해봤던 입장에서 공감을 많이 했죠. 아마 (장)승조가 너무 힘들었을 거예요. 하지만 촬영현장에서는 한 번도 내색하지 않았죠. 프로인 거죠. 우리는 같은 배우니까 별말 없이 서로를 토닥이고, 어깨를 만지며 위로했던 것 같아요. 그런 제 모습에 승조도 고맙게 생각했고요. 악역을 해본 사람으로서 서로 ‘열심히 살자’ ‘착하게 살자’는 말을 되뇌었던 것 같네요.(웃음)”

2020년 JTBC ‘부부의 세계’ 김윤기 역의 인기 이후 더 넓게 열린 배우로서의 가도. 이무생은 유독 넷플릭스와의 궁합이 좋았다. 인기리에 방송한 2022년, 2023년작 ‘더 글로리’의 악역 강영천, 그리고 ‘경성크리처 시즌 2’의 쿠로코1 역을 맡았다. 올해는 ‘경성크리처 2’를 포함해 ‘다 이루어질지니’의 특별출연 그리고 ‘당신이 죽였다’까지 세 작품을 연달아 같이 했다.

“특별출연을 제외하면 네 작품, 포함하면 다섯 작품째네요. 다음에 같이 하면 ‘넷’플릭스가 아닌 ‘오’플릭스의 남자가 되겠네요. 하하. 궁합은 잘 맞는 것 같아요. 넷플릭스 제작진분들이 작품을 대할 때 조금 더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면서 제한을 두기보다는, 풀어주시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배우는 창작자니까 이런 상황을 더욱 반길 만 하죠.”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당신이 죽였다’에서 진소백 역을 연기한 배우 이무생. 사진 에일리언 컴퍼니

2006년 드라마와 영화로 경력을 시작해 어느덧 20년. 그는 이 시간을 그렇게 의식하지 않고 있었다. 하나하나의 작품을 치르다 보니 지금에 왔고, 앞으로도 이 생각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 같다. 물론 많은 성격파 연기를 하게 됐지만, 이무생은 촬영현장에서는 물론 평소에도 ‘착하고 바르게 살아야 모든 것이 돌아온다’고 여기는 편이다. 특히 이번 ‘당신이 죽였다’의 메시지 역시 그러했기에, 그런 생각은 더욱 커졌다.

“어떠한 경우에도 남을 해하지 않아야겠다는 교과서적인 메시지죠. 왜 교과서에 그렇게 나온 것인지 이유를 생각하면, 기본이라는 거예요. 기본을 지키는 게 오히려 어려울 수 있죠. ‘당신이 죽였다’라는 제목은 모두가 깨어있어야 한다는 표현인 것 같아요. 서로 지켜주지 않으면, 결국 우리는 많은 폭력에 ‘공범’일 수 있다는 거죠.”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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