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피난 간 우크라인, 스모 대회 우승···기적의 뒤엔 일본인 스승의 배려 있었다
러 침공으로 독일 피난 중 연락, 일본 정착 도와

전쟁을 피해 일본으로 건너온 우크라이나인이 일본스모협회가 여는 프로 스모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해 화제다. 그의 극적인 성공 뒤에는 입국과 훈련을 도운 일본인 코치의 배려가 자리해 있었다.
24일 마이니치신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출신 아오니시키 아라타(우크라이나 이름 다닐로 야브후시신·21)가 전날 후쿠오카국제센터에서 열린 일본스모협회 주최 공식 대회 결승전에서 스모 최고 등급 장사(요코즈나)인 호쇼류 도모카쓰(26)를 꺾고 우승했다.
일본 프로 스모 대회에서는 이미 몽골 등 외국 출신 선수가 많이 활약 중이다. 다만 아오니시키는 스모 대회에서 우승한 첫 우크라이나 출신이란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일본 스모 차상위 등급 선수 목록에 ‘역대급’ 빠른 속도로 오른 것도 이목이 쏠리는 요인이다.
아오니시키가 일본에 온 것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계기였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그해 초 가족과 함께 독일로 피난해 있던 아오니시키에게 일본 간사이대 스모부 코치 야마나카 아라타가 “거긴 괜찮냐”고 연락을 보냈다. 그리고 며칠 뒤 아오니시키가 야마나카 코치에게 “일본으로 피난을 갈 수 없겠느냐”고 물었다.

앞서 두 사람은 2019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세계 주니어 선수권 대회 때 인연을 맺었다. 야마나카 코치가 먼저 복도에서 “몇 살이냐”고 말을 걸었다. 그는 경기 중 아오니시키의 강한 다리와 허리, 상대 선수를 배려하는 인성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고등학생도 출전하는 세계 대회에서 중학생 나이였던 아오니시키가 거둔 성적은 세계 3위였다. 이후 야마나카 코치가 먼저 SNS로 연락했고, 아오니시키가 스모 종주국 코치에게 이것저것 질문하면서 인연을 이어가게 됐다.
이후 2022년 봄 야마나카 코치의 지원 덕에 일본을 찾은 아오니시키는 간사이대 스모부에서 실력을 키워 갔다. 야마나카 코치의 부모가 아오니시키의 신원 보증을 서고 비자 취득을 도왔다. 야마나카 코치는 아오니시키에게 스승이자 형제 같은 존재였다. 아오니시키가 스모 선수로서 경기장에서 쓰는 예명인 시코나 뒷부분 ‘아라타’는 야마가타 코치의 이름을 따라 지었다.
그렇게 일본에서 3년 반 시간이 흘러, 아오니시키는 공식 스모 대회에서 우승 트로피를 거머 쥐었다. 아오니시키는 우승 당일 기자회견에서 “우승하고는 싶었지만, 할 수 있다는 생각은 잘 하지 않았다”면서 기쁨을 표했다.
우크라이나 현지에서는 아오니시키의 우승을 기뻐하는 반응이 속속 나왔다. 스모 팬인 올렉산드르 카시야넨코는 “전쟁 중 승리의 의미는 아무리 평가해도 부족하다”며 “아오니시키는 우리에게 기쁨과 웃음을 줬다”고 아사히에 말했다.
아오니시키가 우승하는 순간을 TV로 지켜 본 야마나카 코치는 긴장과 불안감이 역력한 표정으로 배낭과 캐리어 가방을 든 채 간사이 국제공항에 내렸던 소년 아오니시키의 모습이 화면에 겹쳤다고 산케이신문에 말했다.
야마나카 코치는 “(아오니시키로부터) 전쟁 때문에 대학에 다닐 수 없게 됐다는 말을 들었다. (그는) 꿈을 좇기 위해 가족과 떨어져 일본에 왔지만, 종종 쓸쓸한 얼굴을 했다”며 아오니시키와 전쟁 이야기는 특별히 한 적이 없다고 아사히에 회상했다. 그리고 말했다.
“그때(2022년) 그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면 모든 게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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