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입 우리말]이빨이 세다, 치가 떨리다
지난 주말 ‘이’를 점검하러 치과에 갔다. 다행히 별문제가 없어 스케일링, 치석 제거만 받고 끝냈다. 정기적인 과정이지만 윙~ 날카로운 기계음에는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다.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니 온몸에 힘이 잔뜩 들어간다.
‘이’는 ‘치아’ 또는 ‘이빨’이라고도 한다. 국어사전에서는 ‘치아’를 ‘이를 점잖게 이르는 말’이라고, ‘이빨’은 ‘이를 낮잡아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이에 ‘이빨’은 짐승에게만 써야 한다고도 한다. 반면에 ‘이빨’은 ‘이+사이시옷+발’에서 온 단어이며 ‘발’은 긴 모양을 가진 것을 뜻해, 이빨은 이가 나란히 늘어서 있는 모양을 표현한 말이란 반박도 있다. 한자어 ‘치아’가 격식 있는 말은 맞지만 그렇다고 우리말 ‘이빨’이 낮춤말은 아니란 것이다. ‘이빨이 아프다’ ‘이빨을 닦다’ 등 일상에서 많이 쓰고 있기도 하다.
비유적 표현에도 자주 등장한다. ‘앓던 이가 빠지다’는 평소에 몹시 근심하거나 걱정하던 일이 해결되어 속이 시원함을 나타낸다. 힘이나 권세를 잃고 약해진 상태를 ‘이빨 빠진 호랑이’라고 하는데, 호랑이에게 이빨이 없다니 먹잇감이 된 동물에겐 다행스럽겠지만 호랑이에겐 불행이 아닐 수 없다.
‘이 아픈 날 콩밥 한다’라는 말도 있다. ‘치통이 있을 때 콩처럼 딱딱한 음식을 먹게 된다’는 것인데 상상만 해도 멀쩡한 이가 아파오는 듯하다. 비슷한 표현으로는 ‘엎친 데 덮친 격’ ‘설상가상’이 있다. ‘참을 수 없이 분하다’란 뜻의 ‘치가 떨리다’에서 ‘치’도 ‘이’다. 그래서 ‘이가 떨리다’라고도 한다. 말재주가 좋은 사람에게는 ‘이빨이 세다’고 하는데 어떤 상황에서도 침착하고 논리정연한, 이빨이 센 사람이 부럽다.
건강한 이는 신체의 다섯 가지 복 중 하나라고 한다. 음식을 씹고 뜯으며 배를 채우고 맛을 즐기는 것과 직결돼 있다 보니 이가 나빠지면 먹는 것부터 고역이 되고 삶의 질이 급격히 떨어진다. 그런 만큼 ‘치아’든 ‘이빨’이든 관리가 중요하다. 이가 시리거나 잇몸이 붓거나 증상이 뚜렷해지고 통증이 시작되면 이미 늦었다고들 한다. 그리되기 전에 치과와 좀 더 친해져야겠다.
이지순 교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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