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돈 죄다 빠져나가” 지역소멸 걱정하는 탄광촌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광산 닫힐 날은 얼마 안 남은 데다 사람도 돈도 죄다 빠져나갔습니다. 남은 사람들은 뭐 먹고살지 막막하지."
14일 강원 삼척시 도계읍에서 만난 황조리 이장 이천식 씨(68)는 "동네가 활기를 잃은 지 오래됐다"며 "먹거리가 없는데 누가 눌러앉아 살겠느냐. 떠나는 일만 남았다"고 마른 입을 다셨다.
주민 이현춘 씨(62)는 "당장 일할 게 없는데 의료산업을 기대하며 사람이 몰려들지 의문"이라며 "주민들이 그곳에서 일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내 유일 탄광 2030년까지 문닫아… 도계읍 인구 8607명 44년새 79%↓
“동네 활기 잃은지 오래, 살길 막막”… 의료 클러스터 추진에도 불안감 커
“일자리 마련-관광화 등 대책 시급”

14일 강원 삼척시 도계읍에서 만난 황조리 이장 이천식 씨(68)는 “동네가 활기를 잃은 지 오래됐다”며 “먹거리가 없는데 누가 눌러앉아 살겠느냐. 떠나는 일만 남았다”고 마른 입을 다셨다. 이 씨는 “유일하게 버티고 있던 상덕광업소마저 문 닫으면 지역 경제가 더 움츠러들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 국내 유일 탄광도 조기 폐광 압박
이곳 마을 주변에는 민간이 운영하는 탄광인 상덕광업소가 있다. 5km 떨어진 대한석탄공사 도계광업소가 6월 30일 폐광하며 상덕광업소는 이제 국내에서 마지막 남은 탄광이 됐다. 1955년 개광한 상덕광업소는 2003년 1560여 명이 일했는데, 지난해 말 기준 721명으로 줄었다. 1980년대 말 전성기 시절엔 연간 석탄 100만 t을 생산했다. 현재는 45만 t으로 절반 넘게 줄었다. 그나마 이곳도 2030년까지 폐광할 예정이다. 이재명 정부는 국정과제로 ‘2040년 석탄발전소 폐쇄’를 내세웠다. 이와 맞물려 탄광 폐광도 가속화되는 추세다.
상덕광업소에서 30년 동안 일하고 퇴직한 김모 씨(64)는 “160여 가구가 사는 사택 아홉 동 중에 밤에 불 켜진 집이 한두 곳 정도”라며 “태백에 있는 한보탄광 사택도 폐광 이후 흉가가 됐는데 이곳도 그 꼴이 날 것 같다”고 했다.
도계광업소 주변 분위기도 마찬가지였다. 광산 입구 앞에는 70년 넘게 석탄을 나르던 광차와 중장비가 녹슨 채 멈춰 있었고, 전기로 움직이는 노란색 인차(人車) 2대만 사람을 실어 날랐다. 작업자 10여 명이 남아 석탄 대신 폐광 안에 고인 폐수를 밖으로 빼내는 중이라고 했다. 상덕광업소 석탄층이 도계광업소 석탄층보다 낮아 도계 쪽에 물이 고이면 상덕 쪽으로 흘러 석탄층이 물을 먹을 경우 지반이 약해져 광구 안전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도계광업소 아랫마을에서 만난 김기현 씨(67)는 “잘나갈 때는 방 한 칸에 장정 네댓 명이 등을 맞대고 세 들어 살 정도로 사람이 득실했는데, 지금은 빈집이 태반”이라며 “석탄 쓰는 사람이 줄고 탄광이 문을 닫으면서 동네에 사람도 돈도 활력도 죄다 썰물처럼 쑥 빠져나갔다”고 했다.
● 탄광촌 경제·인구 무너지면서 지역 소멸 빨라져

경제적 피해도 상당하다. 강원도에 따르면 삼척 도계광업소 폐광으로 인한 삼척시의 경제·사회적 피해 규모는 약 98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폐광지역 개발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통해 균형 발전을 꾀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삼척시에는 가속기 암 치료 센터 의료산업 클러스터를 2030년까지 조성하기로 했지만, 주민들의 불안감은 여전히 크다. 주민 이현춘 씨(62)는 “당장 일할 게 없는데 의료산업을 기대하며 사람이 몰려들지 의문”이라며 “주민들이 그곳에서 일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에서 기존 석탄 생산 지역에 대해 대체 일자리 마련, 탄광 관광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탄광과 화력발전소가 있던 충남 보령시는 최근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키우고 있다. 경북 문경시는 폐탄광을 관광지화(에코월드)했다. 이재현 배재대 자율전공학부 교수는 “탄광 지역에 새로운 일자리 대안을 마련하는 동시에 탄광을 근현대 산업사의 유산으로 가치를 확장하고, 환경 생태 연구 대상으로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삼척=김태영 기자 live@donga.com
삼척=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단독]복지부, 국가건강검진 흉부 엑스레이 연령 ‘20→65세’ 상향 검토
- 회원비 15% 올리더니…번 돈보다 美 본사 배당 많이한 코스트코
- 중도층 이탈에도 또 장외투쟁… 장동혁 “괴물 李정권 끝내야”
- 성남시 크기 해역을 1명이 관제…충돌 경보도 안 울렸다
- 집념과 환상의 손흥민 ‘원맨쇼’…美 도전, 8강 골포스트서 멈췄다
- “짐승 발자국 따라 네발로 뛰었다” 9년차 북한군의 탈북기〈2〉 [주성하의 북에서 온 이웃]
- ‘코믹 감초연기’ 원로배우 남포동 별세… 향년 81세
- [김승련 칼럼]노만석의 6시간, 한덕수의 1시간
- [사설]49개 내란TF 출범… ‘실적 무리수’ ‘편향적 잣대’ 우려 씻어야
- 젤렌스키 위기는 트럼프의 기회? “27일까지 종전안 합의” 압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