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이 북 주민은 인터넷 못 쓰는 것도 모른다니

이재명 대통령이 24일 해외 기자 간담회에서 “대북 방송 왜 합니까, 쓸데없이”라며 “그런 바보짓이 어디 있어요”라고 했다. “요즘 세상에 인터넷 뒤지면 다 나오는데 뭔 대북 단파방송을 합니까, 그것도 돈 들잖아요”라고도 했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대북 확성기 중단, 전단 단속에 이어 국가정보원이 50년간 해오던 대북 라디오·TV 방송도 모두 꺼버렸다.
북한은 주민의 인터넷 사용을 금지하는 세계에서 유일한 곳이다. 싱가포르 데이터 분석 기관에 따르면, 북한의 인터넷 사용자는 1000명 미만이라고 한다. 세계 최하위다. 김씨 일가 등 극소수 특권층만이 인터넷을 쓴다. 연구원 등이 인터넷에 접속하려면 특급 기밀에 접근하는 것과 같은 절차를 거쳐야 하고, 다른 정보를 검색하지 않는지 철저한 감시를 받는다. 탈북민들의 증언이다.
나머지 99.9% 주민은 외부로 연결된 인터넷은 쓰지 못하고 내부 통신망에만 접속할 수 있다. 내부망에는 외부 정보가 하나도 없다. 평양의 외국 대사관 주변엔 휴대전화를 들고 배회하는 주민이 적지 않다고 한다. 혹시 무선 인터넷이 잡힐까 기대하는 것이다.
대북 방송은 인터넷 등 외부 정보와 완전히 차단된 북 주민에게 바깥 소식을 전해주는 유일한 통로였다. 탈북민 상당수가 대북 방송으로 대한민국의 발전상과 자유세계 소식을 접했고 ‘인권’이란 말의 뜻도 알게 됐다. 수용소로 끌려갈 위험을 무릅쓰고 단파 방송을 들었다. 탈출에 성공한 뒤 대북 방송을 한 분을 은인이라며 찾아 나선 탈북민도 있다. 북 주민은 김씨 왕조 비난보다 세상 사는 이야기, 연속극, 정확한 일기예보 등에 더 끌렸다. 한국 드라마 요약본만 보고도 자신들이 속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노무현·문재인 정부도 대북 방송은 끄지 않았다. 그것이 ‘바보짓’이 아니라는 사실은 알았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2020년 ‘반동사상배격법’을 만든 뒤 한국 드라마를 보거나 퍼뜨린 주민을 심하면 처형까지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김정은과 협상을 해보려는 생각 자체는 있을 수 있다. 그런데 대통령이 북한 주민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없다는 초보적인 북한 실상조차 모르면서 대북 정책을 결정하고 있다는 사실에 아연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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