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분리·지주사 요건 완화’ 공개 제동···공정위원장 “기업, 규제 탓만 하고 투자 안 해 문제”

박상영 기자 2025. 11. 23.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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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병기 공정위원장 기자간담회
“자본 조달, 시장 판단에 맡겨야”
향후 정부 논의 속도 조절할 듯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21일 정부세종청사 기자실에서 출입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금산분리 완화’ ‘지주사 손자회사 지분율 요건 완화’ 등 재계 요구에 공개적으로 제동을 걸면서 관계 부처 간 관련 논의는 진통이 예상된다.

최근 ‘금산분리 완화’ ‘지주사 규제 완화’ 논의가 시작된 곳은 대통령실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1일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 만난 자리에서 AI 분야에 한해 금산분리 등 규제 일부 완화를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히고, 뒤이어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부가 호응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첨단전략산업에 투자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울 수 있도록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재계에서도 최근 지주회사 손자회사의 의무 지분율을 100%에서 50%로 완화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자회사가 더 많은 증손회사를 거느릴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는 셈이다. 재계는 투자자금 조달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주 위원장은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상당히 강한 어조로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한국 경제에서 가장 중요시해야 할 것은 기업들이 본업에 충실해 연구·개발(R&D) 혁신을 계속하는 것으로, 그동안 전략산업 분야에서 잘나가는 기업은 이런 투자를 잘해왔다”며 “주요 기업이 규제 탓만 하고 투자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주 위원장은 금융사 소유가 아니라도 자본시장 조달 방법이 있다고 했다. 그는 “자본 조달은 시장의 판단에 맡겨야 하며, 수출 실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을 기업이 자신의 책임하에 투자할 때 가장 책임 있는 투자가 가능하고 위험도 최소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구글·메타 등 빅테크들은 자체 현금 흐름과 회사채 발행으로 투자금을 조달한다. 일본 소프트뱅크처럼 외부 펀드 자금을 가져오는 경우는 드문 케이스다.

주 위원장도 “기업들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처럼 투자회사를 만들어 이미 큰 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며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등으로 유니콘 기업이 될 작은 씨앗을 많이 만드는 것이 중요하며, 금산분리 원칙이 허들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날 주 위원장의 공개적 발언으로 향후 정부의 논의도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대안으로는 대기업이 직접 설립하고 운영하는 CVC 규제를 일부 완화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현재 외부 자금 조달 한도가 40%이고 해외투자 한도가 20%인데 이를 상향하는 방안 정도로 타협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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