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1400년 금녀’ 스모 경기장 대신 남아공 G20 행사장으로

홍석재 기자 2025. 11. 23.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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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금녀의 땅'으로 존재해온 스모 경기장인 '도효'에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첫 출입 허용 여부와 관련한 승부가 싱겁게 결정됐다.

다카이치 총리가 23일 일본 프로스모인 '오즈모'의 올해 마지막 대회의 결승전에 참석하지 못하는 것으로 결론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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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각 2인자 “적절한 대응 검토” 발언 뒤
국제행사 구실 ‘차별적 관습’ 못 끝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AP 연합뉴스

일본에서 ‘금녀의 땅’으로 존재해온 스모 경기장인 ‘도효’에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첫 출입 허용 여부와 관련한 승부가 싱겁게 결정됐다.

다카이치 총리가 23일 일본 프로스모인 ‘오즈모’의 올해 마지막 대회의 결승전에 참석하지 못하는 것으로 결론 났다. 그는 이날부터 이틀간 남아프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하루 전 공항을 통해 출국하면서 스모대회 참석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한국 씨름처럼 모래판에서 상대를 밀어내거나 쓰러뜨리는 전통스포츠 스모는 한해 6차례 치러지는 공식대회 ‘혼바쇼’를 치르는데, 마지막 혼바쇼인 ‘규슈대회’의 결승전이 23일 후코오카에서 열린다. 대회 마지막 날을 일컫는 ‘센슈라쿠’에서 최종전 뒤 우승자에게는 ‘총리배’(총리대신 트로피)가 주어지는데, 다카이치 총리가 직접 상을 수여할지에 관심이 쏠려 있었다.

하지만 스모는 경기장인 도효를 ‘신이 깃든다는 장소’라고 여겨 이제껏 여성 출입을 금하는 차별적 관습이 존재한다. 이 때문에 일본 첫 여성 총리인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 ‘센슈라쿠’에 수백년 해묵은 관습을 깨고, 도효에 올라가 또 다른 ‘유리 천장’을 깰지 주목받았다. 하지만 일본 닛칸스포츠는 하루 전 “규슈대회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총리대신 트로피는 다카이치 총리 대신에 이노우에 다카히로 총리 보좌관이 수여할 예정”이라며 “다카이치 총리는 22일 개막하는 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하네다 공항을 통해 전용기로 21일 행사지로 출발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총리 관저 쪽은 규슈대회 최종일 하루 전 일본스모협회에 이오우에 보좌관의 총리 대리 참석을 통보했다.

일본 정부로서는 다카이치 총리의 주요 20개국 일정 덕분에 고민거리를 하나 해결한 셈이 됐다. 일본 국기이자 1400년 역사를 가진 스모가 그동안 일부 비난을 무릅쓰고 ‘여성의 도효 출입 금지’를 지켜왔는데 다카이치 총리가 이를 깰 경우, 스모협회뿐 아니라 정부 입장에서도 보수 지지층으로부터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있었다. 반면 시상을 피했을 경우, 오랜 관습이라고 해도 총리가 명백한 차별 행위를 모른 체하고 넘어가려 한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일본 스모는 ‘여성의 도효 출입 금지’ 관례와 관련해 지난 2018년 도효 위에서 축사하던 한 정치인이 쓰러지자 긴급처치를 위해 도효로 올라간 여성 간호사에게 “여성은 도효에서 내려가 달라”고 방송을 하는 일이 있었다. 지난 1990년 일본 첫 여성 관방장관인 모리야마 마유미 위원이 당시 가이후 도시키 총리를 대신해 우승트로피를 전달하려 했지만 스모협회가 이를 거부했고, 오사카부·효고현 지사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도효 위에서 인사하는 것조차 거부당하기도 했다.

앞서 일본 정부 2인자인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은 “다카이치 총리는 일본 스모문화에 대해 전통문화를 소중히 한다는 뜻을 갖고 있으며, 이런 점을 고려해 정부가 적절한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런 결말을 예고한 바 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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