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정책에 올인··· 어려운 길만 찾는 정부

김동인 기자 2025. 11. 25.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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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5 대책이 벌어준 시간 안에, 시장 안정을 이끌 실질적 공급 방안을 마련하겠다." 10월20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입장을 밝혔다.

이런 구조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정부는 단기적 투기 수요를 빠르게 진화하고 공급정책을 통해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시킨다는 계획을 내세우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정부가 세부안을 마련 중인 '공급정책'에는 무엇이 있고, 또 그것들은 얼마나 가격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기초 구상을 확인하려면, 9월7일 발표한 '새정부 주택공급 확대 방안(9·7 대책)'부터 살펴봐야 한다.

10월24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상계5재정비촉진구역을 방문한 자리에서 "재개발과 재건축 같은 정비사업을 촉진하는 것이야말로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공급) 대안이다. 그럼에도 10·15 대책은 정비사업을 통한 주택공급의 길마저 막았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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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5 대책 발표 이후 정부가 수도권 주택 공급정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포화 상태인 서울에서 중앙정부의 노력만으로 신규 주택을 빠르게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서울시 강서구에 위치한 한 임대 아파트. 정부는 노후한 임대아파트 재건축을 공급 정책의 일환으로 내세운다. ⓒ시사IN 조남진

“10·15 대책이 벌어준 시간 안에, 시장 안정을 이끌 실질적 공급 방안을 마련하겠다.” 10월20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입장을 밝혔다. 정책실장으로 임명된 후 처음으로 SNS를 통해 공개 의견을 밝힌 사안이었다. 이 말에는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10·15 대책)에 대한 대통령실 핵심 참모들의 ‘관점’이 담겨 있다.

10·15 대책은 서울 전역과 경기 남부 일부 지역을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며 투기성 수요를 틀어막는 매우 ‘거친’ 정책적 대응이다. 김용범 실장은 “비상한 시기에는 비상한 대응이 필요”하다며 수요를 억누르는 충격요법의 불가피함을 주장한다. 영속적이기 어려운 ‘(사실상) 거래 중단’ 상황에서, 정부는 ‘주택공급’에 정권의 명운을 걸고 있다.

그런데 중앙정부에 ‘공급정책’이란 신기루와 같은 존재다. 집은 정부가 직접 만드는 재화가 아니다. 토지와 주택을 전담하는 LH가 있지만, 그동안 한국에서 주택공급이란, 정부는 땅을 팔고 주택은 민간이 짓는 방식이 보편적이었다. 정권과 여당이 각종 입법 활동을 통해 민간주택 공급을 독려할 수는 있으나, 이 역시 중앙정부가 특정 지역에 집을 뚝딱 만들어내는 방식은 아니다. 정책 효과의 시차도 존재한다. 공급을 통한 집값 안정이라는 목표가 쉽지 않은 이유다.

이런 구조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정부는 단기적 투기 수요를 빠르게 진화하고 공급정책을 통해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시킨다는 계획을 내세우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정부가 세부안을 마련 중인 ‘공급정책’에는 무엇이 있고, 또 그것들은 얼마나 가격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기초 구상을 확인하려면, 9월7일 발표한 ‘새정부 주택공급 확대 방안(9·7 대책)’부터 살펴봐야 한다.

■ 5년간 수도권 135만 호라는 목표

9·7 대책의 골자는 크게 세 가지다. 공공택지에서 LH 직접 시행 사업을 늘리고, 도심(서울) 내 주택공급을 위한 갖가지 아이디어를 실현하며, 민간 정비사업 지원을 강화한다. 당시 정부는 이를 통해 5년간 수도권에서만 135만 호를 ‘착공’하겠다고 밝혔다.

