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한·중·일 정상회의 불발’ 공식화…“일 총리 발언 때문”
중국인 관광객 줄어 GDP 감소 전망에도 일 내부선 총리 지지 공고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오른쪽 사진)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끝내 중국 측과 회동하지 못한 데다 당분간 중·일이 정상급 회의를 할 계기도 마땅치 않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양국 갈등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NHK 등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23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G20 정상회의 주요 일정을 마친 후 기자들에게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왼쪽)와 대화할 기회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과의 전략적 호혜관계를 포괄적으로 추진해 건설적이고 안정적인 관계를 구축해 나간다는 방침은 변함없다”며 “일본은 중국과의 대화에 열려 있다”고 했다.
당초 일본 정부는 G20을 계기로 리 총리와 의사소통이 이뤄지면 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정상회의 기념촬영을 위해 다른 3명을 사이에 두고 2m 거리에 섰을 때조차 대화하지 않았다.
당분간 정상들이 참석하는 국제회의 일정이 없고 중국이 일본과의 대화를 거부하고 있어 이른 시일 내에 중·일 정상급 회의가 성사될 가능성은 작다. 일본이 내년 1월 중 자국에서 개최하려는 한·중·일 정상회의도 중국의 불참 선언으로 사실상 무산됐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4일 브리핑에서 “최근 일본 지도자가 대만 문제에 관해 공공연하게 잘못된 발언을 발표해 중·일·한 협력의 기초와 분위기를 훼손했고, 이로 인해 현재 중·일·한 정상회의를 개최할 조건이 갖춰지지 못하게 됐다”고 밝혔다.
아사히는 “일본은 중국과 대화 기회를 모색해 관계 개선을 도모하길 원하지만 정상 차원의 대화 실현은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다카이치 총리가 ‘대만 유사시 자위대 개입 가능성’ 발언을 철회하지 않는 한 만날 수 없다는 입장이고, 일본은 발언을 거둬들이지 않겠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다카이치 내각 내에서는 중·일 갈등이 향후 수년간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일본 외무성 간부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중·일관계 회복에 “최대 4~5년이 걸릴 수도 있다. (갈등은) 아직 정점에 도달하지 않았다”며 “이번 대립의 정도는 2012년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국유화 갈등 때와 같거나 그 이상”이라고 했다.
중국의 압박이 일본 실물경제 악영향과 중국산 희토류 수급 불안정 등으로 이어질 것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로 중국의 일본 여행 자제령에 따라 이날 중국발 일본행 항공편 중 오사카·나고야 등 주요 도시로 가는 12개 노선의 운항이 취소됐다. 일본 민간연구소 노무라소켄은 중국인의 일본 방문 감소로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이 0.36%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아사히는 “경제정책을 최우선 과제로 하는 다카이치 정권에 있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잡지 못하는 것은 큰 타격”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 내에선 중국에 굴복해 총리 발언을 철회해선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이 지난 22~23일 1985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를 보면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 발언에 ‘문제가 있다’고 한 응답자는 약 25%에 그쳤고 50%가량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다카이치 내각 지지율은 65%로, 지난달과 같았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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