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기록’ 평균 68타… 티띠꾼, 소렌스탐 넘었다

대한민국이 월드컵 열기로 뜨겁던 2002년, 미국 골프계는 ‘대사건’으로 시끌벅적했다. 당시 32세인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 LPGA(미 여자프로골프) 투어 최초로 68타대(68.697타) 평균 타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소렌스탐은 이해 무려 11개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며 2001년 자신이 세운 최저 타수 기록(평균 69.421타)을 0.7타 넘게 줄였다. 시즌 11승 기록도 놀랍지만, 전문가들은 다시 평균 68타대 타수를 기록해 소렌스탐을 넘어서는 선수가 나오기 어렵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여자 골프 세계 1위 지노 티띠꾼(태국)이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세워진 ‘전설’ 소렌스탐의 기록을 깨뜨렸다. 2003년생인 티띠꾼은 24일(한국 시각) 끝난 LPGA 투어 시즌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플로리다 티뷰론 GC·파72)에서 최종 합계 26언더파 262타로 우승했다. 이날 기록까지 합산한 결과 티띠꾼은 평균 타수 68.681타로 시즌을 마쳤다. ‘난공불락’으로 여겨지던 소렌스탐의 기록을 23년 만에 0.016타 경신했다.

3라운드까지 2위에게 6타 앞섰던 티띠꾼의 최종 4라운드는 우승 경쟁이 아닌 ‘역대 최저타’ 도전처럼 진행됐다. 이날 3타를 더 줄여야 역대 최저타 기록을 세울 수 있었던 티띠꾼은 전반에는 버디 2개, 보기 1개로 주춤했다. 하지만 후반 첫 홀에서 버디를 잡으며 분위기를 끌어올렸고, 13번 홀(파4)에서 그린 밖에서 친 퍼트가 홀컵에 빨려 들어가며 신기록 조건을 완성했다.

티띠꾼은 마지막 18번 홀에서 버디를 추가하며 최저타 기록에 쐐기를 박았고, 두 팔을 하늘 높이 뻗어 승리를 자축했다. 티띠꾼은 소렌스탐의 기록을 경신한 데 대해 “그저 영광일 뿐”이라며 “그런 기록을 세울 거라고 꿈에도 생각 못 했다”고 말했다. 티띠꾼은 23년 전 소렌스탐처럼 최저타수상과 올해의 선수, 상금왕을 차지하며 3관왕에 등극했다. 올 시즌 3승으로 상금만 757만8330달러(약 111억9000만원)를 기록했다. 이 역시 LPGA 역사상 시즌 최고 기록이다.
티띠꾼은 원래 운동과 인연이 없는 병약한 소녀였다. 감기와 알레르기를 달고 살았다. 가족들도 아버지는 세차장, 어머니는 미용실에서 일하며 생업에 바빠 골프를 모르고 살았다. 몸이 아파 내 집처럼 드나들던 병원에서 의사가 “면역력을 기르기 위해 밖에서 운동을 꾸준히 시켜보라”고 권유한 게 골프 인생의 시작이 됐다. 이후 티띠꾼은 골프와 테니스 중에서 고민하다가 “테니스는 너무 많이 뛰어야 해서 싫다”면서 골프를 선택했다.
부모의 헌신적인 뒷바라지 속에 골프를 시작한 티띠꾼은 열 살 때쯤 “골프를 잘하면 가족들과 여유 있게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2017년 LET(유럽 여자 투어) 타이랜드 챔피언십에서 역대 최연소(14세 4개월)로 정상에 올라 세상을 놀라게 했다. 2022년 LPGA에 데뷔해 첫해 2승을 거두며 신인상을 탔다. 그해 처음 세계 랭킹 1위도 경험했다.

티띠꾼은 기계 같은 일관된 샷으로 LPGA 역사를 새로 썼다. 전문가들은 “콤팩트한 스윙으로 샷에 편차가 적고, 체력 소모를 줄이면서도 똑바로 충분한 거리를 낸다”며 “드라이브샷부터 퍼트까지 약점이 없는 게 최고의 무기”라고 평가한다. 이런 안정성 덕분에 데뷔 2년 차였던 2023년 티띠꾼은 우승 없이 최저타수상인 ‘베어 트로피’를 받았다.
메이저 대회 우승이 없는 게 유일한 흠으로 꼽힌다. 지난 7월 에비앙 챔피언십 때 마지막 2.4m 퍼트를 실패해 손에 다 들어왔던 우승컵을 놓쳤다. 그는 “올 시즌 행복한 순간도, 슬픈 순간도 있었다”며 “시즌 초반 어려움들이 정신적, 신체적으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했다. 티띠꾼은 “오늘 우승을 차지했다고 인생이 바뀌거나 특별해지지 않는다”며 “내일도 난 퍼트와 칩샷을 해야 하고, 그게 나의 삶”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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