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론스타 승소 이끈 김갑유 변호사 “1.5% 가능성, 절차적 하자에 승리 확신”

김우영 기자 2025. 11. 2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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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유 법무법인 피터앤김 대표변호사가 지난 20일 서울 삼성동 서울사무소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피터앤김

“첫 번째 판결에는 명백한 절차상 하자가 있었다. 상식과 법리에 비춰 한국이 이길 수밖에 없다고 봤다.”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 벌인 13년 소송을 승리로 이끈 김갑유 피터앤김 대표 변호사는 지난 20일 서울 삼성동 사무실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International Centre for Settlement of Investment Disputes) 판정 취소 승률은 1.5%에 불과하지만 “패배를 예상한 적은 없었다”고 했다. 1972년 이후 503건 중 전부 취소된 사례는 단 8건뿐이다. 이번 결정으로 약 4000억원 규모의 정부 배상 책임은 소멸됐다.

김 변호사는 2012년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 지연 책임을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을 때부터 정부 측 대리인단을 이끌어온 1세대 국제 중재 전문가다.

그래픽=정서희

김 변호사는 승소 확신의 근거로 ‘절차적 하자’를 꼽았다. 1심 판정부가 한국 정부가 당사자가 아닌 국제상업회의소(ICC·International Chamber of Commerce) 판정을 결정적 근거로 삼고도, 한국 측 반박 기회를 충분히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첫 판정의 하자를 지적한 브리지 스턴(Brigitte Stern) 파리1대 명예교수의 소수의견을 보고 “해볼 만하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취소위원회도 “적법 절차와 방어권이 위반됐다”며 한국 측의 손을 들어줬다. 다음은 김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절차라는 것이 중요한가.

“과거 취소 사례를 보면 승률은 1.5%에 불과했다. 일반 사람들은 가능성 없는 게임 확률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법률가의 시각에서는 절차적 하자가 1.5%의 벽을 깰 수 있는 힘이라고 판단했다. 만약 패소했다면 충격에 변호사를 그만뒀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내 상식과 법리적 기준에서 볼 때 결함이 명백했다고 봤다.”

─한국 정부 측 주장에 취소위원회 반응은 어땠나.

“관심이 매우 높았다. 올해 1월 런던 심리에서도 취소 위원들이 한국 정부와 론스타에 적극적으로 질문을 던지며 쟁점을 깊이 살피는 모습이었다. 무관심했다면 희망을 갖기 어려웠겠지만, 우리 측 주장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심리 이후에도 900쪽에 달하는 의견서를 꾸준히 제출하며 취소 위원들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론스타가 불복해 별도의 중재 절차를 제기한다면?

“추가 항소 절차는 없다. 론스타가 할 수 있는 것은 취소된 부분에 한해 새로운 중재를 제기하는 것뿐이다. 조세 등 이미 확정된 쟁점은 다시 다툴 수 없다. 새 소송을 제기할지 여부는 전적으로 론스타의 판단에 달려 있다.”

2016년 6월 25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평화궁에서 김갑유 법무법인 피터앤김 대표변호사. /김갑유

이번 승소의 숨은 공신은.

“금융위·국세청·법무부 등 여러 부처가 한 팀처럼 신속히 움직였고, 법률 의견을 제공해준 변호사·교수를 비롯해, 직접 증언을 해준 분들이 큰 역할을 했다. 제가 대표해서 인터뷰를 하고 있지만, 이분들이 박수를 받아야 한다.”

─론스타 소송 성과와 관련해, 정치권의 숟가락 논란이 있다.

“취소 신청을 검토하던 단계에서 공동 대리인단이 판정 취소를 요청했고,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그 권고를 수용해 결정을 내린 점을 고맙게 생각한다. 일하는 동안 전문가의 판단이 묵살되거나 무시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13년에 걸친 소송 과정에서 정권이 여러 차례 바뀌고 대통령 탄핵 사태까지 두 번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법과 원칙에 따라 일관된 결정을 내린 탄탄한 정부 시스템도 큰 역할을 했다.”

기억에 남는 순간도 많았을 것 같다.

“취소 소송에 앞서 2016년 심리를 위해 네덜란드 헤이그의 평화궁에 갔던 순간이 기억에 남는다. 평화궁은 1907년 고종이 보낸 ‘헤이그 밀사’가 참석하지 못했던 만국평화회의 이후 지은 건물이다. 99년 전 외교권이 없다는 이유로 발길을 돌려야 했던 나라가 이제는 헤이그에서 국재중재를 치르게 된 것이다. 공교롭게도 심리가 진행된 공간의 이름이 ‘재패니즈 룸’이었는데, 그 안에 태극 문장(紋章)의 한국 대표석이 놓여 있었다. 여러 국가 사이에서 당당히 자리 잡은 한국을 보며, 외국 자본을 유치하고 분쟁을 다루는 ‘잘사는 국가’가 됐음을 실감했다. 사건을 잘 마무리해야겠다는 의지가 더 강해진 순간이었다.”

네덜란드 헤이그 평화궁 내 재패니즈룸. /평화궁 홈페이지 캡처

기업이 아닌 국가를 대리한다는 점에서 애로사항은 없었나.

“(웃음) 한국 정부는 상당히 까다로운 클라이언트다. 마치 ‘시어머니가 여러 명 있는’ 것처럼 모든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돼야 하고, 누구에게나 흠 잡히지 않아야 하니 요구 수준이 높을 수밖에 없다. 비용 관리 역시 엄격하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비용은 최소화하면서 결과는 완벽해야 한다. 그만큼 자부심이 컸다.”

한국 1세대 국제 중재 전문가로서 후배 변호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10년 전부터 ‘K-리걸(K-legal)’이라는 표현을 써왔다. K팝, K푸드처럼 한국의 법조인들도 세계 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한국 법조계에는 매우 뛰어난 인재가 많고, 그 실력은 해외 법조인들과 비교해도 전혀 부족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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