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날 땐 언제고…자립정착금 나오니 “돈 맡겨라” 연락한 친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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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자립준비청년들을 만나 온 사회복지 공무원 강아무개(34)씨는 "퇴소할 때 부모가 연락해서 앞으로 함께 살자며 돈을 맡기라고 하거나, 시설에 함께 있던 형들이 목돈을 노리고 연락하는 일이 굉장히 흔하다"고 했다.
가령 각 지자체가 주는 자립정착금의 경우 자산 보호를 위한 '분할 지급'조차 정부 권고 수준에 그쳐, 한번에 큰돈만 지급하고 마는 지자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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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이(23·가명)씨는 위탁가정을 나온 뒤 막 ‘자립’을 시작했던 3년 전, 상처로만 남은 친엄마와의 대화를 전했다.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엄마는 김씨 몫으로 주어진 자립정착금을 “맡기라”고 했다. “대학 등록금도 다 해줄 테니 여기(친엄마가 새로 꾸린 가정) 들어와서 살라고 했어요.” 자립정착금과 아르바이트 월급 등으로 마련한 전세 보증금을 달라는 얘기였다. 김씨는 마음을 다잡고 거절했다. 아빠 사망 뒤 보험금을 가지고 자신을 떠난 친엄마 모습을 떠올리며 “두 번은 속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김씨는 23일 한겨레에 “자립준비청년들에게 이런 상황은 정말 많을 것”이라며 “은연중에 부모 품이 그립고, ‘한 번만 더 믿어볼까’ 하는 마음도 들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아동보호시설·위탁가정 보호가 종료된 뒤 자립을 시작하는 자립준비청년들의 ‘목돈’이 여전히 위태로운 상황에 놓여있다. 친구나 지인, 친부모까지 지원금으로 지급된 이들의 돈을 노리고 접근하는 사례가 적잖은데, 전문가들은 지원금이 안정적인 자립으로 이어지려면 지속적인 사후 지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18살이 되면 갑작스럽게 보호 아동 신분을 벗어나 홀로 서야 하는 자립준비청년들 사정이 전해지며, 2019년 자립정착금과 수당 제도가 시작됐다. 자립준비청년은 지방자치단체별로 자립정착금 1천만∼2천만원과 디딤씨앗통장 후원금, 매월 50만원씩 5년간 지급되는 자립수당 등을 지원받는다. 갓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이들이 큰돈을 관리하기는 쉽지 않은데, 그 가운데서도 최악의 상황은 사기 피해다. 지난 2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낸 ‘자립준비청년 자립촉진을 위한 자립수당·정착금 재구조화 방안 연구’ 보고서를 보면, 자립준비청년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명 중 3명(31.4%)에게 빚이 있었고, 이 중 11.4%가 사기 피해로 인한 부채였다.
현장에서 자립준비청년들을 만나 온 사회복지 공무원 강아무개(34)씨는 “퇴소할 때 부모가 연락해서 앞으로 함께 살자며 돈을 맡기라고 하거나, 시설에 함께 있던 형들이 목돈을 노리고 연락하는 일이 굉장히 흔하다”고 했다. 한 자립지원전담기관 관계자도 “부모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많아 스스로 돈을 주기도 하고, 인터넷으로 알게 된 사람들이 돈을 갈취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고 전했다.
자립을 위한 목돈이 사기 표적까지 된 셈이지만, 안전장치는 느슨하다. 가령 각 지자체가 주는 자립정착금의 경우 자산 보호를 위한 ‘분할 지급’조차 정부 권고 수준에 그쳐, 한번에 큰돈만 지급하고 마는 지자체도 있다. 디딤씨앗통장 후원금은 학비와 주거비 등에만 사용하도록 하지만, 그마저 가짜 부동산 계약서 등으로 목돈을 인출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주거, 학업, 취업 준비 등 자립을 위한 기반에 목돈을 어떻게 나누어 쓰고 지켜야 하는지 지속적인 교육과 상담, 관리가 이뤄지는 경우는 드물다.
자립준비청년 공익 변호를 맡았던 임한결 변호사는 “자립정착금이 실제로 청년들에게 도움이 되려면, 분할해서 장기적으로 받을 때 더 많이 받을 수 있게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정책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류정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자립 전담 인력이 청년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으며 어떤 어려움을 겪고, 돈을 어떻게 관리하고 써야 하는지 통합적인 사례 관리를 이어갈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찬희 기자 ch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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