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1억 기간도 똑같은데, 수령액 2배 적어”…‘희망퇴직’ 김부장의 한숨[언제까지 직장인]

류영상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ifyouare@mk.co.kr) 2025. 11. 23.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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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씨앗’ 성공에 ‘기금형’ 도입 논의 본격화
“젊은층, 퇴직연금 수익률 내가 직접 올린다”
경기가 바짝 얼어붙으면서 고용 불안을 느끼는 직장인들의 모습을 도처에서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어찌하든 자신의 주된 커리어를 접는 시기는 누구에게나 다가오게 마련입니다. 갑자기 다가온 퇴직은 소득 단절뿐 아니라 삶의 정체성 마저 집어삼킬 수 있어 대책 마련이 절실합니다. 지금 이 순간, 어떻게 준비 하느냐에 따라 ‘인생 2막’의 무게와 행복감은 확연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직장에 다닐 때는 부(富)의 확대에 치중했다면 은퇴 후에는 ‘현금흐름’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매주 연재하는 ‘언제까지 직장인’에서는 연금테크(연금+재테크)에 대해 알아 보겠습니다.

요즘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가 세간의 화제 입니다. 김부장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회사에 헌신했고, 승진을 위해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갑자기 회사를 떠나야 하는 상황에 놓입니다. 이제 기댈 곳은 연금밖에 없는데, 평생 부은 퇴직연금 수익률이 고작 2%밖에 안 된다면…. 퇴사라는 낯선 불안과 경제적 절망감을 경험할 수 밖에 없습니다. 드라마 속 장면에 불과하다고요? 실제 지금 한국 현실에서는 수많은 김 부장이 존재할 수 밖에 없는 구조적 취약성을 갖고 있습니다.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JTBC]
우리나라 퇴직연금 10년 연평균 수익률이 고작 2.34%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비교적 투자를 공격적으로 하는 확정기여형(DC) 수익률도 2.52%에 불과했습니다. 이는 미국 401(k)의 연평균 수익률(8.07%)과 비교하면 너무나 초라한 성적표입니다.

단순 평균수익률 적용 시 한국에 사는 김부장은 10년이 지난 뒤 1억2800만원(DC형 기준) 정도 수령에 그치지만, 미국 근로자는 2억1720만원을 탈 수 있습니다. 같은 돈과 투자기간에도 미국은 원금의 두 배 이상을 벌었으나 한국은 30%의 수익도 내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여기에 그동안의 물가 상승률 등을 반영하면 사실상 제로 수익률인 셈입니다.

퇴직연금제도 도입 이후 10년간 적립금이 431조원 규모로 양적 성장을 이뤘음에도 낮은 수익률과 가입률 탓에 국민연금에 이은 2층 노후 보장 장치의 역할을 못 한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습니다.

원리금보장형 투자는 수익률을 저하시키는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힙니다. 원리금보장형을 디폴트옵션에 편입한 것에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퇴직연금 자산의 80% 이상이 여전히 원리금보장형에 머물러 있고 디폴트옵션 내에서도 원리금보장형 상품의 비중이 큰 현실을 생각하면 이 비판이 전혀 근거 없는 주장만은 아닌 듯 합니다.

[연합뉴스]
지난 10년(2015∼2024년) 평균 수익률 2.34%는 같은 기간 평균임금 상승률 3.47%에도 미치지 못하며 국민연금 평균 수익률 6.56%와 비교하면 격차는 더 큽니다.

2022년 7월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이 도입됐으나 가입자가 직접 신청(Opt-in)해야 하고 시장에 300여개 상품이 난립해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입니다.

이에 최근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본격 가동돼 초라한 수익률에 묶인 ‘잠자는 퇴직연금’을 깨우기 위한 ‘기금형’ 도입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어 기대해 볼 만 합니다.

현재 국회에는 운용 주체를 달리하는 3가지 방식의 ‘기금형 도입’ 법안이 제출돼 있는데요.

기금형은 독립된 ‘수탁법인(기금)’이 자금을 모아 국민연금처럼 전문적으로 운용하는 방식입니다.

이미 성공 사례도 존재합니다.

