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흔든 ‘의견 제시’, 흔든다고 지레 포기한 검찰

문상현 기자 2025. 11. 24.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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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대장동 사건에서 공소 제기의 핵심 요소들을 법원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고도 항소를 포기했다. 2심에서 다퉈볼 기회를 스스로 걷어찬 것이다. 이례적 결정에 논란이 크게 번졌다.

검찰의 입장에서 이번 대장동 1심은 사실상 실패한 재판이었다. 피고인들에게 중형이 선고되었고 그중 일부는 구형보다 더 높은 형을 받았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를 근거로 성공한 수사, 성공한 재판이라고 규정했지만, 검찰에게는 달랐다. 수사를 하고 피고인들을 재판에 넘기면서 사건의 본질이자 핵심으로 삼은 요소들이 대부분 법원으로부터 온전히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장동 사건 1심 판결에 대한 검찰의 항소는 따라서 사건의 본질을 법리적으로 복원하기 위한 필수 절차였다. 그러나 검찰은 항소를 포기했다. 전례를 돌아보면 이례적 결정이었다.

11월10일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항소 포기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법무부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시사IN 신선영

검찰이 대장동 사건의 본질로 삼은 요소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상 배임과 뇌물 약속 혐의다.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일대 개발사업 과정에서 당시 사업 인허가권을 가진 성남시청 측과 민간사업자인 일명 ‘대장동 일당’이 유착해 민간사업자들에게 수천억 원 개발이익이 돌아가도록 사업 구조를 만들어 성남시에 손해를 입혔고(특경법상 배임), 이 과정에서 민간사업자들이 성남시청 관계자들에게 뇌물을 제공했거나 제공하기로 약속(뇌물)했다는 게 이 사건의 뼈대다.

‘대장동 일당(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김만배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정영학 회계사, 남욱 변호사, 정민용 변호사)’과 이 사건 최종 책임자로 지목된 이재명 대통령(사건 당시 성남시장)이 특경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됐다. 뇌물 공여 약속은 2022년 대선을 앞두고 대장동 의혹과 함께 제기된 ‘이재명 비자금 저수지’의 실체로 지목됐다. 검찰은 다만 뇌물을 받은 사람으로 이재명 대통령이 아닌 그의 최측근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당시 성남시 정책비서관)을 지목했다. 김만배씨가 유동규 전 본부장에게 이익금 일부(428억원)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유 전 본부장이 이 사실을 정진상 전 실장에게만 알렸다는 취지로 진술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정 전 실장을 이재명 대통령으로 향하는 길목으로 삼고 뇌물 수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대장동 5인방의 재판과 이재명 대통령, 정진상 전 실장의 재판은 각각 따로 진행됐다. 3개의 재판 가운데 대장동 5인방의 1심 결과가 가장 먼저 나왔다. 대장동 1심 재판부는 특경법상 배임과 뇌물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검찰이 사건의 본질로 짚고, 재판 내내 피고인들과 치열하게 다퉜던 핵심 쟁점에 대한 주장이 법원으로부터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것이다.

1심 ‘뇌물죄로 볼 수 없다’ 판단

대장동 1심 재판부는 특경법상 배임이 아닌 형법상 업무상 배임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특경법상 배임을 증명하려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징역 3년 이상) 또는 50억원 이상(무기 또는 징역 5년 이상) 피해액이 특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재판부는 구체적 재산상 이득 액수를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입증하지 못해 업무상 배임만 인정된다고 했다. 특경법상 배임의 최대 형량은 무기징역이고, 업무상 배임의 최대 형량은 징역 10년으로 차이가 크다. 뇌물 혐의에 대해서도 법원은 김만배씨가 대장동 사업 이익금 중 일부인 428억원을 ‘유동규 측’에 제공하기로 약속했다는 점 자체는 인정했다. 그러나 이들이 주고받을 돈은 ‘배임의 범죄수익을 분배한 것’이라고 규정하면서 뇌물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연관 쟁점 사건의 법리에 지침이 되는 대법원 판례와 달리, 1심과 같은 하급심 판결례는 다른 재판을 직접 구속하지 않는다. 이론적으로는 대장동 1심 재판부와 이재명 대통령, 정진상 전 실장 재판부가 얼마든지 각각 다른 결론을 낼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검찰의 이번 항소 포기로 인해 앞서의 무죄들이 ‘확정’되면서, 이 대통령과 정진상 전 실장 재판에 대한 검찰의 공소 유지 동력 자체가 떨어지게 되었다.

