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일 갈등 격화에 미·러까지 가세…한국 ‘실용외교’ 부담

서영지 기자 2025. 11. 23.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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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자위대 개입' 시사 발언 이후 불거진 중-일 갈등이 격화하면서, 연내 추진해온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도 사실상 어렵게 됐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이 지난 18일 "러시아는 대만을 비롯한 주권·영토 문제에서 중국을 계속해서 확고히 지지한다"며 논평을 내자, 다음날 조지 글래스 주일 미국대사는 중국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 중단을 "중국의 전형적 경제적 강압"이라고 비난하며 "동맹국인 일본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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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한·중·일 정상회의 거절
다카이치 “대만에 자위대” 시사 뒤
중, 일과 고위급 만남 잇따라 거부
미·러도 여론전 동참…진영화 양상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AFP 연합뉴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자위대 개입’ 시사 발언 이후 불거진 중-일 갈등이 격화하면서, 연내 추진해온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도 사실상 어렵게 됐다. 특히 미국과 러시아까지 양국 갈등에 말을 보태는 등 국제 외교전 양상으로 비화하면서 정부의 외교 부담이 커지고 있다.

외교 소식통들은 23일 중-일 갈등의 여파로 당분간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가 어려울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전날 일본 교도통신은 올해 3국 정상회의 개최국인 일본이 한국과 중국에 내년 1월 정상회의 개최를 목표로 의사를 타진했지만 중국이 사실상 거절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실제로 중국은 24일 열릴 예정이었던 ‘한·중·일 문화장관회의’ 불참을 통보하는 등 일본과의 만남을 거부하고 있다. 22~23일(현지시각)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리창 중국 총리와 다카이치 총리 간 회담도 성사되지 않았다. 이번 회의 첫날 주요국 정상 기념사진 촬영 때 두 총리는 일부러 외면하며 신경전을 이어가기도 했다.

문제는, 양국 갈등이 미-중 경쟁과 맞물리며 미국과 러시아까지 가세한 진영 갈등 구도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이 지난 18일 “러시아는 대만을 비롯한 주권·영토 문제에서 중국을 계속해서 확고히 지지한다”며 논평을 내자, 다음날 조지 글래스 주일 미국대사는 중국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 중단을 “중국의 전형적 경제적 강압”이라고 비난하며 “동맹국인 일본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푸충 유엔 주재 중국대사는 지난 21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서한을 보내며 국제 외교 무대로 반일 여론전을 확장하고 있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2010년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일 분쟁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미-중 경쟁이 훨씬 심화되며 동아시아 갈등이 발생할 때마다 진영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미국이 일본 편을, 러시아가 중국 편을 드는 건 역내 진영화 구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미국은 최근 고위 관료들의 입을 통해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가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말하며, 한국의 대중 견제 동참을 압박하고 있다. ‘실용 외교’를 앞세워 중국과의 관계 회복에 공을 들이고 있는 정부에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상만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초빙교수는 “미국 입장에서는 한·미·일 삼각 구조 강화를 더욱 압박할 것”이라면서도 “(정부가 여기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도 일본과 관계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우리를 공격하는 데 부담이 있을 것”이라며 “‘국제법의 질서를 따르겠다’는 원칙 아래, 사안에 따라 국익을 중심으로 판단하면 된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도쿄/홍석재 특파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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