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도 찾은 모듈러 주택…'공급 절벽' 대안 될까

내년 전국 입주 물량이 올해보다 20% 이상 줄어들 전망이다. 공급절벽이 가시화되면서 정부는 연내 추가 주택공급 대책 발표를 시사하는 한편 공급 확대를 위한 후속조치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그중 하나가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탈현장건설(OSC)·모듈러 주택 활성화다. 건설현장 안전사고를 줄이고 공기를 단축해 주택공급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관련 제도가 미비해 현장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정부는 특별법을 제정해 제도 공백을 줄인다는 계획이지만 공사비 증가 등은 풀어야 할 숙제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9·7 공급대책 후속조치로 '탈현장건설(OSC)·모듈러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설계·감리·품질관리 등 OSC·모듈러와 관련한 법적 기준을 정립하고 각종 불합리한 규제해소 및 인센티브 지원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공법의 상용화를 위해 OSC·모듈러 생산인증 및 건축물 인증제도 등도 신설한다. 아울러 총 250억원 규모의 연구개발(R&D) 사업을 통해 모듈러 주택의 고층화·단지화 기술 개발을 지원한다. 이를 통해 매년 3000가구 규모의 공공주택을 모듈러 방식으로 발주한다는 구상이다.
모듈러 주택은 공장에서 미리 제작한 주요 구조물을 현장으로 옮겨와 조립하는 방식이다. 주택의 70%가량을 공장에서 만들어 오기 때문에 건설현장의 인력난과 중대재해를 줄일 수 있다. 무엇보다 기존 철근콘크리트 대비 공사기간을 최대 30% 단축할 수 있어 주택을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강점이다.
모듈러 주택은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 시절부터 관심을 가져온 사업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이던 2017년 9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성남형 도시재생사업 수행 업무협약'을 맺고 성남 공공임대주택 확대 방안으로 모듈러 주택 도입을 핵심 과제로 삼았다.
지난 3월 대선 과정에서는 경북 산불 현장이자 자신의 고향인 안동을 찾아 모듈러 주택 등 주거 지원책을 마련하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당시 이 대통령은 "터를 잡고 (집을 새로) 지으려면 너무 오래 걸린다"며 "(지난해) 충청권 수해 때 조립식 모듈러 주택을 활용했는데 빨리 진행하시라"고 했다.
관건은 높은 공사비다. 모듈러 공법 사용시 기존 방식보다 공사비가 약 30% 높아진다. 기본 자잿값이 약 15% 정도 비싼데다, 아직 대량 생산 구조가 갖춰지지 않아 현재로서는 비용 절감 요인이 부족한 탓이다. 지속적인 공공 발주 물량 공급을 통해 민간 투자를 유도하고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야 하지만 시장 초기 단계인 만큼 가격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다.
현재 건설산업 생태계와 현장 중심의 규제도 한계다. LH 관계자는 "모듈러 설계와 제조, 시공을 통합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전문 인력과 제작 공장이 부족하고 제조업 기반의 생태계가 충분히 조성되지 못한 실정"이라며 "또 현행 건설제도가 현장 건설방식을 기준으로 수립돼 있어 공장 제작 비중이 높은 모듈러 공법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의 특별법 제정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제도가 뒷받침되면 현재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고 주택공급 수단을 넘어 건설업이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는 계기도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산업이 확대되는 길이 열리는 만큼 공사비 문제 역시 해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희대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OSC·모듈러 활성화 정책 동향과 제언' 보고서를 통해 "모듈러 등 탈현장 생산방식은 신속한 시설물 공급을 넘어 비효율 개선, 인력 수급, 친환경, 첨단기술 적용 등 산업이 직면한 다양한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며 "자동화 설비 활용을 통한 현장투입 인력 저감으로 숙련인력 부족, 고령화와 청년층 신규인력의 산업 진입 감소 등에 대응 가능한 효과적 대안"이라고 평가했다.
박 연구위원은 그러면서 "탈현장 생산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는 적합한 발주방식, 업역규제 및 분리발주 적용 여부, 주요 부품 자재의 규격화를 통한 생산 프로세스 개선 등을 충분히 반영해 OSC가 공공 중심의 성장 구조에서 민간 시장 활성화로 이어지고 건설산업의 재탄생을 위한 기반 마련에 기여할 수 있도록 특별법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LH 역시 특별법 제정 방향과 관련, "발주제도 개선과 사업성 개선을 위한 인센티브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LH 관계자는 "특히 모듈러 공법은 전기, 통신, 소방 설비가 포함된 모듈을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이지만 현재 전기·통신·소방 공사는 분리발주가 의무화돼 있어 생산성 및 품질 저하를 초래하고 있다"며 "분리발주 예외를 인정하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효정 기자 hyojh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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