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과자·신불자는 걸러야지”…임대인 정보공개 확대에 집주인들, ‘임차인 면접’ 요구
정부·국회, 임대인 정보공개 확대 추진
‘3+3+3 임대차법’ 논란에 불안 심리
‘임차인 보호’ 정부 정책에 대한 불만도
![서울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 전면부에 임차인이 애타게 매물을 구하고 있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한주형 기자]](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1/23/mk/20251123155401723uknr.jpg)
23일 주택·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는 ‘악성 임차인 방지법을 위한 임차인 면접제도 도입 제안에 관한 청원’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은 게시 열흘 만에 1746명의 사전동의를 얻었다. 요건 심사를 통과하면 청원은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공개되며 이후 5만명 이상 동의를 얻을 경우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본격적인 심사가 진행된다.
청원인은 “깜깜이 임차 계약 시스템으로는 내 집에 전과자나 신용불량자가 들어오는지 알 길이 없다”며 “임대인 재산권 보호와 분쟁 방지를 위해 ‘임차인 면접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청원에 따르면 제도는 총 3단계로 구성된다. 먼저 1차 서류전형에서는 ▲신용정보조회서(대출 연체 유무 확인) ▲범죄기록회보서(강력범죄 여부 확인) ▲소득금액증명원(월세 지급 능력 확인) ▲세금완납증명서(체납 여부 확인) ▲가족관계증명서(거주 가족 확인) 등의 서류 제출을 요구한다.
2차 면접 단계에서는 임차인의 월세 납부 의지와 방식 등을 확인하며 3차로는 ‘임차인 인턴 과정’을 두어 일정 기간 실제 거주 중 월세 미납, 주택 훼손, 이웃 분쟁 등 문제가 없는지를 점검한 뒤 최종 계약을 체결하는 절차를 제안했다.
![지난 12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올라온 ‘악성 임차인 방지법을 위한 임차인 면접제도 도입 제안에 관한 청원’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1/23/mk/20251123155403024clay.jpg)
외국 일부 국가에는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자기소개서나 재직증명서, 급여명세서, 보증인 서류 등을 요구하거나 면접·심층 심사를 거치는 문화가 있다. 프랑스에선 세입자가 월세를 제대로 낼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통상 주택 월세의 3배 이상의 월급을 받는다는 것을 증명하는 서류를 내야 한다. 미국은 이전 집주인 추천서를 새 임대인에게 내면서 신용점수와 범죄기록 등을 확인받는 제도를 활용한다.
독일에서는 임차인 면접을 본다. 임차인이 자신의 개인 정보와 재정상태가 담긴 문서를 집주인에게 제출하면 대화를 거쳐 누구를 최종 세입자로 받을지 결정하게 된다. 인기 지역은 경쟁률이 상당히 치열하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임차인이 필수적으로 보증회사 심사와 재직증명서·소득 증빙을 제출할 의무를 지닌다.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단지 내 부동산에 매매 및 전월세 매물 홍보물이 붙어 있다. [한주형 기자]](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1/23/mk/20251123155404334koye.jpg)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는 “최근 전세물량 감소에 ‘3+3+3 계약갱신법’까지 거론되자 임대인들이 세입자를 더욱 가려 받으려 한다”며 “9년이나 한 세입자에게 묶일 수 있는 만큼 ‘잘 골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집을 보러 가겠다고 전화하면 직업, 가족 관계부터 묻는 임대인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전세 거래량은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0월 전세 거래량은 9312건(서울부동산정보광장)으로, 지난해 같은 달 거래량은 11708건으로 전년 대비 20.5%가량 줄었다. 지난 19일 기준 서울 전세 매물도 2만6223건(아실 집계)으로 전년 동기(3만2395건) 대비 19.1% 감소했다.
정부의 정책이 ‘임차인 보호’에 초점이 맞춰진 점도 임대인들이 불만을 갖는 이유로 꼽힌다. 정부는 전세사기를 막기 위해 임대인 정보공개 범위를 넓히는 데 집중하고 있다.
실제 국회에서는 임차인 보호 강화를 위한 임대차보호법 개정 논의가 한창이다.
현행 2년인 계약기간을 3년으로 늘리고 갱신청구권도 두 차례까지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발의됐다. 이른바 ‘3+3+3년제’로 불리는 이 제도는 임차인의 거주 안정성을 대폭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또한 임대인의 납세증명서, 건강보험료 납부확인서 등 정보제공 의무를 확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정부는 이를 통해 임대차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7월 인사청문회에서 “전세사기 근본 원인은 임대인과 임차인 간 정보 불균형에 있다”며 “임대인 및 임대차 물건에 대한 정보 제공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일부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9년 거주 보장은 사실상 임대인 재산권 몰수”, “시장 구조를 무시한 발상” 등의 의견이 올라왔다. 오픈채팅방에서는 ‘반대 의견 제출 캠페인’까지 확산됐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도 반대 입장을 내고 회원 대상 의견을 수렴한 바 있다. 임대차 기간 연장은 공급 위축을 초래할 수 있고 임대인의 사유재산권 침해 우려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임대인들은 세입자에겐 어떠한 정보를 받을 수 없지만, 반대로 자신의 정보는 일방적으로 공개된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한다. 국토교통부는 HUG(주택도시보증공사) 데이터를 활용한 ‘임대인 정보조회 제도’를 통해 임차인이 계약 전 임대인의 전세보증 가입 이력이나 보증 제한 여부, 최근 3년간 대위변제 여부 등을 조회할 수 있도록 한다. 임대인은 임차인 정보를 확인할 제도적 장치가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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