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기술을 향한 고민…인천아트플랫폼 ‘의문의 AI 展’

박기웅 기자 2025. 11. 24.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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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욤 포르 作 ‘에코’. 인천아트플랫폼 제공


프랑스해외문화진흥원은 지난 2020년부터 매해 11월 디지털을 주제로 한 예술행사 ‘디지털 노벰버’를 열고 있다. 전세계 70여개 국가·130여개 도시에서 동시에 열리며, 우리나라는 인천·서울·광주에서 열리고 있다.

진흥원은 2025년 디지털 노벰버 주제로 ‘인공지능(AI)’을 선정했다, 서울과 광주는 각각 ‘메타 센싱-감지하는 공간 展’과 ‘국제 포럼’을 준비한 가운데, 인천은 중구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의문의 AI 展’을 준비했다. 한국을 비롯해 프랑스·대만·싱가포르 등 4개 국가·9명 작가가 참여, AI라는 새로운 기술을 향한 고민들을 선보인다.

#1. AI를 탐구하다

참여작가 다프네 난 르 세르장은 AI의 기반이 되는 반도체의 역사를 탐구했다. 반도체산업 대표국가인 한국·일본·대만을 방문해 기술발전의 궤적을 카메라에 담아냈다. 영상작품 ‘실리콘 섬과 전쟁’을 통해, 관객들은 일상 속 스며든 AI가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했는지 돌아볼 수 있다.

김은설 작가는 AI의 특징을 탐구하던 중, 인간과의 유사성을 발견했다. 청각장애를 가진 작가는 언어를 익힘에 있어 다른 여러 사람의 입모양을 참고하는데, 이것이 수많은 외부 데이터를 받아들여 학습하는 AI와 닮아있다 느꼈다. 이에 작품 ‘청각장애 인공지능 학습 #2’를 통해 관객들이 AI의 학습방식을 이해함과 더불어 친근함을 느끼도록 한다.

김은설 作 ‘청각장애 인공지능 학습 #2’. 인천아트플랫폼 제공


#2. 한계를 지적하다

몇몇 작가는 자신이 만든 AI 예술 작품을 통해 되레 그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다. 다비드 파티 작가는 작품 ‘화이트 큐브 콜라주’에서 “기계가 유령을 필요로 한다”고 말한다. AI(기계)가 만들어낸 예술은 새로운 창작이 아닌 종전 예술(과거의 유령)을 모아 재구성한 것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또 이러한 방식은 예술을 해방시키기보다는 종전 관습을 더욱 견고히 할 수 있음을 경고하기도 한다.

김민정 작가의 ‘모든 삶을 위한 라이브 비디오’는 불꽃놀이를 AI로 재현한 영상작품이다. 작가가 과거 백린탄 영상을 보고 불꽃놀이로 착각했던 것처럼, 관객들도 실제 같은 불꽃놀이 영상을 보며 현실과 허구의 혼동을 경계할 것을 일깨운다. 심플 누들 아트 & 샨보이 첸 작가는 AI를 이용해 자신이 그린 그림과 유사한 이미지를 대량 생성해 전시했다. 작품 ‘프롬프트:듀프 아트’를 통해 예술이란 무엇인지, 또 어디까지를 창작으로 인정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

호 루이 안 작가는 실제 영상과의 비교를 통해 AI가 지닌 한계를 드러내 보이기도 했다. 작품 ‘역사의 형상들과 지능의 토대’에서 식민지배 관련 영상을 상영하는 동시에, 내레이션을 토대로 AI가 재구성한 영상을 병치했다. 관객들은 두 영상을 직접 비교해봄으로써 AI가 실제를 따라할지언정, 그 속에 담긴 역사성 등 맥락은 완벽히 재현할 수 없음을 알게 된다.

호 루이 안 作 ‘역사의 형상들과 지능의 토대’. 인천아트플랫폼 제공


#3. 인간의 주체성을 강조하다

또 다른 작가들은 관객참여작품을 통해 AI 일상 속에서 인간의 주체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기욤 포르 작가의 ‘에코’는 관객이 자그마한 방에 들어가 스스로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설치작품이다. 메아리라는 제목처럼 관객이 말한 것을 그대로 녹화해 마치 AI가 답하는 듯 되돌려주는 형태다. 돌아오는 답변을 마주한 관객은 초반 신기해 하면서도, 점차 답하는 주체가 AI가 아닌 스스로임을 깨닫고 내면에 집중하는 시간을 갖는다.

프랑수와 벨라바스 작가의 ‘프로토마톤’은 촬영된 관객 모습을 토대로 AI가 다양한 이미지를 생성하는 장치다. 관객이 버튼을 선택해 누르면, 각각의 버튼에 맞는 프롬프트(지시문)가 입력돼 그에 맞는 이미지가 출력된다. 관객은 ‘누르는 행위(프롬프트 입력)’을 통해 AI 기술을 활용하는 주체는 인간 자신임을 다시금 인지하게 된다.

염인화 작가의 ‘솔라소닉 밴드’는 대기·빙하 등 기후위기영역을 배경으로 공연하는 밴드멤버가 되는 참여작품이다. 관객이 화면 앞 놓인 악기를 연주하면 파형이 화면에 나타나는 식으로 합주에 참여할 수 있다. 작가는 이를 통해 문명이 환경이 미치는 영향을 경고하는 한편, 발전된 기술을 활용해 기후위기에 함께 대응할 수 있다는 메시지도 전한다.

23일 인천아트플랫폼 ‘의문의 AI 展'에서 한 관객이 염인화 作 ‘솔라소닉 밴드’를 체험하고 있다. 박기웅기자


인천아트플랫폼 관계자는 “이번 전시를 기획함에 있어 AI가 만든 신기하고 화려한 이미지를 선보이기보다는,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보고 공존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인천아트플랫폼의 ‘의문의 AI 展’은 오는 2026년 2월1일까지 시민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인천아트플랫폼 ‘의문의 AI 展’ 포스터. 인천아트플랫폼 제공


※ 이 기사는 인천문화재단과 경기일보 공동 기획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박기웅 기자 imkingkk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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