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아닌 AI가 ‘바보상자’…대학가 덮친 ‘생각의 위기’ [사이언스라운지]
썼던 글 내용조차 기억못해
![[사진=픽사베이]](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1/23/mk/20251123125702708baeb.png)
최근 한국 대학가는 ‘AI 커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챗GPT 같은 생성형 AI를 켜두고 시험을 치르는 부정행위 의혹이 서울 주요 명문대에서 연이어 터져 나왔다. “정직하게 시험 보면 바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하지만 AI에 답안지를 맡기는 사이, 우리의 뇌는 조용히 작동을 멈추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이 같은 혼란상에 “30대 이상은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 우리는 챗GPT가 나오기 전에 이미 대학을 졸업했지 않나”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생성형 AI가 등장한 지 3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이미 전 세계에는 AI 광풍이 불고 있다. 생성형 AI에 대한 의존도는 하늘을 찌를 기세다. 특히 대학가는 광풍을 넘어 혼란 그 자체다. 리포트는 기본이고 복잡한 코딩, 정보 분석까지 AI가 순식간에 해내다 보니 학생들은 AI에 사실상 모든 것을 위임하고 있다. 이미 전 세계 대학생의 86%가 학업에 AI를 정기적으로 사용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1년 전만 해도 ‘어떻게 쓰나’를 고민했다면 이젠 ‘AI 없인 공부 못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는 최근 ‘대학들은 AI를 받아들이고 있다: 학생들은 더 똑똑해질 것인가, 아니면 생각을 멈출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이 같은 대학가의 AI 패러독스를 집중 조명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AI(LLM)의 도움을 받아 글을 쓴 학생들은 스스로 생각해서 쓴 학생들보다 뇌의 연결성이 현저히 낮게 나타났다. 뇌의 여러 영역이 정보를 주고받으며 소통하는 활동이 거의 개점휴업 상태였던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이 학생들이 자신이 AI와 함께 쓴 글의 내용을 거의 기억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코스미나 박사는 “전 세계 교사들로부터 ‘학생들이 AI를 쓰면서 교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절박한 심정의 이메일을 4000통이나 받았다”고 토로했다.
이는 중국 칭화대 연구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칭화대의 왕슈아이궈 교수가 AI 튜터(과외교사)를 쓴 학생들의 성적을 분석했더니 수업 직후 본 시험에선 점수가 높았지만 2~3주 뒤에는 오히려 AI를 쓰지 않은 학생들보다 성적이 떨어졌다. 왕 교수는 이를 두고 “학생들이 AI의 도움으로 정답을 맞히며 ‘이해했다’는 거짓 감각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하버드대의 그렉 케스틴 박사 연구팀이 개발한 ‘AI 물리 튜터’가 대표적이다. 이 AI는 학생들에게 절대 정답을 바로 알려주지 않는다. 대신 학생이 막히는 부분을 파악하고, “이 현상을 설명할 다른 개념은 없을까?”라며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 스스로 생각하도록 유도했다.
이 적극적 학습 방식을 적용한 AI에게 배운 학생들은, 인간 교사에게 배운 학생들보다 성적이 더 높게 나왔다. 단순히 답을 찾는 지름길이 아니라, 생각하는 과정을 돕는 가이드가 될 때 AI의 잠재력이 폭발한다는 것이 입증된 셈이다.
대학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는 모든 학생에게 ‘AI 활용 능력’ 교육을 의무화했고, 중국 칭화대는 여러 AI 모델을 결합해 학생들의 질문에 답하는 자체 시스템을 구축했다.
평가 방식도 바뀌고 있다. 호주 시드니대는 흥미로운 이중 평가 시스템을 도입했다. 하나는 대면실기시험과 구술시험 등 AI 사용이 원천 금지된 보안 평가이다. 다른 하나는 리포트 등 과제물인데, 여기서는 오히려 AI 사용을 허용한다. AI를 활용해 과제를 하더라도, 결국 보안 평가에서 자신의 실력을 증명해야 하므로 학생들이 AI를 답안지가 아닌 학습 도구로 쓰도록 유도하는 전략이다.
뇌파 분석은 과학자들이 인간의 복잡한 정신 활동을 엿보는 강력한 창이다. 최근 뇌파 연구는 교육뿐 아니라 생명의 가장 경이로운 순간을 포착하는 데도 쓰였다. 2022년 미국 미시간대 연구팀은 생명유지장치를 제거한 혼수상태 환자들의 뇌파를 측정했다.
놀랍게도 환자들은 심장이 멈춘 직후에도 몇 초간 의식이 활발할 때 나타나는 감마파를 폭발적으로 뿜어냈다. 이는 죽음의 문턱에서 겪는 임사체험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가는 경험)의 과학적 증거로 해석됐다. 뇌가 산소 부족이라는 위기 상황에서 마지막 생존 모드를 켠 것이라는 분석이다.
공교롭게도 뇌의 마지막 순간을 밝혔던 뇌파 기술이 이제는 AI에 의존해 ‘생각을 멈춘’ 뇌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네이처는 “대학이 AI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면 학생들의 지적 능력을 저해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다. 이제 교육의 초점은 지식을 암기하는 것에서, AI가 내놓은 답을 비판하고 판단하며 AI와 협력하는 능력으로 옮겨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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