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초점] 대구시 권한대행 체제는 지역 현안 물꼬에 전화위복?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사퇴로 대구시 행정이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된 지도 6개월이 넘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 이후 치러진 대선에서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자, TK신공항 건설 등 대구의 핵심 현안이 교착상태에 빠졌다. 이런 가운데 김정기 권한대행의 폭넓은 인적네트워크가 가동되면서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있다는 평가다.
11월 한 달간 이재명 대통령, 김민석 국무총리,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경수 지방시대위원장 등 현 정부와 여당 인사가 대거 대구를 방문한 것에 대해 지역사회에서는 이례적인 현상으로 해석하고 있다. 새 정부와 여당 핵심인사에게서 지역을 위한 지원을 이끌어 낸 것이 대행체제에서의 유의미한 성과로 풀이되는 것이다.
표면적으로 민주당이 무주공산이 된 대구시장 자리에 사상 처음으로 민주당 깃발을 꽂기 위해 민심을 잡기 위한 포석이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김정기 권한대행의 균형 잡힌 시정 운영이 한몫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대구시는 그동안 국민의힘이 집권하면서 민주당과의 연결고리가 약했다. 예산정책협의회는 국민의힘 대구시당하고만 이뤄졌다. 그렇다보니 진보정권으로 교체될 때마다 예산 확보에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김 대행은 지난 4월부터 꾸준히 여야를 가리지 않았고, 중앙부처도 수시로 방문하면서 지역 현안 해결에 힘써오고 있다. 김 대행의 결단으로 11년 만에 민주당 대구시당과 예산정책협의회를 다시 시작했다. 물론, 국민의힘과의 소통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대구시는 그동안 쓰던 '대구경북(TK)신공항'이라는 명칭을 "군 공항은 정부 소관"이라는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의 주장에 발맞춰 '대구·경북 민·군통합공항'이라고 바꿔 부르고 있다. 주요 정치인, 중앙부처 고위 관계자를 만나며 TK 민군통합공항 건설사업 추진에 대한 어려움을 설명하면서 정부 차원의 지원을 요청했다.
김 대행의 이 같은 노력이 이재명 대통령, 김민석 총리, 정청래 대표 등의 대구 방문이라는 결실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 대통령은 대구 타운홀미팅에서 공항 건설사업을 언급하며 정부 지원방안 마련 검토를 언급했다. 정 대표 역시 대구 현안 해결과 예산 확보에 대신 앞장서겠다고 약속했다.
'대구 출신'인 김 대행이 이 같은 행보를 펼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공직자로서 걸어온 이력에서 찾을 수 있다. 김 대행은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 비서실 정책실장실 행정관(2004~2006년)을 거치면서 민주당 인사들과 연을 맺었다. 이와 함께 행정안전부에서 조직진단과장(2014~2016년), 조직기획과장(2016~2019년), 조직정책관 및 조직국장 등 '조직통'으로 활동하면서 여야는 물론 중앙부처 인사들과 인적 네트워크가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이 때 형성된 인적 네트워크를 지금 십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대구시의 한 국장급 관계자는 "조기대선, 새 정부 출범 등 격동의 시간 속에서 '권한대행 체제로 지역의 거대 현안 사업을 잘 진행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많았다. 홍 전 시장의 경우 어려운 사업을 정치로 풀어냈기 때문"이라며 "정권이 바뀐 탓에 홍 전 시장이라도 어려웠을 것이다. 이를 고려하면 김 대행의 행보로 인해 오히려 새 정부, 집권 여당과 소통 창구가 열려 막막하기만 했던 현안 사업 추진에 희망이 생겼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앙부처의 변화된 움직임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타운홀미팅 후 기획재정부와 국방부, 대구시가 참석하는 공항 관련 실무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공자기금 확정 등 구체적인 논의가 없었지만, 비상계엄 이후 중단되다시피 했던 공항 관련 논의가 다시 재개된 점은 큰 의미가 있다.
여기에 내년부터 중앙부처와 대구시 공무원 교류 강화를 위해 '세종사무소'의 역할 및 기능을 강화해 정보 수집 및 보고체계 신속화 등을 꾀할 방침이다. 이는 중앙부처와의 교류 강화를 요구한 주호영 의원의 주장에 대한 화답이자, 중앙부처 공직자의 노하우를 대구시 공무원에게 전수하기 위함이다.
허소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위원장은 "민주당 대구시당과 대구시는 권한대행 체제에서 당정 예산정책협의회를 두 차례 진행하는 등 적극적으로 소통해왔다"며 "김정기 대행이 직업공무원으로서 적절한 태도를 유지한 채 대구시장의 공백을 메우면서 시정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헌호 기자 shh24@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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