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이재명 정부 노동 개혁, 민주노총에 연연하지 마라

한석호 한국노동재단 사무총장 2025. 11. 23.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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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노위’는 勞使 포함
원청·하청, 청년·중년 등
복잡한 이해관계 조율해야
민주노총에 삼고초려 말고
사회 전체에 영향 미치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보라
김지형 신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왼쪽 네번째)이 11월 7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을 방문해 김동명 위원장 등과 기념촬영을 하며 파이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은 노동·규제·교육·금융·공공·연금 등 6대 구조 개혁을 천명했다. 대한민국이 흥하느냐 망하느냐 역사적 분기점을 지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대통령은 내년이 대전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도록 관련 준비를 철저히 하겠다고 했다. 구조 개혁에는 고통이 따르고 저항도 따른다고 했다. 이겨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의 진단 및 구조 개혁 추진에 동의한다.

개혁은 낡은 가죽을 벗기고 새로운 가죽을 입히는 일이다. 가죽을 벗기는 과정에서 고름이 터지고 썩은 피가 흐른다. 악다구니에 가까운 비명이 난무한다. 고통을 회피하려는 저항도 뒤따른다. 역대 정부가 저마다 개혁 과제를 천명했다가 대체로 실패한 이유다.

6대 구조 개혁 중 노동 개혁이 가장 어려울 것이다. 노동 개혁은 여타 개혁에 비해 훨씬 광범위하게 영향을 주고받는다. 청년 고용, 고령 노동, 저출산, 지방 소멸에 영향을 끼칠 뿐 아니라 산업의 국제 경쟁력, 로봇의 생산 현장 투입량에도 영향을 미친다. 노동 개혁은 교육과 연금 등 여타 구조 개혁에도 영향을 미친다. 노동 개혁은 갈등의 축이 중층적이다. 전통적 갈등 축인 노·사뿐 아니라 사·사(원청과 하청), 노·노(정규직과 비정규직), 세대(청년과 중년) 등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충돌하는 영역이다.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갈등을 관리하는 사회적 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대화를 엮어나갈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위원장으로 김지형 전 대법관이 취임했다. 삼성 준법감시위, 구의역 사고 진상규명위, 현대제철 안전환경자문위 등의 위원장을 맡아, 노와 사 어느 쪽에도 편중되지 않은 경계인으로서 적정한 결과를 이끌어낸 인물이다. 경사노위가 진전된 개혁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품어본다. 합리적 성향의 이정한 전 고용노동부 정책실장이 상임위원으로 임명된 점도 기대를 더한다.

김지형 위원장의 취임사 전문을 여러 차례 읽었다. 경제사회노동 문제는 복합적이고 다층적이라는 진단, 고용노동 정책뿐 아니라 관련된 경제·사회 정책까지 의제를 확대하여 폭넓게 의견을 수렴하자는 제안 등 나무랄 데 없었다. 그런데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경사노위에 노사정 논의 주체 모두 빠짐없이 참여해 완전한 회의체를 이루어야 한다는 대목이었다. 대상을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민주노총을 말하는 것이었다. 민주노총이 본회의에 결합한다면, 1998년 첫 회의 이후 28년 만의 참가이기에 사회적 대화 역사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그러나 경사노위는 민주노총 참가에 연연하면 안 된다. 그것은 민주노총 내부 정치에 달려 있다. 민주노총 바깥에서 밥 먹어라 빵 먹어라 입을 떼고 뭔가 시도하면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 조직노동의 이해관계는 한국노총도 대표한다. 민주노총에 삼고초려할 필요가 없다. 경사노위가 민주노총에 매달리면 사회적 대화를 통해 풀어가려는 노동 개혁의 내용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민주노총 참가 여부만 부각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사회적 대화의 달을 보라고 손가락으로 가리켰더니 달은 안 보고 손가락만 보며 왈가왈부하는 견지망월(見指忘月)의 우를 범하는 것이다.

경사노위가 봐야 할 달은 극심한 교육 경쟁, 청년 고용, 저출산 등 사회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상태의 노동시장 이중구조다. 열악한 사업 환경과 근로조건, 낮은 소득과 취약한 복지 상태에서 일하며, 노동조합과 경제단체의 울타리에서도 소외된 2차 노동시장의 노와 사다. 그 어려운 상황에서도 중소기업 일자리를 지키고 내수에 공헌하고 국민총생산(GNP)에 기여하는 진정한 애국자, 바로 그들의 고용·노동·경영·삶이 사회적 대화의 달이다.

그들은 사회적 대화에서도 소외되어 있다. 경사노위가 추구해야 할 완전한 회의체는 그들을 참가시키는 것이 되어야 한다. 하청 업체, 5인 미만 사업장, 플랫폼·프리랜서 등의 노사가 참가해야 한다. 청년과 여성과 노인 노동의 대표도 참가해야 한다. 소비자 대표도 참가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6대 구조 개혁을 천명한 11월 13일은 전태일 55주기였다. 재단사 전태일은 자신의 처우가 아니라, 자신보다 취약한 미싱사·시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풀빵을 나누고 모범 업체 창업을 구상하며 고군분투하다가 산화했다. 이 아름다운 청년은 특정 조직의 목소리가 아니라 열악한 2차 노동시장에서 고통받는 이들의 고용과 노동, 삶을 고민했다. 이재명 정부가 가야 할 사회적 대화의 방향이다.

전태일 열사 55주기인 11월 13일 서울 종로구 전태일다리 전 열사 동상 뒤로 패션봉제 지원법 제정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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