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고물가에 뿔난 민심 달래려…맘다니와 ‘브로맨스’ 과시
중간선거 앞둔 공화당, 민주당 뉴욕시장 ‘악마화’ 전략에 차질

미국 뉴욕시장 선거 운동 기간 상대를 “공산주의자” “파시스트”라 공격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 당선인이 첫 회동에서 예상을 뒤엎고 ‘브로맨스’를 선보였다.
두 사람이 물가 안정 등 공통의 목표를 강조하고 서로 칭찬을 주고받은 것에 대해 미 언론들은 “초현실적 광경이 펼쳐졌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맘다니 당선인과 30여분간 회동한 후 취재진에게 “우리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동의하는 부분이 훨씬 많다. 내 지지자 중 일부도 그에게 투표했다”며 “난 그가 잘할 것이라 확신한다. 우리는 그가 잘하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수 언론 기자들이 맘다니 당선인에게 곤란한 질문을 할 때마다 되레 그를 보호했다. 한 기자가 맘다니 당선인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폭군, 파시스트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느냐’고 물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폭군보다 더 심한 말로도 불려봤다” “나를 파시스트라 말해도 된다. 그게 해명하는 것보다 쉽다”고 말했다.
맘다니 당선인은 두 손을 공손하게 모으고 트럼프 대통령 옆에 서서 “시간을 내줘서 감사하다. 뉴욕의 생활비 부담을 해결하기 위해 함께 협력할 것을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이 모습을 생중계하던 폭스뉴스 진행자는 둘의 만남이 ‘사랑의 축제’ ‘존경의 축제’ 같은 분위기라며 “J D 밴스 부통령이 맘다니를 질투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맘다니에게 반한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실시된 뉴욕시장 선거를 앞두고 맘다니 당선인이 시장이 된다면 뉴욕시에 대한 연방자금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협박했다. 자신의 지지자를 향해 앤드루 쿠오모 무소속 후보를 찍으라고 선동하기도 했다. 맘다니 당선인도 선거 승리 후 연설에서 “트럼프를 어떻게 물리칠 수 있는지 보여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날 만남에서 범죄·이민·팔레스타인 문제 등에 대한 이견을 차치하고 ‘생활비 부담 경감’이라는 공통의 관심사에 집중했다. 연방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맘다니 당선인과 정치적 돌파구가 필요한 트럼프 대통령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최근 폭스뉴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2%가 ‘물가는 트럼프 대통령 탓’이라고 답했다.
이 같은 민심에 위기를 느낀 트럼프 대통령이 생활비 경감 공약을 내세운 맘다니 당선인에게 공감하는 모습을 연출함으로써 반사이익을 얻으려 했다는 것이다. 정치평론가 몰리 종패스트는 MSNBC에 “트럼프는 맘다니와 사진을 찍기 위해 길게 줄 서 있는 백악관의 젊은 직원들을 봤을 것”이라면서 “고수는 고수를 알아본다”고 말했다.
이날 회동 분위기에 대해 맘다니 당선인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 호감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가 존중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승자”라며 “트럼프는 최근 사석에서 맘다니를 칭찬해왔다”고 전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맘다니 당선인에게 “(뉴욕시장 선거 유세를) 지지율 몇위에서부터 시작했느냐”고 말하며 무명 정치인에서 벼락스타로 부상한 맘다니 당선인의 이력을 언급했다.
이날 둘의 화기애애한 회동에 가장 당황한 것은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맘다니 당선인에게 민주당의 ‘새 얼굴’이란 프레임을 씌운 후 그를 ‘악마화’하는 전략을 펼치려 했던 공화당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맘다니 당선인을 ‘유능한 정치인’으로 인정함으로써 공화당의 선거 전략을 짓밟아버렸다고 CNN은 전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스러운 행보를 놓고 볼 때 그와 맘다니 당선인의 허니문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워싱턴 | 정유진 특파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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