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로빈후드는 언제쯤… 美·日에 또 뒤처지는 韓

김남석 2025. 11. 23.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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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후드 로고. 로이터연합


미국의 핀테크 플랫폼 로빈후드가 주식뿐 아니라 디지털자산 거래를 이미 지원하고 있고, 일본도 디지털자산을 금융상품으로 규정해 제도권 안으로 가져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금가분리 원칙’을 유지하고 이마저도 제대로된 규제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투자자 보호를 강화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지난해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업계 전반을 아우르는 2단계 입법은 연내 논의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한국의 여전한 ‘그림자 규제’가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패권 경쟁에서 뒤처지고 투자자의 편의성과 보호, 산업 발전을 모두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본 금융청은 디지털자산에 금융상품거래법을 적용해 금융상품으로 규정하는 방침을 확정했다. 은행이나 보험사가 자회사 등을 통해 디지털자산을 판매하는 것도 허용하기로 했다.

현재 일본은 디지털자산 거래소를 금융청 등록제로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중요 관리 시스템을 제공하는 업체에 대해서 신고제를 신규 도입하고, 디지털자산 거래 세금도 주식 거래와 동일한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한다.

일본이 디지털자산을 사실상 기존의 금융상품과 동일한 선상에 놓으면서 적용되는 규제는 늘어나지만, 산업의 투명성이 확대되고 기존 금융과의 연계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미국도 지난해 디지털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허용하며 기관 투자자 등 금융권의 대규모 자금을 디지털자산 시장으로 이동시킨 바 있다. 이로 인해 일부 디지털자산의 가격이 급등했지만 변동성 완화와 투자 편의성, 투명성 등이 확보되며 시장을 한 단계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 역시 올해 디지털자산 규제에 대한 관심이 급격하게 높아졌다. 비트코인이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고, 이더리움과 엑스알피, 솔라나 등 ETF의 기초자산이 된 코인들도 가격이 동반 상승하자 투자자들이 먼저 명확한 규제를 요구했다. 최근 국내 한 설문조사에서 디지털자산 투자를 고려하는 가장 큰 요소로 정책 변화가 꼽히기도 했다.

특히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디지털 통화 패권 경쟁이 본격화됐고, 이례적으로 디지털자산이 대선 주요 공약에 포함되기도 했다.

지니어스액트 등 디지털자산 관련 법안들이 미국 국회를 통과하거나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디지털자산에 대한 규제 명확성이 확립되고, 그동안 업계를 짓눌렀던 불확실성이 사라졌다는 평가에 또 한번 디지털자산 가격이 급등하기도 했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정책 요인에 디지털자산 시장이 긍정적으로 반응해 왔다”며 “ETF와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지니어스 액트 등이 그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글로벌 매크로 환경이 급변하며 시장이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시장 구조 관련 법안인 클래리티 액트가 이르면 내년 초 통과가 가능해 보이고, 클래리티 액트가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여전히 국내 규제안은 요원한 상황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업권 규제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금융위원회의 정부안은 여전히 발의조차 되지 않았다.

여당과 야당 모두 관련 법안을 발의하고 연내 통과를 자신한다고 밝힌 것과 달리 논의의 기본이 되는 정부안이 늦어지면서 연내 통과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미국이 ETF를 허용하고, 디지털규제 명확성 확립을 공언할 때부터 국내 업계의 기대감도 커졌다”며 “하지만 이후 홍콩과 일본, 유럽이 발빠르게 대처한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말뿐인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국내 거래소와 발행, 스테이블코인 외 금융산업과 디지털자산을 분리한 현재 규정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임병화 성균관대 핀테크융합전공 교수는 최근 세미나에서 “주요국들은 금융사와 디지털자산 기업 간 전략적 제휴를 통해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며 “(정책을 마련할 때) 전통 금융과 디지털, 온체인을 아우르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그는 미국의 로빈후드와 크라켄의 토큰화 주식 거래, 나스닥의 주식 토큰화 신청, JP모건과 골드만삭스의 가상자산 거래소 협력 확대 등을 대표적인 예시로 꼽았다. 주식거래 지원 플랫폼 로빈후드는 이미 수년 전부터 주식과 디지털자산 거래를 함께 제공하고 있다. 특히 지난 2분기 기준 디지털자산 거래량과 중개 수익이 전년 대비 급증하며 디지털자산이 회사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자리잡기도 했다.

국내 증권사와 금융업계는 ‘한국판 로빈후드’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증권사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 디지털자산 거래를 추가하는 것만으로도 제도권 편입과 거래 편의성, 투명성을 모두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금융과 디지털자산을 분리한 ‘금가 분리 원칙’을 적용하고 있어 증권사의 디지털자산 거래소 진입이나 디지털자산 거래소의 전통금융시장 진출이 상호 막혀 있다.

한서희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디지털자산 투자 인구는 1600만명에 달할 만큼 환경이 달라졌지만 한국은 금융업자가 디지털자산 산업을 부수적으로 할 수 없는 구조”라며 “파생상품 거래를 막으며 시장 성숙도가 저해되는 점도 문제”라고 짚었다.

김남석 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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