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맹탕으로 끝난 기후 총회, 우리만 급발진한 뒷감당 걱정된다

브라질에서 열린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화석연료 퇴출을 위한 실행 로드맵이 빠진, 알맹이 없는 합의문을 내놓은 채 폐막했다. 탄소 배출 1·2위국인 미국과 중국이 회의에 불참하거나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은 가운데, 러시아·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들이 로드맵 채택에 강하게 반대한 결과였다. 주요 외신들은 “이번 합의문에 지구 온난화에 대응할 방법에 대한 조항은 거의 없었다”고 평가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이번 총회에서 2035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18년 대비 최대 61% 줄이겠다는 비현실적인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제출했다. 또 ‘탈석탄동맹’에 가입하겠다고 발표했다. 2040년까지 석탄 발전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국제사회에 공표한 것이다. 아무런 결론을 못 낸 맹탕 기후협약 총회에서 우리만 스스로 족쇄를 두 개나 채운 셈이다.
기후변화 영향을 체감하는 상황에서 국제사회와 협력해 이에 대응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런데 모든 일에는 적절한 수준이 있다. 전 세계 석탄 사용량의 75%를 차지하는 중국·인도·미국은 탈석탄동맹을 외면했고, 우리보다 석탄 의존도가 높은 일본조차 “에너지 안보와 유연성 확보”를 이유로 가입을 유보했다. 그런데 정부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도 없이 덜컥 가입했다. 무리하게 높여 잡은 탄소 감축 목표치는 파리협정 ‘후퇴 금지’ 조항에 따라 다시 낮출 수도 없다. 대체 무엇을 위한 ‘급발진’인가. 국가 산업 경쟁력보다 ‘환경 모범생’ 소리를 듣는 것이 더 중요한가.
더구나 정부는 인공지능(AI) 혁명으로 전력 수요가 폭증하는 시대에 원전에도 터무니없는 이념 잣대를 들이대며 묶어두려 하고 있다. 그러면서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확충만 얘기하고 있다. 이들 에너지는 비싸고, 생산이 불안정하다는 치명적 한계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높이고 탈석탄 시기를 앞당기면 기업 부담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커지고 전기 요금도 크게 오를 수밖에 없다. 환경 탈레반들에게 발목 잡힌 나라 장래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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