김만배씨와 유동규 전 본부장, 정진상 전 실장은 서로 상대편이 있어야만 성립하는 범죄(뇌물죄)로 묶여 있다. 항소 포기로 인해 김만배씨의 428억원 뇌물 공여 약속 혐의가 무죄로 확정된 만큼 검찰은 정진상 전 실장 재판에서 수수자(정진상)만 유죄라고 주장하는 것이 어색해졌다. 지금은 중단되어 있는 이재명 대통령 재판도 사정이 비슷하다. 대장동 1심 판결로 인해 특경법상 배임 혐의를 주장하기 위해 넘어야 할 높은 벽이 검찰 앞에 생겼다. 검찰의 항소 포기로 대장동 일당의 형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일당이 항소심 중 공범 관계로 묶여 있는 이재명 대통령이나 정진상 전 실장에 대해 불리한 진술을 할 유인도 사라졌다. 법조계에서는 결국 이재명 대통령과 대장동 일당의 사법적 연결고리를 검찰이 항소 포기를 통해 스스로 끊은 모양새가 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10월31일 남욱 변호사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

법원 밖에서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배임죄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대장동 일당 항소심 재판 중 배임죄가 폐지되면 유죄로 인정되어 대장동 일당 중형의 근거가 된 업무상 배임죄도 면소판결을 받거나 검찰에서 공소를 취소할 가능성이 있다. 검찰이 짚은 대장동 사건의 뼈대이자, 이재명 대통령을 기소한 핵심 사유인 배임죄가 완전히 사라진다는 뜻이다.

대장동 사건에 대한 검찰의 기소 취지와 주요 혐의에서 무죄가 나온 이번 대장동 일당 1심 판결 결과를 종합하면, 항소는 당연한 수순으로 통했다. 실제 검찰은 일찌감치 1심 판단에 불복해 항소하기로 뜻을 모았다. 그러나 항소 기한 마감 직전에 지휘부가 돌연 결정을 번복하면서 항소장은 제출되지 않았다. 무죄로 선고된 내용들을 다시 다퉈볼 기회를 스스로 걷어찬 것이다.

대장동 일당 전원이 항소장을 제출하면서 대장동 2심 재판이 열린다. 그러나 검찰이 항소를 포기했기 때문에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혐의들은 그대로 확정됐다. 앞으로 2심은 피고인들에게 불리한 내용에 대해서만 심리하게 된다. 2심은 1심보다 피고인들에게 동일하거나 더 유리한 판결만 선고할 수 있도록 규정한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서다.

검찰 항소 포기로 대장동 일당 피고인들이 기대할 수 있는 이익이 커졌고, 덩달아 대장동 일당의 재판과 가깝게 연결된 최고 권력자와 그의 측근 재판에도 직간접적 영향이 발생했다. 검찰의 항소 포기 결정으로 일종의 ‘수혜’를 본 쪽은 선명한데, 정작 항소를 포기한 주체(검찰)의 이익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 때문에 대장동 수사·공판 검사들은 항소 기한 만료 직후 포기 배경에 ‘부당한 외부 압력이 검찰 지휘부에 가해졌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순식간에 번진 반발은 노만석 검찰총장 권한대행(대검찰청 차장) 사퇴 요구로까지 이어지는 등 검찰 리더십 붕괴로 나타났다.

‘검찰 공화국’으로 불리던 윤석열 정부가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으로 교체되면서, 검찰개혁 국면에서도 검사들의 반발은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이번엔 검찰 곳곳에서 여러 방식으로, 공개적·집단적 반발이 나왔다. 검찰 관계자들의 말을 모아보면, 반발의 배경은 검찰의 핵심 역할인 공소 유지와 관련한 검찰 지휘부의 납득하기 어려운 지시로 종합된다. 항소를 포기한 사건에 권력의 최정점인 대통령이 직접 관련되어 있고, 포기 결정도 정부(법무부) 측 의견이 발단이 됐다는 점도 검찰 내부 동요를 더욱 부추겼다는 말이 나온다.

책임지는 곳이 없다

다만 법무부와 대검찰청, 서울중앙지검 사이 말이 크게 엇갈린다. 모두 최종 결정 주체는 자신들이 아니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논란이 계속 이어지고 확산되는 상황에서도 책임을 떠넘기는 이유는 향후 제기될 법적 문제를 염두에 두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형사소송법 제338조는 검사의 상소(항소·상고)권을 규정한다. 만약 검사들의 항소권 행사를 방해하는 지시를 내렸다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 해당할 수 있다.

법무부와 대검, 서울중앙지검이 각각 복원한 타임라인과 안팎의 말을 간략히 종합하면, 항소 기한이 임박한 11월7일 오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신중히 잘 판단하라”는 내용을 법무부 지휘부에 전했고 이를 이진수 법무부 차관 등이 노만석 검찰총장 대행(대검 차장) 및 대검 지휘부에 전달했다. 이 말을 ‘참고’한 대검 지휘부와 노만석 대행이 서울중앙지검에 전하면서 기존 항소 방침이 최종적으로 번복된 모양새다.