주택공급 관련 정책에서 100만 단위의 숫자는 익숙한 풍경이다. 2022년 제20대 대선에서 윤석열·이재명 두 후보가 각각 250만 호를 공급하겠다고 공약하며 정치권에서 ‘100만 단위 공급’이 다시 부각됐다. 당시 집권한 윤석열 정부는 곧바로 그해 8·16 공급대책을 발표하며 ‘임기 내 서울 50만, 수도권 158만, 전국 270만 호’ 공급을 목표로 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목표는 금리인상 충격과 12·3 쿠데타로 인해 공허한 울림에 그쳤다.

내란의 후유증 속에서 집권한 이재명 정부 역시 재차 100만 단위 숫자를 내세운다. 수도권 135만 호라는 수치에는 나름의 근거도 있다. 2015년부터 2024년까지 10년간 연평균 착공 물량은 수도권 기준 약 25만8000호 수준이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3년 동안은 전 세계적 금리인상의 여파로 부동산 PF 부실, 공사비 상승, 수요 감소가 잇따랐고, 착공 실적이 연 15만8000호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 기간 부족분(연 9만2000호)을 감안한 결과가 향후 5년간 연평균 27만 호, 5년간 135만 호라는 목표치다.

2022년 20대 대선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맨 왼쪽) 역시 주택 250만호 공급을 공약했다. ⓒ국회사진기자단

단순 계산은 이해되지만, 문제는 구체적인 실현 방안이다. 중앙정부가 공급을 거칠게 밀어붙이기 위해서는 일정 정도의 ‘등가교환’이 발생해야 한다. 하지만 이 등가교환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과 각오는 아직 미지수다.

가장 많은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 공공택지 관련 정책부터 살펴보자. 정부는 수도권 공공택지에서 LH가 직접 시행사 역할을 맡아 ‘미분양을 우려해 시장 상황을 눈치 보는 민간’과 달리 과감하게 공급(시행)에 나설 수 있다고 주장한다. 택지 효율화, 택지 용도 전환, 사업속도 높이기 등 추가 조치를 통해서 기존 25만 호 수준이던 착공 물량을 37만 호로 늘린다는 발상이다. 그런데 이는 서울보다 경기도 ‘빈 땅’에서 추진하는 공공성 강화 정책이다. 각종 수도권 택지지구 사업의 기초 방향은 ‘베드타운을 더욱 베드타운답게 빠르게 만드는’ 방향으로 이어진다.

여기서 등가교환이 발생한다. 서울의 밀도를 낮추기 위해 당초 ‘자족형 도시’를 표방했던 서울 인근 신도시의 성격을 ‘베드타운’에 가깝게 조정하기 때문이다. 서울에 더욱 의존하는 구조가 된다. 이 경우 각 지자체의 반발을 감수해야 한다. 특히 3기 신도시는 문재인 정부 당시 기업이 입주하는, 그래서 도시 내부에서 일자리가 생겨나는 신도시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했고, 실제 도시계획도 이러한 관점에서 추진되었다. 이재명 정부의 기본계획에 따르면, 이 같은 초기 계획은 일부 수정이 불가피하다.

경기도 대다수 지자체가 바라는 이상향은 ‘판교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수도권 모든 도시가 산업 택지를 효율적으로 채우진 못한다. 기업의 수요가 부족한 곳은 결국 산업용 택지에 각종 지식산업센터나 상업용 빌딩, 생활형 숙박시설 등으로 채워졌고, 이는 곧 대규모 공실 사태로 이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도 각 지역에서는 ‘베드타운이 되는 것은 피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다. 베드타운 중심으로 구성된 1기 신도시 지역이 빠르게 쇠락하는 것을 목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의 목표대로라면, 각 지역 정치인들과 지역민들의 반발을 감수하고서라도 ‘서울의 밀도를 낮추기 위해 경기도 주택지구를 공공분양·공공임대 중심으로 재편한다’는 기조를 관철해야 한다. 민간 건설사 주택을 원하는 각 지역 내 부동산 투기 심리와도 맞서야 한다.

