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해도 소용없다는 ‘의자병’…“30분마다 일어나 움직여보세요” [지창대의 시니어 건강비책]

2025. 11. 25.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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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unsplash]
“세상에서 가장 비싼 인체공학 의자를 쓰고, 일주일에 세 번씩 PT도 받는데 왜 허리는 계속 아프고 몸은 무거울까요?”

IT 스타트업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는 김영준(가명·39) 대표의 질문이었다. 그는 누구보다 건강에 자신이 있었지만, 건강검진 결과는 그의 믿음을 배신했다. 혈당 수치는 경계선에 있었고, 중성지방 수치 역시 높았다. 필자가 임상 현장에서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경우가 바로 김 대표님처럼 ‘좋은 운동’으로 ‘나쁜 습관’을 덮을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진짜 범인은 그의 ‘엉덩이’가 의자에 붙어있는 총 시간, 바로 ‘좌식 생활’ 그 자체였다.

하지만 3개월 후, 그는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가뿐한 몸으로 필자를 찾아왔다. “선생님, 해답은 의자 밖에 있었네요. 잠깐씩 일어났을 뿐인데, 오후만 되면 찾아오던 피로감이 사라지고 몸의 군살까지 빠졌습니다.” 그의 몸을 망가뜨리고 있던 스위치는 바로 ‘앉아있는 습관’이었고, 그는 그 스위치를 끄는 법을 배웠을 뿐이다.

[출처:unsplash]
운동으로 좌식 생활을 만회할 수 있다?

의자병(Sitting Disease)에 대해 우리는 너무나 많은 오해를 하고 있다.

착각 1 : 하루 1시간 매일 열심히 운동하면 해결된다.

필자 : 이는 가장 위험한 착각 중 하나다. 2015년 <내과학 연보(Annals of Internal Medicine)>에 발표된 연구는 충격적인 사실을 밝혔다. 하루에 한 시간씩 고강도 운동을 하더라도, 나머지 시간 대부분을 앉아서 보내는 사람은 조기 사망 위험이 현저히 높아진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좌식 생활이 흡연에 비견될 만큼 심각한 건강 위협”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운동이 주는 수많은 이점에도 불구하고, 장시간 앉아있는 행위가 주는 해악을 완전히 상쇄하지는 못한다.

착각 2 : 비싼 기능성 의자를 쓰면 괜찮다?

필자 : 아무리 좋은 의자라도 ‘앉아있는 행위’ 자체의 해로움을 막아주지는 못한다. 앉아있는 동안 우리 몸의 다리와 엉덩이의 큰 근육들은 활동을 멈춘다. 이로 인해 지방을 태우는 효소(리포단백질 리파아제)의 활동이 90%까지 급감하고, 혈액순환이 정체되며,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져 몸은 지방을 축적하기 쉬운 상태로 변한다. 즉, 의자는 우리 몸의 신진대사 스위치를 꺼버리는 ‘전원 버튼’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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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있을 때 우리 몸에서 벌어지는 일들

좌식 생활의 해악은 단순히 칼로리 소모가 줄어드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훨씬 더 심각한 생리학적 변화들이 몸속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다.