이 과정에 대한 법무부, 대검, 서울중앙지검의 주장이 각각 다르다. 노만석 검찰총장 대행은 11월10일 대검찰청 소속 과장들과의 비공개 면담에서 “이진수 법무부 차관과 논의 중 검찰이 스스로 항소를 포기하는 방안을 포함한 몇 가지 선택지를 제시받고 결정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수사지휘권 발동도 언급되어 중앙지검에 재검토를 지시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면 직접 항소 취소를 지휘할 수 있다. 노 대행의 설명을 그대로 따르면 대검을 향한 법무부 차원의 압박이 있었고, 최종 결정도 대검이 아닌 서울중앙지검이 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법무부는 “의견만 제시했을 뿐 결정은 검찰이 스스로 했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히고 있다. 11월10일 이진수 차관도 법무부가 위치한 정부과천청사에서 법무부에 근무 중인 검사 30여 명을 소집해 회의를 열고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과정에서 의견을 제시한 것이다. 재검토, 신중 검토 의견만 전달했다”라는 취지로 설명했다고 한다. 다만 참석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 차관은 이 자리에서 법무부 장관이 검사를 지휘할 수 있는(수사지휘권) 검찰청법 조항도 함께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일각에서는 이 설명을 앞서 노만석 대행의 말과 연결해 서울중앙지검의 항소 강행 등 최악의 상황이 펼쳐질 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이 발동됐을 수 있었다고 지적한다.

10월23일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이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 참석해 업무 보고를 하고 있다. ⓒ시사IN 박미소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은 사의를 밝히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그는 11월9일 입장문을 내고 “대검의 지휘를 수용하지만 중앙지검의 의견이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이번 상황에 책임을 지겠다”라고 밝혔다. 정 지검장이 입장문을 내기 한 시간 전, 노만석 대행이 항소 취소 논란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다. 정 지검장의 사의와 입장문은 노 대행의 설명을 즉각 반박하는 취지로서, 대검의 분명한 항소 포기 지시가 있었고 이에 동의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책임론은 노만석 대행으로 먼저 향했다. 개별 사건 항소 제기의 경우 최종 결정권은 검찰 사무를 총괄하는 총장에게 있다. 노 대행은 앞서의 항소 포기 경위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검찰이 처한 어려운 상황이나 용산, 법무부와의 관계를 따라야 했다”라고 말한 것으로 파악됐다. 법무부의 ‘의견 제시’를 전달받고 검찰청 폐지 후속 조치로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권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점, 대통령실과 법무부·여권과 관계 등을 고려했다는 맥락으로 해석되는데 이에 대한 검찰 내부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검찰 곳곳에서 노 대행에 대한 사퇴 요구가 빗발친 배경이 여기에 있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검찰 지휘부가 권력자의 사건을 저울에 올리고 다른 걸 얻어낸다거나 조직의 현안을 의식해 ‘알아서 처신’했다면 그 발상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정당화할 수도, 해서도 안 되는 이야기다”라고 지적했다.

11월12일 노만석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만석 대행은 11월12일 오후 사의를 밝혔다. 검찰 항소 포기 닷새 만이었다. 노 대행은 참모진으로부터 ‘사퇴 요구를 거부하면 검사들이 집단 보직 사퇴 등 항의성 단체행동이 격화할 수 있다’는 취지의 우려를 듣고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검찰은 수장 ‘대행의 대행’ 체제를 맞게 되었다.

검찰 안팎에선 올해 3월 윤석열의 구속취소 결정에 대해 심우정 전 검찰총장이 즉시항고 포기를 지시했을 당시 검찰 내부 반발이 크지 않았다는 점과 비교하며 선택적 반발을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법원이 오랜 시간 굳어져온 관행과 달리, 이례적으로 윤석열의 구속 기간을 ‘날’이 아닌 ‘시간’으로 계산해 구속을 취소했고, 검찰이 이 결정에 대한 즉시항고를 포기하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서울중앙지검과 대장동 공판·수사팀이 항소장 접수 강행을 하지 않은 점을 꼬집는 목소리도 있다. 항소 포기 결정에 부당한 외압이 가해졌다면 접수를 강행했어도 “왜 말 안 들었느냐”는 질책을 공개적으로 더욱 하기 어려웠을 텐데, 그 방식을 택하지 않은 것도 의아하다는 취지다.

그 밖에 대장동 일당의 특경법상 배임 혐의와 뇌물 약속,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등 혐의가 무죄로 나온 점에 대해, 애초 검찰이 무리한 기소를 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항소 포기 논란과 별개로 사건의 본질로 규정한 혐의 대부분을 입증해내지 못한 점을 돌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검찰의 가장 막강한 권한은 기소하지 않을 권리로 통해왔다. 수사권과 영장청구권·기소권 등 다른 권한은 행사해야 그 위력이 나타나지만, 기소하지 않을 권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또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큰 위력을 발휘한다. 기소를 하면 재판이 열리고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지만 기소하지 않으면 실체적 사실 규명을 위한 절차 자체가 원천 차단된다. 검찰은 그동안 이 권한을 어떻게 사용했느냐에 따라 각각 다른 평가를 받아왔다.

검찰은 이번 대장동 일당 1심 재판에 대한 항소 포기로 무죄가 선고된 내용에 대해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되었다. 선택적 반발로 지적되는 앞서의 윤석열 구속취소 즉시항고 포기도, 이번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도 결국 그 배경에는 권력의 의중을 따라, 또는 그 의중을 읽고 스스로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검찰 지휘부가 있었다.

문상현 기자 moo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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