2022년 9월, 30인 미만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도입된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푸른씨앗)’은 근로복지공단 운용하에 지난 3년간 연평균 6% 이상의 안정적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기금형 도입 속도…문제는 기금운용 주체
현재 연금특위에서 논의될 핵심 쟁점은 ‘누가 기금을 운용할 것인가’인데요, 3가지 안이 올라와 있습니다.

첫째는 한정애 의원이 최초 2018년부터 낸 법안인 ‘대기업 자율형’ 입니다. 가입자 3만명 또는 적립금 3000억원 이상인 대기업이 노동부 허가를 받아 직접 ‘비영리 수탁법인’을 세워 노사가 자율운용 하는 방식입니다.

이와 관련 한정애 의원실은 “이 법안은 푸른씨앗을 현행 30인에서 100인 사업장까지 확대하고, 100인 이상 사업장은 노사자율로 하되 국민연금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주된 내용”이라며 “퇴직금 체불문제로 시작해서 지금은 노후소득 보장 차원에서 국정과제로 밀고 있는 부분이다. 노동부의 TF가 곧 종료되면 당정협의로 처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둘째는 안도걸 의원안인 ‘금융사 경쟁형’으로, 중소기업은 기존 ‘푸른씨앗’을 확대 적용하고 이 외 기업들은 금융사들이 설립한 ‘퇴직연금기금전문운용사’ 중 하나를 자유롭게 선택하게 합니다.

셋째는 박홍배 의원안인 ‘공공기관 주도형’으로 고용노동부 산하에 ‘퇴직연금공단’을 신설해 ‘푸른씨앗’을 이관받고 다른 중소기업 기금까지 통합 운용하는 모델입니다.

향후 연금특위는 이 3개 법안을 통합 심사해 최종안을 도출할 계획입니다.

전문가들은 제도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산운용의 전문성’ 확보입니다. 해외 및 대체투자를 포함한 중장기 포트폴리오를 안정적으로 구성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 노사의 대표성을 반영하면서도 전문성을 해치지 않는 효율적인 ‘지배구조’ 구축이 필수적입니다.

퇴직연금은 법정 가입이 의무화된 준 공적연금의 성격을 띠므로, 어떤 운용 주체가 선정되든 국민의 노후자금을 충실하게 관리할 ‘선관의무’를 법제화하고, 감독당국의 철저한 관리 감독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연합뉴스]
복수의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나라 문화에서는 퇴직금이란 ‘한 푼도 잃어서는 안 되는 돈’이라는 인식이 너무 깊다”면서 “조금씩 바뀌고는 있지만 미국과 유럽의 퇴직연금처럼 이 ‘안정’의 의미를 재정의 할 시점”이라고 조언합니다.

일례로 미국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보험사가 약속한 확정이율형 타입 상품의 비중이 퇴직연금 안에서 20%를 넘었습니다. 하지만 2006년 ‘연금보호법’ 이후 목표시점형 펀드(TDF) 가 디폴트옵션으로 자리 잡으면서 보장형 중심에서 시장·수익형으로 중심축이 이동했습니다.

이 결과 올해 상반기 기준 미국에서는 퇴직연금 자산이 100만달러(약 14억6560만원)를 넘는 ‘연금 백만장자’가 60만명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한국은 퇴직연금 자산 중 90%정도가 예·적금 등 원리금 보장 상품에 묶여 있는 실정입니다. 퇴직연금이 사실상 ‘저축 통장’처럼 운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와 함께 제도적으로 투자 유인을 제공하지 못하고 가입자 스스로 위험자산 비중을 높이기 어려운 구조도 한계로 지적됩니다.

퇴직연금 실적배당형·ETF 가입 사례 늘어
최근 젊은 2040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실적배당형이나 ETF 등 보다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는 모습입니다.

일례로 직장인 김모 씨(40대)는 지난해 미국 주식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해 120%를 넘는 수익률을 올렸고, 올해는 조선과 방산 금융관련 국내 테마형 ETF를 통해서도 높은 수익을 거두고 있습니다.

2024년 말 확정기여형(DC형)과 개인형퇴직연금(IRP)를 중심으로 실적배당형 연금계좌 운용 비중이 전년에 비해 53.3% 늘어 주목 됩니다.

퇴직연금 운용 방법별 수익률을 살펴보면 원리금 보장형이 3.67%인데 반해 실적배당형 수익률은 9.96%로, 3배정도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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