  • 신진대사의 전원 차단 : 우리 몸의 가장 큰 근육인 허벅지와 엉덩이 근육은 활동을 멈추는 순간, 혈액 속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위한 ‘GLUT4 수용체’를 세포 표면으로 이동시키는 것을 중단한다. 이는 즉각적인 혈당 상승으로 이어진다. 동시에 지방을 분해하는 핵심 효소인 리포단백질 리파아제(LPL)의 활성이 급격히 떨어져 혈중 중성지방 수치가 치솟는다. 앉아있는 것은 말 그대로 우리 몸의 대사 엔진을 꺼버리는 행위다.
  • 혈액순환의 정체와 심혈관 부담 : 오래 앉아 있으면 다리의 혈액 순환이 심각하게 저하된다. 이는 혈전(피떡)의 위험을 높일 뿐만 아니라, 혈관 내피세포의 기능을 떨어뜨려 동맥경화를 촉진한다. 2016년 <란셋(The Lancet)>에 발표된 100만 명 이상을 분석한 대규모 연구에 따르면, 하루 8시간 이상 앉아있는 사람은 신체 활동량이 많더라도 사망 위험이 크게 증가했다.
  • 뼈와 관절의 퇴화 : 척추는 서 있을 때보다 앉아 있을 때 더 큰 압력을 받는다. 특히 구부정한 자세는 디스크에 가해지는 압력을 2배 이상 증가시킨다. 또한 고관절 굴곡근과 햄스트링은 짧아지고 엉덩이 근육(둔근)은 약해지는 ‘근육 불균형’을 초래한다. 이는 만성적인 허리 통증과 무릎 통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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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에서 제안하는 ‘중력 사용 설명서’

그렇다면 이 끈질긴 ‘앉아있는 병’을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가? 해답은 거창한 운동이 아닌, 중력을 거스르는 아주 작은 습관에 있다.

이것만은 꼭 하자

  • 30분 법칙 : 알람을 맞추어야 한다. 최소 30분에 한 번씩 자리에서 일어나 2~3분간 몸을 움직여야 한다. 목적지 없는 걷기, 제자리걸음, 간단한 스트레칭만으로도 꺼져 있던 대사 스위치를 다시 켤 수 있다.
  • 일상 활동의 재설계(NEAT의 극대화) : ‘비운동성 활동 열생성(Non-Exercise Activity Thermogenesis, NEAT)’을 의식적으로 늘려야 한다. 전화 통화를 할 때는 서성이고, 동료에게 이메일을 보내는 대신 직접 걸어가서 이야기하며, 양치질을 하는 동안 까치발을 드는 등의 작은 움직임이 모여 하루 전체의 에너지 소비량을 극적으로 바꾼다.
  • 환경 설정의 변화 : 리모컨을 멀리 두고, 프린터를 방 다른 쪽 구석에 배치하며, 한 층 정도는 계단을 이용하는 등 의자에서 엉덩이를 뗄 수밖에 없는 환경을 의도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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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식 생활 탈출, 3단계 핵심 요약]

1단계 (인식) : 운동과 좌식 생활은 별개다! 하루 1시간 운동을 했더라도, 오래 앉아있었다면 당신은 ‘운동하는 환자’일 수 있다.

2단계 (실천) : 30분에 한 번씩 무조건 일어나라! 알람을 맞추고 2분만 걸어도 몸의 대사 스위치는 다시 켜진다.

3단계 (습관) : 일상 속 움직임을 늘려라!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앉아서 하는 통화 대신 서서 하는 통화를 선택해야 한다.

지금 이 글을 다 읽었다면,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5분만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그 작은 움직임이 당신의 몸속에 잠자고 있던 건강 유전자를 깨우는 위대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지창대 한국노인체육평가협회 회장 / 리브라이블리 주식회사 대표]

참고문헌 (References)

1. Biswas, A., et al. (2015). Sedentary Time and Its Association With Risk for Disease Incidence, Mortality, and Hospitalization in Adults: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Annals of Internal Medicine.

2. Ekelund, U., et al. (2016). Does physical activity attenuate, or even eliminate, the detrimental association of sitting time with all-cause mortality? A systematic review and harmonised meta-analysis of data from more than 1 million men and women. The Lancet.

3. Hamilton, M. T., et al. (2007). Too Little Exercise and Too Much Sitting: Inactivity Physiology and the Need for New Recommendations on Sedentary Behavior. Current Cardiovascular Risk Reports. (Regarding LPL and metabolic mechanisms).

4. Levine, J. A. (2002). Non-exercise activity thermogenesis (NEAT): environment and biology. American Journal of Physiology-Endocrinology and Metabolism.

5. Nachemson, A. L., et al. (1981). Intradiscal press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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