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글로벌 Z세대의 반란

밀짚모자 해적 깃발을 든 전 세계 청년들이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거리에 모였다. 2025년 아시아에서 1997년~2012년 사이에 출생한 Z세대가 주도하는 반정부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이들은 경제적 박탈감을 넘어서 기득권 정치 엘리트의 부패와 특권, 구조적 불평등에 저항하고 있다.
2025년 8월 인도네시아, 국회의원 580여 명이 월 최저임금의 10배에 달하는 주택 수당을 1년 넘게 받아왔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서민들에게 이 소식은 모욕과 조롱으로 다가왔다. 경찰이 시위대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갓 스무 살이 넘은 오토바이 배달 기사가 장갑차에 깔려 숨졌다. 시민들의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했고, 마카사르에서는 시위대가 정부 기관에 불을 질러 여러 명이 사망했다. 시민들의 삶과 완전히 동떨어진 그들만의 세상에 분노한 시민들의 투쟁은 인도네시아 전역을 불태웠다.
네팔 혁명은 정부의 SNS 차단에 대한 반발로 시작되었다. 정부가 하루아침에 소셜미디어(SNS) 26개를 차단했는데, 이게 청년들의 분노를 촉발했다. 기폭제는 정치인 자녀들이 SNS에 올린 호화로운 사생활이었다. 정부 청사와 호텔이 불탔고, 총리가 사임했다.
방글라데시에서는 특정 정당에 유리한 공무원 채용 제도에 대한 불만이 대규모 시위로 이어졌다. '몬순 혁명'이라 불린 운동으로 77세의 독재자 셰이크 하시나가 인도로 망명했고, 시위 주도 세력은 새로운 헌법을 약속하는'국민시민당'을 창당해 차기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스리랑카에서는 청년 투표가 좌파 성향의 아누라 쿠마라 디사나야케를 대통령 당선으로 이끌었다.
분노의 물결은 아시아를 넘어, 아프리카와 아메리카로 퍼져 나갔다. 마다가스카르에서는 잦은 단수와 정전이 시위의 도화선이었다. 국민 75%가 빈곤층인 이 나라에서는 전기와 물을 쓰게 해 달라는 생존 요구를 내걸고 시민들이 거리로 나섰다. 3주간의 격렬한 시위 결과 대통령이 프랑스 군용기를 타고 도망쳤다. 8년간 대통령이 일곱 번이나 바뀐 페루에서도 정치 불안과 부패, 치안 문제에 시달리던 청년들이 거리에 몰려나왔다. 시위 도중 유명 래퍼가 숨지면서 투쟁이 격화되기도 했다.
전 세계의 시위는 단순한 반항이 아니라 구조적 모순과 한계에 대한 청년 세대 전체의 저항이다. 세계은행과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네팔의 20.8%, 방글라데시 30%, 인도네시아 16%, 스리랑카의 22% 청년층이 실업자다. 이들 나라 모두 청년 비율은 높은데, 안정된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하며, 정치권은 세습과 특권으로 유지되고 있다.
이 격앙과 분노의 원인에는 무엇이 있을까? 투쟁의 공통된 배경에는 극심한 경제적 고통과 거대한 불평등이 있다. Z세대는 역사상 고등 교육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은 세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일자리와 풍요, 계층 상승의 기회가 충분히 제공되지 않고 있다. Z세대는 빈곤을 조장하는 부조리한 현실에 더 이상 침묵하지 않는다. 앞으로도 전 세계 Z세대의 반란은 멈추지 않을 것 같다.
그런데 유독 침묵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Z세대는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한국 청년층의 고용 지표는 악화 일로에 있다. 지난 9월 청년층 고용률은 45.1%로 전년 동월 대비 0.7%P 하락했다. 전년 동월 대비 17개월 연속 하락세로,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9년 이후 약 16년 만에 최장 기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의 반발과 투쟁의 움직임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정녕, 대한민국에서는 장기간에 걸쳐 견고하게 구축된 기득권 체제가 더 단단해지고, 새로운 세상의 문은 열리지 않을 것인가.
/홍동윤 인천인재평생교육진흥원 비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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