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경쟁사 차보험 가입하세요" 권하는 현실
보험료 인상 가능성도 요원
기후변화 등 손해율 악화 요인만 산적
"이제 막 면허 따고 차 샀어요. 자동차 보험 어디가 좋아요?"
"우리 말고 OOO 보험사(경쟁사)가 좋아요"
한 손해보험업계 관계자가 최근 사석에서 겪은 이야기입니다. '농담'이었겠지만 그야말로 '웃픈' 현실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자동차보험은 보험사별로 상품의 차이가 크지 않아 보험료가 적은 상품을 추천하면서도 굳이 자사의 상품을 적극적으로 내세우지도 않는데요. 특히나 갓 운전면허를 딴 초보 운전자라면 더욱 그렇다는 겁니다.

적자에 보험료 인상도 요원
손보사들이 경쟁사의 차보험 가입을 권할 만큼 차보험을 꺼리는 것은 돈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돈을 벌기는커녕 적자 사업이 됐습니다.
3분기 주요 손보사(삼성·메리츠화재, DB·한화·KB손해보험)들은 차보험에서 3347억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했습니다. 6개사 모두 적자였는데요. 차보험료 인하와 함께 자동차 정비수가 인상, 호우와 폭염 등 자연재해로 인한 사고 증가 등에 따른 손해율 악화가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입니다.

손보사 입장에선 차보험에서 돈을 벌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적자를 떠안지 않으려면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한데요. 하지만 의무보험인 차보험은 물가 상승률에 반영돼 보험사 자체적으로 인상이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보험료 인상은 금융당국 통제 아래 있고, 2022년 이후에는 상생금융 일환으로 보험사들은 보험료를 해마다 인하했습니다.
손보사들의 차보험 적자 등을 감안하면 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한데요. 그럼에도 손보사들이 원하는 수준까지 인상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내년 지방선거 등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차보험료 인상은 서민 경제에 부담이 되기 때문이죠.
정부와 손보업계도 차보험에서의 보험금 누수 등 악화되는 손해율을 막기 위해 다양한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최근 보험업계는 자동차 정비업계와 수리비 산정 투명화를 위한 상생 협약을 맺었습니다.
정부는 그 동안 합의금 명목으로 관행적으로 지급됐던 향후치료비 지급의 근거와 기준을 마련하는 내용을 포함한 차보험 개편안을 내년부터 적용한다는 계획입니다. ▷관련기사: 차 수리비 과잉청구 막아도…손해율 개선 효과 '글쎄'(11월12일), 손해율 '악화일로' 차보험, 보험금 누수 막으면 나아질까(9월29일)
손보업계에선 제도 개선을 통해 새는 보험금을 줄이면 손해율이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요. 다만 어느정도 효과가 있을지는 예측이 어렵습니다. 결국 보험료를 얼마나 인상할 수 있을지가 관건인 셈이죠.
이상기후까지…악재만 산적
줄어든 보험료와 보험금 지급 증가로 인한 손해율 악화가 차보험 적자의 구조적 원인이라면 외부 악재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이상기후에 따른 차량 피해인데요.
올 여름에도 집중 호우로 인한 침수차 등으로 7~8월 차보험 손해율이 일시적으로 급등하기도 했죠. 손보업계에선 여름철 집중 호우도 있지만 겨울철 폭설 등으로 인한 피해가 더 커 차보험 손해율은 갈수록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보험업계에서도 이 같은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보험연구원의 '폭설·한파 등 기후변화의 자동차보험에 대한 영향' 리포트에 따르면 여름철 기온이 높아지고 겨울철 강설일수가 늘면서 여름과 겨울철 자동차 사고가 대물 배상을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는데요.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과 강설일수 증가는 사고발생률 상승으로 차보험 손해율을 악화시키고, 사회적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처럼 자동차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차보험의 중요성도 커지는데요. 또 차보험은 의무보험인 만큼 보험 가입자들의 삶과도 밀접한 상품입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차보험에서 적자가 지속되면 신규 보장 등 보험사들의 신상품 경쟁도 줄어들고 이는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적자가 지속되고 손해율은 악화되는 차보험, 판매를 늘리는게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는 보험사들의 현실도 무시할 수 없어 보입니다. 그렇다고 보험료 올리는 것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보험사도 금융당국도 더 깊은 고민과 해법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노명현 (kidman0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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