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지는 ‘마가’…트럼프의 ‘AI 편애’도 한몫

정유경 기자 2025. 11. 25.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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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의 ‘인공지능(AI) 편애’
미국 국기 아래 낡고 너덜너덜해진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마가)’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이 사진은 11월21일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교외에서 촬영됐다. 로이터 연합뉴스

인공지능(AI)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 기반을 반쪽으로 쪼개 놓을 판이다.

국가 차원의 인공지능산업 진흥을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 지방정부 차원에서 만드는 인공지능 규제 법안에 제동을 걸려다가 보수층의 반발을 사고 있다고 23일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최근 워싱턴포스트·로이터 통신 등 외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인공지능 규제법을 제정한 주를 법무부가 고소하도록 지시하는 행정명령 초안을 작성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행정명령을 통해 주 정부 차원의 과다한 산업 규제를 막겠다는 취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8일엔 트루스소셜에 “인공지능 투자가 미국 경제를 세계에서 가장 ‘핫’하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주정부의 과도한 규제는 이런 성장 엔진을 훼손할 위협이 있다”고 인공지능 규제를 비판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실제로 최근 미국의 많은 주는 인공지능 관련 규제 법안을 만들었거나 추진 중이다. 이미 인공지능 ‘안전사고’ 발생 시 신고를 의무화하고 해당 산업 종사자들이 내부고발을 할 수 있도록 보호하는 법안(캘리포니아), 정부 복지 수혜자를 결정할 때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돌려선 안 된다는 법안(텍사스), 인공지능 시스템과의 결혼을 금지하는 법안(오하이오) 등 다양한 법안이 만들어졌다. 규제 주장은 당파를 가리지 않고 있으며, 최근 미 상원에서는 민주당·공화당 의원이 함께 인공지능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를 보고하도록 의무화한 ‘인공지능 관련 일자리 명료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특히 공화당 내에서는 인공지능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나, 청소년의 인공지능 챗봇 중독 문제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 데이터센터에 소모되는 막대한 전기 탓에 시민들이 부담하는 공공요금 가격이 올라가선 안 된다는 주장 등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세라 허커비 샌더스 아칸소 주지사, 조시 홀리 미주리주 상원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집권하는 데 소위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로 불리는 노동 계급 기반 강성 지지층 외에도, 새롭게 가세한 실리콘밸리의 ‘기술 우파’들의 힘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인공지능(AI) 규제 완화를 희망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기간 동안 후원금을 내놨고 백악관 개조를 위한 기금 마련에도 거액을 기부했으며 백악관에서 대통령과 만찬을 했다.

공화당 인사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밀어붙이는 인공지능 산업 지원 정책이 거물 기업인과의 ‘밀월’로 비쳐 노동 계급 중심의 강성 지지층들로부터 반감을 살 것을 우려한다. 실리콘밸리에 수천억달러를 투자해 인공지능을 촉진하는 것이 중산층·서민 일자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지도 미지수다. 인공지능이 일자리를 없앨 수도 있다고 경고해 온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주정부발 규제를 막아서는 것은 “연방 정부의 권한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스펜서 콕스 유타 주지사는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아이들의 정신 건강을 파괴하고 나라를 분열시키는 일이 다시 일어나선 안 된다”고 비판에 가세했다.

보수 정치컨설턴트인 브렌던 스타인하우저는 “트럼프 대통령은 정책 추진으로 수천억달러 이득을 올릴 수 있는 소수 테크 기업 거물들에게 좌우되고 있다”며 “그들(백만장자)이 아닌 마가가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기반이며, 마가는 이런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 경제를 보면 관세와 이민 제한이라는 두 가지 악재가 인공지능 열풍이라는 하나의 호재로 상쇄되고 있다. 엘리트들은 감세와 증시 상승이라는 조합에 매료된 반면, ‘마가’와 인공지능 간 조화는 극히 불안정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워싱턴포스트는 “노동계급 유권자의 지지를 얻으면서도, 새롭게 동맹이 된 기술 기업 리더들의 야망까지 뒷받침하려던 트럼프의 ‘지지 연합’이 분열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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