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유럽 최강 군대’ 향해 재무장 가속… 징병제 부활 초읽기
2035년까지 병력 확대·전력 강화 추진
러·미 변화 속 유럽 안보축 재편 시험대
독일이 러시아의 위협과 미국 외교 정책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군사력 강화 계획을 본격화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올해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재래식 군대를 만들겠다”고 선언했고, 연정은 최근 새로운 징병법안에 합의했다. 독일군은 수십 년간 예산 부족과 인력난에 시달려 왔지만 정부는 2035년까지 현역 병력을 26만명, 예비군을 추가로 20만명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23일(현지 시각) CNN에 따르면 새 계획은 우선 자발적 입대를 늘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군 복무자 월급은 기존보다 450유로 오른 2600유로(약 300만원)로 인상됐고, 복무자에게 추가 수당과 교육 혜택도 제공된다. 그러나 지원자가 충분치 않을 경우 정부는 강제 징집을 재개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됐다. 내년부터 모든 18세 남성은 ‘군 복무 의향조사’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하며, 2027년부터는 건강검진도 의무화된다.
독일 정치권은 어떤 형태의 징병제가 적절한지 논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추첨을 통해 젊은 남성을 선발하는 ‘로터리 징병제’도 논의됐지만,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국방장관은 이 방안을 철회했다. 그는 “징집보다 입대 매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인센티브 중심 모델을 선택했다. 새 법안은 독일 의회 표결을 거쳐 내년 1월 1일 발효될 예정이다.
정책 변화 배경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높아진 안보 불안이 있다. 독일 국방부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2029년 전까지 러시아의 직접적 공격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 역시 독일이 지리적으로 유럽 중앙에 위치한 만큼 재래식 방위의 핵심국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국제문제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미나 올랜더 연구원은 “계획이 현실화되면 유럽 안보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사회적 논란도 적지 않다. 독일 좌파 정당과 젊은층은 징병제 부활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좌파정당 디 린케 지지층의 80%가 의무 징병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다수의 1020세대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국가 방위가 중요하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전쟁에 참여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올해 독일의 양심적 병역거부 신청은 2011년 이후 최다치를 기록했다.
독일군의 만성적 약화는 오랜 역사에서 비롯됐다.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군사비는 국내총생산(GDP)의 2% 이하를 유지했고, 나치 시대 트라우마로 군사력 강화 자체가 사회적 금기였다. 그러나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독일은 태도를 바꿨다. 당시 올라프 숄츠 총리는 “역사의 전환점”을 선언하며 1000억 유로(약 1700조원) 규모의 국방기금을 조성했다. 메르츠 총리는 이를 더욱 가속해 “NATO 목표를 충족하는 강군”을 약속했다.
독일은 이번 개혁을 통해 유럽 안보 체계에서의 역할이 확대될지, 혹은 젊은층의 반발로 제도가 다시 흔들릴지 검증받는 국면에 들어서게 됐다는 의견이 나온다. 피스토리우스 장관은 “군이 강할수록 전쟁 가능성은 줄어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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