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의 얼굴’ 그린 의원 자진사퇴…트럼프는 건재해도, 흔들리는 마가의 미래

정유진 기자 2025. 11. 23.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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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저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공화·조지아)이 지난해 3월9일 조지아주 로마에서 열린 선거 유세 행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당시 2024년 공화당 대선 후보)과 함께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이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와 어긋난다고 비판했다가 ‘배신자’로 낙인찍힌 마저리 테일러 그린 미 하원의원(공화·조지아)이 오는 1월5일 의원직에서 전격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3선 하원의원인 그는 21일(현지시간) 밝힌 사퇴의 변에서 “내 사랑스러운 지역구가 나를 적대하는 상처 많고 증오에 찬 경선을 치러야 하는 상황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나는 ‘매 맞는 아내’가 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 의원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후 트럼프 지지자들의 협박 메시지가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더 큰 위협을 당하기 전 스스로 물러나겠다는 뜻이다. 그린 의원의 임기는 2027년 1월까지다.

그린 의원은 “나는 트럼프와 공화당을 권력의 자리에 앉히기 위해 누구보다 치열하게 투쟁하고, 수백만달러의 사비를 썼다”며 “이런 내가 버려질 수 있다면, 다른 많은 미국인도 버려지거나 대체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의 사퇴 소식에 “이 나라에 정말 좋은 소식”이라며 “그는 지지율이 급락하자 ‘사퇴’라 부르는 걸 하기로 결정했다”고 조롱했다.

그린 의원은 의회 내 마가 핵심 세력이자, 대표적인 트럼프 충성파로 불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2021년 1·6 의회 폭동 사건으로 궁지에 몰렸을 때도 부정선거 음모론을 지지하며 ‘트럼프가 이겼다’는 문구가 적힌 마스크를 쓰고 다닐 정도였다. 그러나 그는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 문제에 지나치게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면서 ‘미국 우선주의’에 어긋난다고 비판해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미성년자 성착취범인 고 제프리 엡스타인 문건 공개를 막아선 안 된다고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그린 의원은 그의 주도로 엡스타인 문건 공개 법안이 상·하원에서 공화당의 압도적 몰표로 통과된 후 승리의 기쁨을 만끽해야 하는 순간에 갑작스레 사퇴 선언을 했다.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공화당 장악력 약화 조짐이 나타나는 상황에서 그린 의원이 공화당 내 반트럼프 세력의 중심으로 존재감을 키울 수도 있었지만, 결국 사퇴를 선택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인디애나주 공화당 의원들은 최근 공화당에 유리하게 선거구를 재조정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을 거부했다. 존 슌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관세 수입으로 모든 미국인에게 2000달러씩 나눠주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을 일축하고 “그건 적자를 줄이는 데 써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액시오스는 “공화당 의원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저항하는 습관을 들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하원의원 사퇴 선언을 하고 있는 마저리 테일러 그린 의원. 영상 캡쳐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전면전을 선포하는 듯했던 그린 의원이 결국 리즈 체니 전 하원의원 등 앞선 공화당 내 반트럼프 세력과 마찬가지로 당을 떠나기로 한 것은, 그러한 기대가 아직은 헛된 희망에 불과함을 보여준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누굴 지지하느냐가 내년 중간선거에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는 한,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공화당 내에서 강력한 두려움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다만 뉴욕타임스(NYT)는 그린 의원의 자진 사퇴가 트럼프 대통령의 건재함을 증명했을지는 몰라도, 이는 동시에 마가의 한계를 보여준 것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마가 핵심 인사인 그린 의원이 사실상 축출된 날,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주의자’인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 당선인을 환대하며 반갑게 끌어안았다. 폴리티코는 이를 두고 “마가 운동이 이념보다는 (트럼프 개인의) 정체성에 의해 정의되어 왔다는 점을 가장 생생하게 보여준 것”이라면서 “트럼프 이후 (마가 운동) 연합을 이끌어야 하는 사람에게는 상당한 도전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NYT도 마가는 모든 것을 하나로 묶어줄 정책이나 철학이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포스트 트럼프 시대’의 공화당을 상상하기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 맘다니와 트럼프, 뜻밖의 브로맨스…“고수는 고수를 알아본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511231215001

워싱턴 | 정유진 특파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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