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우크라이나, 제네바에서 고위급 평화회담... “논의 상당한 진전”
‘나토 미가입·중립화’ 무게
트럼프 ‘28개항 평화 구상’ 급물살
병력·영토 세부안 조율
‘우크라이나 평화 구상안’을 둘러싸고 미국과 우크라이나, 유럽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치열한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엄청난 진전(tremendous progress)”이라고 자평할 만큼, 냉담했던 협상장 기류는 시간이 지나면서 급변하고 있다. 하지만 병력 규모와 영토 문제, 러시아 동결 자산 처리 같은 핵심 쟁점을 두고 미국과 우크라이나 대표단은 여전히 살얼음판 같은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4일(현지시각) 로이터와 BBC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과 우크라이나 대표단은 23일 제네바 미 대표부에서 만나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28개 항목 평화 구상안(28-point plan)을 놓고 마라톤협상을 벌였다. 회담 직후 루비오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우크라이나 평화 협정을 마무리하기 위한 논의에서 엄청난 진전을 이뤘다”며 “일부 쟁점은 결론에 근접했다”고 밝혔다.

협상 초반 분위기는 싸늘했다. 회담 직전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우크라이나 지도부를 향해 “미국의 종전 노력에 대해 ‘고마움(gratitude)’을 전혀 모른다”고 비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기민하게 이 비판에 대응해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그는 즉각 엑스(X·옛 트위터)에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의 지원에 깊이 감사한다”며 몸을 낮췄다. 그러면서도 “평화는 품위가 있어야 한다(peace must be dignified)”고 덧붙였다.
이후 기류는 급반전됐다.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 후 “대통령이 현재 진행 상황에 대해 꽤 기뻐하고 있다(quite pleased)”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 역시 “미국 측 제안에 우크라이나의 국익과 관점이 반영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며 협상장 밖 지원 사격에 나섰다.

가장 큰 쟁점은 우크라이나 군사력 제한 규모다. 로이터가 입수한 문서에 따르면 미국 측 초안은 우크라이나군 병력을 60만 명으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러시아와 다시 맞붙을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려면 군사력을 축소해야 한다는 논리다.
유럽과 우크라이나 측은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유럽 대표단은 자체 수정안을 통해 평시 기준 80만 명 유지를 역제안했다. 이는 미국의 안보다 20만 명이나 많은 규모다. 사실상 미국 측 안보 공약만으로는 러시아 재침공을 막기 어렵다는 유럽 측 현실 인식이 깔려 있다.
영토 문제도 중요 쟁점 가운데 하나다. 트럼프 구상안은 우크라이나가 동부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 지역 전체를 러시아에 양보할 것을 요구한다. 사실상 영토 포기를 강요하고 있다. 반면 유럽 측은 “영토 교환 협상은 현재 전선(front line)을 기준으로 시작해야 한다”며 돈바스 전체 포기는 불가하다고 맞섰다.
전후 복구 비용을 둘러싼 셈법은 더 복잡하다. 미국은 서방에 동결된 러시아 자산 중 1000억 달러를 우크라이나 재건과 투자 사업에 쓰되, 발생 수익 50%를 미국이 가져가는 안을 제시했다. 철저히 비즈니스적인 접근이다.
반면 유럽은 “러시아가 전쟁 배상을 완료할 때까지 자산을 묶어두고, 그 자산을 우크라이나 재건 비용으로 전액 활용해야 한다”며 미국 측 수익 공유 제안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우크라이나 나토(NATO) 가입 문제는 일단 ‘가입 금지’ 쪽으로 가닥이 잡히는 분위기다. 대신 미국과 유럽은 나토 집단방위와 유사한 형태로 별도 안보 보장 장치를 마련하는 절충안을 찾고 있다.
유럽 측은 나토 병력을 우크라이나에 영구적으로 주둔하는 안건은 배제했다. 대신 폴란드에 나토 전투기를 배치해 간접적인 억지력을 확보하자고 제안했다. 루비오 장관 역시 “우크라이나가 안전하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 전쟁 종식 필수 조건”이라며 안보 문제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임을 시사했다.
우크라이나 대표단을 이끈 안드리 예르막 대통령 실장은 “미국 파트너들이 우리의 우려를 이해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했다”며 “정의롭고 지속적인 평화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시한을 추수감사절 이전인 오는 27일로 못 박았다. 그러나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식 협상 스타일을 고려할 때 언제든 판이 뒤집힐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로이터는 외교 관계자를 인용해 “결국 관건은 젤렌스키가 영토와 안보 사이에서 어떤 정치적 결단을 내리느냐에 달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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