■ 2년 전에는 불가능하다던 공급

그나마 빈 땅에서 펼쳐지는 정책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더 큰 어려움은 서울 내에서 발생한다. 정부는 서울 내 각종 정비사업을 지원하는 동시에, ‘여전히 서울에 빈 땅이 있고, 서울 내에 공급할 수 있는 카드가 있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예시로 들고 있는 사업들이 만만치 않다. 도심 내 노후시설, 유휴부지, 공공청사 등을 재정비·복합 개발해 공급량을 늘리겠다는 계획인데, 현실성에 문제가 따른다.

9월8일 CBS 라디오에 출연한 이상경 당시 국토교통부 1차관은 전날 발표한 9·7 공급대책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이번엔 다를 것이다. 사람들이 원하는 지역에 원하는 주택을 공급하는 부분에 방점을 뒀다. 대표적으로 강남권에서 공급 가능한 주택 같은 경우, 수서 공공임대주택을 전격적으로 재건축하려고 한다. 그런 공공임대주택이 서울 지역에 산재해 있다. 수서지구는 3000세대가 넘고 강서지구도 3000~4000세대에 육박한다.”

공공임대 재건축은 처음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정부가 공언하지 않았을 뿐 이미 활발하게 연구가 진행된 주제다. 1989년부터 본격적으로 공급된 서울 각지의 임대아파트가 노후했고, 일부 단지의 경우에는 지역에서 임대주택 거주자들이 고립되는 문제로 이어지기도 했다. 인근 민간분양 아파트가 임대주택 단지와 초등학교 배정이 섞이지 않도록 해달라는 노골적인 차별 요구를 하고, 지역 교육 당국이 이를 수용하는 일도 빈번했다. 이 때문에 취약계층을 특정 공간으로 몰아넣는 낡은 공공임대 아파트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고, 마침 영구임대 아파트들이 건축 연한 30년을 넘기면서 재건축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들 공공임대 재건축 관련 연구 결과, 빠른 재건축이 쉽지 않다는 결론이 나왔다는 점이다. 2023년 LH토지주택연구원이 발표한 ‘장기공공임대단지의 재정비 및 지역거점화를 위한 중장기 전략’ 보고서에 이 같은 내용이 실려 있다. 이 보고서는 서울 일부 영구임대주택을 재건축하는 전략을 시뮬레이션했는데, 호당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까지 적자가 발생할 수 있으며, 대규모 이주대책을 수립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1998세대가 거주하는 강서구 A단지가 대표적이다.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일부 유휴부지를 순차적으로 활용해 재건축할 경우 3342세대 신규 단지로 ‘증축’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 결과 호당 수천만 원의 적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순차 재건축을 하더라도 1000가구 이상을 인근으로 뿔뿔이 이주시켜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1000가구 넘는 취약계층의 임대주택을 서울 내 인근 지역에서 구해야 하는데, 서울에서도 상대적으로 외곽에 위치한 강서구에서조차 이는 쉽지 않다. 이주까지 고려한 종합적인 대안을 미리 마련하지 않고서는 재건축에 들어가는 게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런데 이 A단지는 이번 9·7 공급대책에 그대로 포함되어 총 ‘3235세대를 공급한다’고 언급되어 있다. 2년 전 보고서에서는 영구임대 아파트의 물리적 노후와 사회적 고립 문제를 체계적으로 풀기 위해 관계 법령을 정비하고 이주대책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제도적인 대안을 만든 뒤에 장기적으로 재건축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이번 대책에서는 공공임대 재건축이 단기적 공급 부족을 풀기 위한 ‘히든카드’로 언급되고 있는 실정이다.

2021년 7월, 철거 작업이 한창인 서울 성북구 장위동 재개발 현장. ⓒ시사IN 조남진

■ 동일한 결론 두고 여야는 대치 중

11월3일 김용범 정책실장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를 통해 “주택공급 관계장관회의를 신설하겠다”라고 밝혔다. ‘주택공급’만을 위한 관계장관회의가 소집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날 김 실장은 “(주택공급이) 국가적으로 제일 중요한” 일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정부 내에서 서울 그린벨트 일부 해제까지도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서울 내 ‘빈 땅 영끌’이다.

