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백·수천 하청 노조와 교섭하라는 노란봉투법 시행령

내년 3월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정부가 관련 시행령을 입법 예고했다. 예고된 일이지만 노사 교섭 기준을 지나치게 완화해 혼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조도 원청 회사와 교섭을 가능하게 했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입법이다. 반발과 비판이 커지자 노동부는 시행령 등으로 보완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시행령을 보니 비판을 수용한 것이 무엇인지 알기 어렵다. 노사 관계에서 있을 수 있는 거의 대부분의 경우에 하청 노조도 원청 회사에 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런 시행령이라면 기업들은 1년 내내 원청·하청 노조와 교섭하느라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1차 협력사가 300여 곳, 2·3차 협력사 등까지 포함하면 8500여 개의 하청 업체를 두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의 1차 협력사만 2420곳, 삼성중공업은 1430곳, 한화오션은 1334곳에 달한다. 이들 하청 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고, 교섭에 응하지 않을 경우 파업을 벌일 수 있다. 글로벌 초경쟁 시대에 기업의 발목을 잡아도 정도가 있어야 한다.
이미 법을 시행하기도 전인데 “원청 기업이 나서라”는 노조 압박이 많은데, 법을 시행하면 전국 사업장에서 어떤 혼란이 벌어질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교섭 단위가 늘어나면 교섭이 오래 걸리고 그 과정에서 갈등이 커지는 것은 상식이다. 원청 노조와 하청 노조도 합의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청 노조 교섭 테이블이 여러 개로 나뉠 경우 이해관계 조정이 훨씬 더 어려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노란봉투법 문제점은 이것만이 아니다. 불법 쟁의 행위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한 것도 하청 노조들의 과도한 행동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노조의 폭력 행위나 작업장 점거 등이 다시 만연할 우려가 있다.
또 이번에 노란봉투법을 만들면서 ‘근로 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까지 노조의 노동쟁의 대상에 포함시켰다. 경영계에서는 인수·합병이나 공장 이전, 해외 투자 등까지 노조 파업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기업은 졸면 죽는 글로벌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정부는 뒤에서 노조 편만 들고 있다.
정상적인 정부라면 내년 시행 전에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보완 입법을 하겠지만 민주당이 응할 리 없다. 막대한 가계 부채, 환율 불안, 부동산 불안, 트럼프 관세, 엄청난 대미 투자 부담 외에 우리 경제에 무거운 짐이 하나 더 올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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