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없이' 앱으로 불면증 치료…"패러다임이 변했습니다"[인터뷰]

송연주 기자 2025. 11. 23.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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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불면증 디지털치료기기 '슬립큐' 허가
디지털 인지행동치료, 부작용·내성·의존 없어
"대면 치료의 80~90% 구현…급여 적용 해야"
[서울=뉴시스] 이준희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뉴시스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2025.11.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송연주 기자 = "불면증, 약물 없이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준희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최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불면증을 호소하며 내원하는 환자는 많아졌는데, 새로운 치료 방법을 아직 모르는 환자가 많아 안타깝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준희 교수가 언급한 치료방법은 '인지행동치료' 원리를 기반으로 한 모바일 디지털 치료기기다. 지난 2023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불면증 디지털 치료기기 '슬립큐'(SleepQ)를 혁신의료기기로 허가했다. 한독과 웰트가 협업하는 슬립큐는 6주 프로그램을 통해 사용자의 수면 습관과 행동 패턴을 분석하고, 인지 교정 훈련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환자는 자신의 수면 패턴을 이해하고 불면증 증상을 개선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배우게 된다.

예를 들어, 병·의원에서 슬립큐를 처방받은 불면증 환자는 스마트폰에 앱 설치 후 6주간 앱을 통해 관리받게 된다. 앱은 매일 알람을 통해 환자가 수면시간을 기록하게 한다. 환자는 잠들기까지 걸린 시간·도중에 깬 시간, 취침·수면시간, 수면의 질 등에 대한 정보를 입력한다. 이 기록을 통해 슬립큐는 '오늘은 몇시에 자고 몇시에 일어나세요'라고 추천하게 된다. 앱의 '오늘의 치료 프로그램'은 환자가 수행할 프로그램을 제시해주며, '수면 탐구' 카드를 선택해 불면증 인지행동치료 프로그램(CBT-I)을 학습할 수 있다. 앱이 제시하는 수면 교정 행동 과제를 따라하면서 환자는 불면증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고 수면 위생을 교정하게 된다.

실제 임상시험 결과, 7주시점에서 수면 효율이 기저치 대비 15% 향상되는 효과가 나타나, 디지털 인지행동치료가 대면 치료와 유사한 수준의 임상적 효과를 낼 수 있음을 입증했다.

이 교수는 "처음엔 스트레스 등의 불면증 이유가 있었겠지만 증상이 오래 지속되면서 나중엔 이유 없이도 잠을 못 자게 된다. 불면증 자체가 습관이 된 것"이라며 "만성 불면증에 이르게 한 나쁜 습관과 불면증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교정해주는 게 인지행동치료"라고 설명했다.

3개월 이상·주3회 이상 지속 '만성 불면장애'…병·의원 찾아야

불면증은 단순히 잠들기 어려운 '입면장애' 뿐 아니라, 잠든 후 자주 깨는 '수면 유지장애', 원하는 시간보다 일찍 깨는 '조기 각성'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환자 수는 최근 5년간 32%나 증가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불면증 환자 수는 89만명이다. 의료적 개입이 필요한 만성질환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3개월 이상, 주 3회 이상 지속되는 불면 증상은 '만성 불면장애'로 분류된다. 이렇게 장기화된 불면은 스트레스·우울·불안 같은 정신건강 문제를 동반하며, 자율신경계 과활성으로 인한 악순환을 일으킨다. 전문의 진단과 인지행동치료(CBT-i) 등 체계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이 교수는 "특정 사건이나 충격으로 생긴 급성 불면증의 경우 일이 해결되면 증상도 나아질 수 있어 꼭 치료가 필요하진 않지만, 만성은 다르다"며 "지금 자고 싶은데 못 자겠는 경우, 일단 잠은 잤는데 중간에 계속 깨는 경우, 잠도 잘 잤고 중간에 깨지도 않았지만 너무 일찍 깨는 경우 등 3가지가 불면증 증상으로 분류된다. 이로 인해 일상에 지장 있다면 치료가 필요한 단계이므로 병·의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불면증 치료 중 약물치료는 단기적인 수면 유도에 효과적이지만, 장기 복용 시 내성·의존성·인지기능 저하 위험이 있어 권장 기간이 짧다.

반면 인지행동치료(CBT-i)는 잘못된 수면 습관과 인지를 교정하는 근본적 치료로, 대한수면학회·미국수면학회(AASM)·유럽수면학회(ESRS) 등 세계 주요 학회에서 만성 불면증의 1차 치료법으로 권고하는 치료법이다. 이 중에서도 대면 인지행동치료는 4~6회 이상의 교육 세션이 요구되고 높은 비용, 낮은 수가, 숙련된 전문가 부족 등 요인으로 실제 임상 현장에서의 적용이 제한적이다. 이런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게 '디지털 인지행동치료'다.

이 교수는 "디지털 인지행동치료가 대면 진료의 80~90% 이상을 구현한다고 생각한다"며 "대면진료는 평일에만 가능한데 디지털은 제한 없이 편할 때 모바일 보며 치료할 수 있다는 건 오히려 더 좋다. 비용 역시 대면 치료의 절반가량"이라고 말했다.

"약 부작용·내성·의존성 없어…장기적으로 약물보다 좋을 것"

이준희 교수는 디지털 인지행동치료가 약물 부작용, 내성, 의존성, 치매 위험 증가 등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을 강점으로 꼽았다.

그는 "환자들은 보통 약물을 처방받기 위해 내원하지만 실상 수면제를 선호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약물 부작용에 대한 부담과 장기 복용 시 내성, 의존성, 치매 위험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약물 복용을 선호하지 않는 환자, 이미 복용하곤 있지만 중단하려하거나 다른 방법을 병행하려는 환자에게 디지털 인지행동치료를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지행동치료 자체가 환자 스스로 연습하고 몸에 익히는 것이라, 건강한 습관을 내 몸에 익히면 보통 효과가 1~2년 간다"며 "수십년간 불면증 치료를 받은 한 60대 남성은 약을 줄여야겠단 의지가 강했다. 그 환자에 슬립큐를 처방했더니 6주 프로그램을 빠뜨리지 않고 매일 임했고, 수면 효율이 6주 후 90%까지 올라갔다. 약물 치료 당시에는 50~60%밖에 안됐다. 수면 개선 의지가 강한 환자는 높은 효과를 본다"고 말했다.

환자 스스로 기록하고 노력하는 만큼 효과를 내는 치료법이므로, 프로그램이 제시하는 방법을 열심히 수행할 것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부작용, 내성, 중독성 없이 열심히 하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어 장기적으로 약물보다 낫다고 생각한다"며 "약물은 끊으면 효과도 중단될 수 있지만 인지행동치료는 한번 개선하면 장기적으로 효과 있어 장점이다. 디지털 치료기기 도입으로 치료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성 불면증 환자에 슬립큐 건강보험 적용해야"

그는 환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건강보험 적용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 교수는 "비급여로 처방(6주 프로그램)시 약 20만원 선인데 대면 진료보단 저렴하지만 가격 장벽을 느끼는 환자가 있다. 실비 보험마저 적용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만성적인 불면증이 있는 환자는 누구든 부담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급여를 적용해야 한다"며 "수면제를 복용하지 않고도 불면증 치료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사회는 더 건강해질 것이다. 효능에 대한 데이터가 쌓이면 건강보험도 적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ongy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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