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일 갈등, 한국도 외교적 부담…“한·중·일 정상회의 개최 위해 지속 소통할 것”

정희완 기자 2025. 11. 24.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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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일 갈등 장기화 조짐…봉합 계기 마련은?
한·중·일 정상회의 내년 1월 개최 어려울 듯
“한쪽 편을 드는 모습 비칠 우려…신중해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달 31일 경주에서 열린 중·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과 일본의 갈등이 한·중·일 3국 협력에도 악재로 작용하는 등 그 여파가 한국에도 미치고 있다. 중·일 대립이 대만 문제에서 촉발된 만큼 한국이 양국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국이 중·일 관계를 적절히 관리하는 등 신중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24일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 여부를 두고 “적절한 시기에 차기 정상회의가 개최될 수 있도록 의장국인 일본 측 및 중국 측과 지속 소통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중·일 정상회의는 2008년부터 3국에서 번갈아 개최됐고 이번엔 일본에서 열릴 차례다.

일본은 내년 1월 정상회의 개최 방안을 한국과 중국에 타진했다. 한국은 긍정적인 입장이었으나 중국은 최근 응할 수 없다는 의사를 한·일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관련 발언을 문제 삼았다. 다카이치 총리가 지난 7일 ‘대만 유사시 자위대가 개입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한 뒤 촉발한 중·일 갈등이 한·중·일 3국 관계에도 악영향을 끼친 것이다.

한·중·일 정상회의는 주로 경제 분야 등 실질 협력을 도모하는 협의체이다. 북한 등 안보 문제도 다룬다. 3국 협력 증진 외에도 미·중 전략 경쟁과 동북아시아의 진영화 우려 속에서 역내 긴장을 완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한·중·일 정상회의가 계획대로 내년 1월에 성사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정상회의 개최를 위해선 중·일 간 갈등을 봉합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돼야 하는데, 중국은 이번 문제를 국제기구 차원에서도 제기하는 등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기 때문이다.

황재호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글로벌전략협력연구원장)는 “현재 중·일은 서로가 물러서기가 힘든 상황”이라며 “중·일이 12월까지 갈등을 봉합한다고 해도 내년 1월에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아무렇지 않게 만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이 중·일 사이 중재자로 나서기도 여의치 않아 보인다. 이번 갈등의 발단은 중국이 핵심 이익으로 여기는 대만 문제이다. 중국은 대만 문제에 제3국이 개입하는 걸 극도로 경계하고 반발해왔다. 또 다카이치 총리가 중국의 요구대로 대만 관련 발언을 철회한다면 정권의 입지가 흔들리는 등 일본 국내 정치 문제도 얽혀 있다.

미국은 이번 중·일 갈등에서 일본 쪽을 지지하는 모습이다. 한국은 한·미·일 협력 강화를 대외 정책 기조로 내세우고 있으며, 대만 문제를 두고도 “일방적 현상 변경 반대” 등 큰 틀에서는 미·일과 같은 입장을 공유한다. 한국은 다만 중국과의 관계 발전도 중시하면서 중국을 지나치게 자극하는 언행은 자제하고 있다. 향후 중·일 갈등의 전선이 확대해 한국이 대만 문제를 둘러싼 입장 표명을 요구받는다면 외교적으로 난처한 상황에 놓일 우려도 있다.

이동률 동덕여대 교수는 “한국이 중·일 사이에서 자칫하면 한쪽 편을 드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어서 섣불리 개입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중국은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를 통해 냉전적인 대립 구도를 희석할 수 있어서 이 회의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며 “한국이 큰 틀에서 한·중·일 정상회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등 3국 회의를 통해 중·일 문제를 논의해보자는 식으로 접근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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