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어려운 중국 황토고원의 '변신'…AI 시대에 뜬 이유 [르포]
"중국 구리 채굴 산업의 중심이었던 바이인시는 이제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산업에 구리 소재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지난 19일 방문한 중국 서부 간쑤성의 광산도시 바이인시. 시 관계자는 '구리의 도시'라는 별명을 가진 이 도시가 과거 간쑤성의 경제를 지탱한 곳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시 관계자는 "1956년 바이인시에서 구리광이 발견됐고 이를 채굴하기 위한 법인인 바이인공사가 설립되며 채굴이 본격화됐다"고 말했다.

1949년 신중국 건국 후 모든 게 부족했던 당시 바이인시의 구리 채굴은 국가 경제에 큰 보탬이 됐다. 무엇보다 구리는 전기·기계·건축에 두루 사용되는 소재인 만큼 인프라 산업 기여도가 높았다. 구리광산 발견 후 약 30년간 바이인시는 중국 구리 생산의 60%를 담당했다. 황토고원과 사막으로 둘러쌓인 간쑤성, 그리고 바이인시는 중국 인프라 구축과 고용의 핵심 축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1988년 바이인시 주력 노천광산의 구리가 고갈되자 도시엔 위기가 찾아왔다. 후속 지하광산이 발견돼 지금도 연간 약 36만톤이란 적지않은 규모의 구리가 채굴되지만 더 이상 바이인시는 중국의 핵심 구리 산지가 아니었다.
간쑤성과 바이인시는 새 돌파구를 주거에 불리한 지역 자연환경에서 찾았다. 끝없이 이어진 황토고원과 사막에선 1년 내내 강한 태양이 비추고 바람이 불어온다. 때문에 인구밀도도 중국에서 시짱(西藏), 신장(新疆)에 이어 가장 낮다. 이 같은 환경은 태양광과 풍력발전에 더할나위 없이 좋은 조건이었다. 낮은 인구밀도 덕에 대형 발전설비 설치와 송전망 연결도 수월했다.
2009년부터 간쑤성 둔황, 위먼 등 지역을 시작으로 태양광과 풍력 발전설비가 집중적으로 건설됐다. 바이인시 관계자는 "재생에너지 설비라는 새로운 구리 수요가 발생하며 전기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구리는 셀과 인버터, 집전변환장치까지 이어지는 태양광 발전의 모든 전력흐름 접속부 소재로 투입되기 시작했다. 구리는 풍력 발전기의 고정자, 회전자, 내부 연결선, 제어선 등의 핵심 소재로도 사용됐다. 특히 대당 규모가 큰 풍력 터빈엔 1MW(메가와트)당 2~5톤의 구리가 사용됐다.

특유의 자연환경과 풍부한 구리를 지렛대로 간쑤성은 중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대표 도시로 발돋움했다. 2025년말 기준 간쑤성의 태양광과 풍력 설치발전용량은 약 75.2GW(기가와트)로 원전 75개 규모다.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현재 간쑤성 전체 설치발전용량의 약 74%를 차지한다. 낮은 생산원가를 바탕으로 전력 가격도 낮게 유지된다. 최근 산업용 전력단가는 약 0.4위안/㎾h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 주요 도시 평균 산업용 전력단가보다 약 35% 낮은 수준이다.
간쑤성은 또 한차례 변신을 준비 중이다. 간쑤성 동부 끝자락에 위치한 칭양시에 약 11.3㎢로 마련된 '칭양 동수서산 빅데이터센터(이하 칭양 빅테이터센터)'는 이 지역의 값싼 전력을 바탕으로 대규모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 중이었다.
2021년 간쑤성이 중국 '동수서산(東數西算·중국 동부 지역의 데이터를 서부 지역에 가져와 처리)' 프로젝트의 핵심 지역으로 선정된 후 마련된 칭양 빅데이터센터는 베이징과 상하이, 광둥성 등 연해 주요 지역에서 발생한 데이터 처리 수요를 소화하고 있다. 이는 데이터·연산·전력·네트워크의 통합을 중심으로 한 중국 인공지능(AI) 육성 전략의 한 축이기도 하다. 이곳엔 진회데이터그룹과 저장중합 등 중국의 핵심 데이터센터 운용 기업은 물론 영상 플랫폼 기업인 콰이쇼우와 인공지능(AI)·빅데이터 솔루션 기업 수도온라인이 입주해 있다.
한편 간쑤성 발전개혁위원회에 따르면 칭양 빅데이터센터의 컴퓨팅 파워 규모는 초기 1만P(1P는 초당 약 1000조 번의 연산 처리를 뜻함)에서 올해 5만1000P를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징(중국)=안정준 특파원 7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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