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의무 없어도 동결”... 바이낸스, 한국 보이스피싱 계좌 추적 ‘골든타임’ 사수

안갑성 기자(ksahn@mk.co.kr) 2025. 11. 24.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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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들은 사기라는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자금을 거꾸로 돌리거나 9개의 지갑을 거쳐 세탁을 시도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끝까지 추적해 4700만달러(약 700억원)를 동결했습니다."

24일 서울 서대문구 피알브릿지 라운지에서 열린 '바이낸스 제2회 BBS'에서 김민재 바이낸스 전문조사관은 이른바 '돼지도살(Pig Butchering)' 스캠 조직의 자금을 동결한 사례를 소개하며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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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낸스, 제2회 BBS서 수사 협력 성과 공개
상반기 韓 수사기관 요청 740건 달해
“경찰 요청 1년새 40% 급증”
돼지도살 스캠, 지갑 9개 거쳐 세탁
700억 동결 성공은 민관 공조 덕분
통신사기피해환급법 개정안 논의 속
가상자산 거래소 자발적 조치 주목
24일 서울 서대문구에서 열린 ‘바이낸스 제2회 BBS’에서 바이낸스 수사팀 관계자가 아시아태평양 지역 투자 사기 조직의 자금 동결 성공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이날 바이낸스는 약 700억원 규모의 사기 피해 자금을 동결했다고 밝혔다. [사진=안갑성 기자]
“범죄자들은 사기라는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자금을 거꾸로 돌리거나 9개의 지갑을 거쳐 세탁을 시도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끝까지 추적해 4700만달러(약 700억원)를 동결했습니다.”

24일 서울 서대문구 피알브릿지 라운지에서 열린 ‘바이낸스 제2회 BBS’에서 김민재 바이낸스 전문조사관은 이른바 ‘돼지도살(Pig Butchering)’ 스캠 조직의 자금을 동결한 사례를 소개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행사는 바이낸스가 글로벌 가상자산 범죄 트렌드와 한국 수사기관과의 공조 성과를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 “한국 수사기관 요청, 올 상반기에만 740건... 전년 대비 40% 급증”
검사 사칭 보이스피싱 조직의 자금 흐름도. 바이낸스 전문 조사팀은 자체 조사를 통해 피해 자금이 여러 단계를 거쳐 세탁되는 과정을 추적하고, 연관된 지갑 주소 44개를 분석해 수사기관에 제공했다. [사진=안갑성 기자]
김 조사관은 경찰 출신의 베테랑으로, 현재 바이낸스 내 금융범죄 컴플라이언스 부서에서 활약하고 있다.

그는 “작년 한 해 전 세계에서 접수된 수사 협조 요청은 6만 5120건에 달하며, 한국의 경우 올해 상반기에만 740건의 요청이 들어왔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약 40% 증가한 수치로, 국내 수사기관들의 가상자산 추적 역량 강화와 교육 효과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이날 공개된 ‘아시아태평양 투자 사기 자금 동결 사례’는 가상자산 거래소의 수사 협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결정적 장면이었다.

바이낸스 측은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 등 분석 업체와 협업하여, 범죄자들이 신뢰를 쌓은 뒤 자금을 탈취하는 로맨스 스캠 조직의 자금 흐름을 온체인 데이터로 분석했다.

김 조사관은 “범죄 수익이 5개의 최종 지갑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고 즉시 동결했다”며 “공공과 민간의 협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성과”라고 강조했다.

◆ 납치 피해자 구조부터 검사 사칭까지... ‘골든타임’ 확보 총력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 솔루션을 활용한 자금 흐름 추적 방식. 복잡하게 얽힌 가상자산 이동 경로를 시각화하여, 범죄 수익이 최종적으로 모이는 ‘중앙 집권형 지갑’을 식별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사진=안갑성 기자]
단순 자금 동결을 넘어 인명 피해를 막은 긴급 공조 사례도 소개됐다.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이 납치되어 몸값을 요구받은 사건에서, 바이낸스 수사팀은 범죄 연루 의심 지갑 7개를 신속히 분석해 경찰에 제공했다.

비록 직접적인 범인 검거로 이어지진 않았으나, 피해자는 무사히 귀환할 수 있었다. 김 조사관은 “생명과 신체에 위협이 닥친 경우, 영장 없이도 긴급하게 정보를 제공해 골든타임을 확보하는 것이 우리의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최근 기승을 부리는 ‘검사 사칭 보이스피싱’ 사건에서도 바이낸스는 자체 조사를 통해 연관 지갑 44개를 분석, 경찰에 보고서를 제공하며 수사를 지원했다.

◆ 법적 공백에도 ‘선제적 동결’... 제도화 필요성 대두
캄보디아 납치 사건 관련 긴급 요청 사례 발표. 바이낸스는 납치 등 생명과 직결된 위급 상황 발생 시, 영장 발부 전이라도 수사기관과 협력해 범죄 연루 계정을 추적하는 긴급 대응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안갑성 기자]
이날 질의응답 세션에서는 최근 정치권과 금융당국에서 논의 중인 ‘통신사기피해환급법’ 개정안에 대한 이슈도 다뤄졌다. 현재 국내법상 가상자산 거래소는 보이스피싱 의심 계좌를 즉시 동결할 법적 권한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김 조사관은 “법적 의무가 없더라도 범죄 연루가 확실시되면 임의적으로 동결 및 수사 협조를 진행해왔다”고 답했다.

그는 “미국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의 제재 리스트를 매일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이상 거래 감지 시 이용자에게 자금 용도와 상대방을 확인하는 등 엄격한 절차를 운영 중”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이번 행사가 글로벌 1위 거래소인 바이낸스가 한국 시장 내 규제 준수 의지를 피력하고, ‘그림자 금융’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한 적극적인 행보로 해석하고 있다.

바이낸스 측은 “최종 목표는 범죄자들이 ‘바이낸스를 쓰면 잡힌다’는 인식을 갖게 하여 아예 우리 플랫폼을 이용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강력한 범죄 근절 의지를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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