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사만 수천곳인데”…산업계 ‘노란봉투법 협상지옥’ 열리나
조선사 하청비중 63% 달해
건설·철강도 협력사 수백곳
교섭단위 나눠질땐 부담 가중
업계 “협상 가이드라인 모호
이대로면 정상 경영 불가능”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시행령 개정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1/24/mk/20251124184502533ubim.png)
내년 3월 시행되는 노란봉투법은 원청 사업자와 하청노조가 직접 교섭하도록 한 내용을 골자로 한다. 기업들이 교섭해야 할 대상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만큼 ‘공통분모’가 있는 하청노조들을 서로 묶어 공동 교섭에 나설 수 있도록 한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문제는 노동위원회가 하청노조 교섭창구를 단일화하는 기준이 지나치게 자의적이라는 점이다. 수천 개 협력사를 하청으로 두고 있는 대기업들은 어떤 기준으로 노조를 묶을지 불분명하다고 토로한다. 교섭단위가 늘어나면 교섭이 지연되고 노조와의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
가령 국내 최대 완성차 업체인 현대자동차는 사내외 협력사가 8500여 곳, 대표 조선 업체인 HD현대는 3900곳에 달한다. 건설업도 원·하청 구조가 복잡하다. 원도급사(종합건설사)가 전체 공사를 수주하고 토목·건축·전기 등 공종별 전문 건설사에 하도급을 주는 ‘3단 구조’가 기본인데 현장당 수십~수백 개 협력업체가 참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년 3월부터는 이들 기업 노조는 원청 기업의 실질적인 지배력을 이유로 직접 교섭을 요구하고 교섭에 응하지 않는 경우 파업에 나설 공산이 크다. 노동위원회가 특정 근로조건에 대해 원청의 실질적인 지배력을 인정하면 원청이 교섭 절차를 진행하도록 한 내용이 시행령에 담겼기 때문이다.
한 기업체 관계자는 “가뜩이나 대표 교섭권을 가진 원청노조와 교섭해도 해를 넘기는 경우가 많다”며 “아무리 교섭단위를 단일화한다고 해도 교섭단위가 수십, 수백 개로 늘어나면 1년 내내 교섭만 해도 부족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교섭창구를 분리하면 교섭단위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 수밖에 없다”며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건설업이 가장 먼저, 가장 크게 타격받는다”고 밝혔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건설 경기가 좋지 않은데 안전 관련 비용은 늘어나고 노동 관련 교섭까지도 최악으로 몰리는 ‘3중고’가 덮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원청노조에서 ‘노노 갈등’이 불거지며 경영 혼선이 가중될 소지 역시 농후하다. 현재 복수 노조가 있는 사업장에선 교섭 대표 한 곳을 정해 사측과 교섭하도록 돼 있다. 재계에선 교섭권이 없는 원청노조가 하청노조처럼 교섭권을 달라고 요구하며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원청 업체와 하청노조 간 교섭은 원청 사용자의 사업장을 기준으로 교섭창구 단일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를 명확히 하는 시행령 개정을 별도로 하지 않았다”며 “향후 법적 분쟁이 지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영계는 교섭창구 단일화 과정을 더욱 객관적인 기준으로 정하도록 정부에 입장을 전달하겠다는 계획이다.
4대 그룹 관계자는 “어디까지 교섭해야 하는지 정부 가이드라인이 불명확하다”며 “이대로라면 경영 마비 상태가 올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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