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업부터 무신사까지…기업 고객 늘릴것"
수석심사역제도 도입해
신속·정확한 여신 심사
올해 대출 증가만 3조원
글로벌 플랫폼 SAS와
AI 신용분석모델 개발중
타행까지 판매하는게 목표
바다고·여행고·낚시고
수협에 특화 앱으로 어필

Sh수협은행이 여·수신을 제공하는 전통 금융업을 넘어 솔루션 판매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글로벌 데이터 분석 기업과 손잡고 대안신용평가체계를 개발해 여타 금융기관에 유료로 제공하는 것이다. 롤스로이스와 슈나이더일렉트릭 등 세계적 기업들이 전형적인 제조업에서 출발해 다른 기업의 발전을 함께 고민하는 회사가 된 것처럼 수협은행은 성장성 정체가 예상되는 국내 금융기업의 도약을 같이 도모하는 은행이 되겠다는 포부다.
수협은행의 변신을 주도한 신학기 은행장(57)을 취임 1주년을 기념해 만났다. 신 행장은 직원 시절부터 다른 곳에선 볼 수 없는 상품이 필요하다고 믿고 차별화를 시도해온 인물이다. 2012년 흑룡의 해를 맞아 이자 일부를 순금으로 지급하는 '황금여의주 예금'을 만든 것도 당시 부장이던 신 행장의 아이디어였다.
―수협은행의 경쟁력을 위해 개선해야 할 부분은.
▷수협은행의 기회와 한계는 모두 '수산업에 전문성 있는 은행'이라는 이미지에 있다. 고객은 우리 메이커가 수산에 특화했다고 생각하지만 수협은행 전체 대출 자산 60조원 중 4조7000억원만이 수산정책자금이다. 다시 말해 90%는 일반 상업금융이라는 것이다. 사과는 좋은 사과와 나쁜 사과가 있어서 상품 자체로 승부가 가능하지만, 은행이 취급하는 돈은 그렇지 않다. 4대 은행에서 빌리는 돈이나 수협은행에서 빌리는 돈이나 다 같은 돈이다. 돈을 그 자체로 차별화해서 판매하기는 힘들다. 타행보다 좀 더 많은 예금 금리를 주거나, 대출 금리를 더 낮춰주는 경쟁에는 제약이 있다. 그래서 고난도의 대출을 취급할 수 있도록 수석 심사 팀장 제도를 도입했다.
―수석 심사 팀장 제도는 어떻게 운용되나.
▷여신심사를 심사역 2~3년 차의 직원이 아닌 이미 지점장까지 거친 베테랑 행원에게 맡기는 것이다. 누가 봐도 대출을 내줄 만한 대기업 여신 심사만 해서는 우리가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수협은행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겉으로 보기엔 까다로운 여신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상환 능력에 문제가 없는 여신을 가려내야 한다. 은행 조직 근간은 여신 심사에 있다. 지점장까지 했으니 컴퓨터 만질 일이 없었던 7명의 베테랑 심사역이 본부에 와서 심사를 담당하고 있다.
―수석 심사 팀장 제도 성과는.
▷전문성 있는 수석 심사역이 여신을 들여다보니 의사 결정이 훨씬 정확하고 신속하다. 작년에 우리 여신이 5000억원 정도 늘었는데, 수석 심사 팀장 제도를 도입한 올해 들어서는 2조2000억원이 증가했다. 연말까지 3조원을 늘릴 수 있을 것이다. 이건 영업점장들한테도 동기 부여가 된다. 지점장급이 들어와서 좀 더 어려운 대출을 승인하면서 은행의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물론, 단번에 조직 문화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도 은행장은 5년 뒤를 보고 밑거름을 뿌려야 한다. 5년 뒤에는 우리 직원들이 지금보다 강력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말이다.
―까다로운 여신을 취급하면 은행 리스크도 커질 텐데.
▷여신의 양을 늘리면서도 건전성을 제고하기 위해 인공지능(AI) 기반의 신용분석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세계적인 분석 플랫폼 기업 SAS와 함께 개발 중인 크레디트래커(Creditracker)다. 크레디트래커는 신용평가 애널리스트들이 사용하는 130개 이상의 재무 이상징후 체크리스트를 계량화하고 이를 데이터로 제공한다. 이 리스트를 보면 행원들이 재무제표를 보고 기업의 이상징후를 분석할 수 있다. 크레디트래커를 개발하기 위해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출신인 양기태 본부장을 영입했으며, 한두 달 있으면 개발이 완료된다. 이후엔 금융기관에 판매할 수도 있다.
―조달 비용을 낮출 방법도 있나.
▷저원가성 예금은 대부분 시금고나 정부기관에서 확보 가능하기 때문에 대형 기관의 주거래은행으로 들어가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에만 주거래기업협약을 총 42개사와 맺었다. 강원대병원, 무신사, 부산항보안공사 등이 새로 유치한 기업이다. 입찰에도 적극적으로 들어가고, 시중은행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디지털 금융 경쟁력을 높일 방안은.
▷수협은행 앱에 접속해야만 할 이유를 만들어가고 있다. 힘주고 있는 서비스는 바다고(GO), 여행고, 낚시고다. 수협은행이 수산업에 강한 은행이라는 이미지가 있으니 이를 활용하는 것이다. 바다고에 들어오면 바다와 관련된 레저 정보를 확인하고, 바다 여행 정보는 여행고에서, 낚시와 관련한 가이드는 낚시고에서 볼 수 있다. 수협은행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서비스로 만들어보려 한다. 단기적으로 성과가 없다고 하더라도 향후 10~20년이면 투자한 만큼의 성과가 있을 것이다. 바다에 관해서 정보가 필요하면 '수협은행 바다고에 들어가 봐야지'라고 떠올리게 만들어보겠다.
신학기 Sh수협은행장
△1968년 경남 창녕 출생 △부산 동아대 무역학 학사 △1995년 수협중앙회 입사 △2007년 기업고객전략팀장 △2009년 인계동지점장 △2012년 고객지원부장 △2014년 리스크관리부장 △2016년 전략기획부장 △2019년 남부광역본부장 △2020년 경영전략그룹 수석부행장 △2024년~ 은행장
[박창영 기자 / 차창희 기자 / 사진 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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