임대주택 재건축 문제에서 보듯, 포화상태인 서울에서 주택을 신규 공급하는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난도가 높아지고 있다. 완충작용을 할 ‘약간의 빈 땅’마저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가 목표로 세운 만큼 서울 내 주택공급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정비사업(재건축·재개발)의 활성화가 불가피하다. 정부가 9·7 대책에서 ‘민간 공급 여건 개선’을 내세우며 인허가 기간 단축, 기부채납 부담 완화, 주택공급 자금지원 강화 등을 내세운 것도 재개발·재건축의 속도를 조금이라도 높이려는 의도다.

정부의 바람과 달리, 개별 지역에서 정비사업의 속도를 결정하는 변수는 인허가나 금융지원만 있는 게 아니다. 금리 환경, 공사비 문제, 해당 정비구역의 인구 구성 등이 종합적인 변수로 작동한다. 이해관계 당사자도 과거에 비해 늘었다. 뉴타운 광풍이 불던 2000년대와 달리 지금은 서울 내 노후 주택단지마저 용적률을 최대한 끌어다 쓰는 빌라 단지로 재편되었다. 재건축이 가능한 저층아파트도 얼마 남지 않았다. 고층아파트의 경우 오히려 ‘추가분담금 문제’가 갈등 요소가 된다. 이러한 이유로 고액 분양이 어려운 지역에서는 사업성 문제로 정비사업이 지연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 지점에서 정치권의 ‘공급정책 논쟁’은 공허한 공방으로 이어진다. 여야가 서울 부동산 급등 문제를 두고 대립하고 있지만, 막상 논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두 ‘공급정책에 집중하겠다. 정비사업에 힘을 싣겠다’라는 같은 결론으로 귀결된다. 10월24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상계5재정비촉진구역을 방문한 자리에서 “재개발과 재건축 같은 정비사업을 촉진하는 것이야말로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공급) 대안이다. 그럼에도 10·15 대책은 정비사업을 통한 주택공급의 길마저 막았다”라고 주장했다. 10월21일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재개발·재건축 인허가 기간 단축 등을 정기국회 기간 내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0·15 대책 발표 이후 부동산 관련 발언을 자제하며 당내에 로키(Low-key) 대응을 주문한 상태다. 여야의 전선 가운데 선명한 부분은 ‘수요를 일시정지시킨 10·15 대책의 존재’뿐이다.

대통령실은 서울 내 주택공급을 ‘국가적 사안’으로 여기고, 야당은 주택공급을 명분으로 정부를 비판한다. 부동산을 두고 펼쳐지는 정치권의 기묘한 대치 국면은 대중의 수요, 즉 ‘자산가치가 보전되는 서울 주택을 보유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만들어낸 풍경이다. 이 불안감에 대해 정부는 ‘서울이 아니어도 생존할 수 있다’는 메시지보다 ‘서울에 공급이 늘어날 것이니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는 메시지에 초점을 맞추는 중이다.

정부의 주택정책은 ‘서울 일부 지역에서 주택 가격이 급등하는 문제’에서 비롯됐다. 이는 금리 인상기였던 전임 윤석열 정부에서는 겪지 않은 일이고, 전국 단위로 주택 가격이 모두 오른 문재인 정부의 상황과도 다르다. 오로지 서울로 수요가 몰리는 상황에서 보유세 중심의 세제개편 등 대안은 정부와 여당 내에서 금기시되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상태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당 차원에서 계속 보유세 대책과 선을 긋는 모습이다.

정부는 추가 택지지구를 비롯한 수도권 주택 추가 공급대책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서울 쏠림 문제에 대한 획기적 방안이 없는 한, 공급정책의 난도는 높아지고, 정책에 대한 실망으로 인한 후폭풍도 커진다. ‘공급정책’이라는 승부에 정부가 너무 많은 것을 걸고 있다.

10월15일 구윤철 경제부총리(가운데)를 비롯한 관계 장관들이 10·15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동인 기자 astori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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