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압박 트럼프…"마약 퇴치는 명분, 진짜 목적은 안보 전략 전환"
[편집자주] 트럼프 2기 출범, AI의 발달, 기후변화 등 글로벌 사회의 불확실성이 커졌습니다.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는 매주 일요일 오전, 깊이 있는 시각과 예리한 분석으로 불확실성 커진 세상을 헤쳐나갈 지혜를 전달합니다.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각)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유세진](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1/23/moneytoday/20251123073551845eghw.jpg)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는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략적 의도와 향후 가능한 시나리오를 전망해 봤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공세가 단순한 마약 퇴치 목적이 아니라 미국 본토와 서반구 중심의 안보 전략 전환과 직결됐다고 판단한다. 실제로 베네수엘라는 코카인의 주요 생산지가 아니며 미국으로 향하는 마약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낮다. 항공모함, 잠수함, 구축함 등 전략자산까지 동원해 베네수엘라를 포위하는 것은 과도한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새롭게 작성 중인 미국의 '국방전략(National Defense Strategy)'은 기존의 대중국 견제나 러시아 대응에서 미국 본토와 서반구 방어 우선 전략으로 방향을 전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베네수엘라는 미국의 앞마당에 위치한 국가임에도 마두로 정권이 강력한 반미 노선을 추구하고 있다. 또 미국의 경제제재를 제국주의적 압력으로 규정하며 중국·러시아 등과의 연대를 강화해 왔다.

불법 이민 문제도 자국 우선주의를 추구하는 미국에 안보상 위협이다. 반미 성향 국가에서 대규모 이민자가 유입되는 것은 미국 내 안보에 위험 요소가 된다는 인식이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적성국 국민법'을 활용해 불법 체류 중인 베네수엘라 출신 카르텔 조직원 추방을 추진했다. 약 35만 명에 달하는 베네수엘라 국적자들의 임시보호지위(TPS)도 철회했다. 결국 베네수엘라 정권 교체를 통해 정치·경제적 안정을 회복해야 불법 이민 문제도 해결이 가능하다는 전략적 판단이 군사적 압박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베네수엘라의 풍부한 자원도 미국의 이해관계와 맞물린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 원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과거 미국 석유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하기도 했다. 그러나 차베스 정부의 국유화 조치 이후 추방됐고 대신 중국·러시아 자본이 들어오면서 정치와 경제적 연대 구조가 형성됐다. 최근엔 전자기기 필수 소재인 희토류가 대량 매장된 것으로 알려졌고 중국이 확보 경쟁에 적극 나서면서 미국의 경계심이 더욱 높아졌다는 평가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마약과의 전쟁은 군사력 동원을 위한 명분에 불과하다"며 "마가(MAGA) 진영에게 중국은 일자리를 빼앗는 존재지만 베네수엘라는 미국 안보에 직접적 위협을 가하는 세력이라는 점에서 마두로 정권이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타깃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도 "마약 조직을 상대하기 위해 항공모함을 투입한다는 것 자체가 전통적 안보 개념을 넘어선 조치"라며 "이는 트럼프 정부의 안보 전략이 본토 중심으로 재편됐음을 보여주고, 패권 경쟁보다는 마약과의 전쟁이나 이민자 차단을 '실질적 안보'로 인식하는 변화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실제 지상군 투입 가능성을 낮게 본다. 우선 실제 투입시 미국의 피해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베네수엘라는 정규군 12만 명, 민병대 포함 수백만 명의 병력 동원이 가능하다. 또 산악·정글·도심이 뒤섞인 복잡한 지형도 지상군 작전에 불리하다. 무엇보다 지상군 투입은 명분도 부족하다. 미국의 침략 전쟁으로 여겨질 수 있다. 전쟁 반대 여론과 마가 진영의 반발까지 더해지면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위기에 몰릴 수도 있다.
따라서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제한적 정밀 공습이다. 베네수엘라의 방공망과 군사시설을 타격해 정권 기능을 약화시키고 동시에 야당 세력과 연대해 정권 교체를 도모하는 방식이다. 야당 지도자는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로 국민적 신망이 높다는 점 역시 미국의 계산에 포함된다. 다만 민간인 피해가 발생한다면 국제사회 비난이 커지면서 정권 교체 시도가 무산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카라카스=AP/뉴시스] 16일(현지 시간) 베네수엘라 카라카스 도심의 건물 외벽에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이미지가 그려져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두로 좌파 독재 정권을 겨냥한 중앙정보국(CIA)의 살상 포함 ‘비밀공작'을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CIA는 단독, 혹은 미군과 공동 작전으로 마두로 정권을 향한 다양한 공작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 2025.10.17. /사진=민경찬](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1/23/moneytoday/20251123073552437iswk.jpg)
반 교수는 "지상군 투입은 결국 철수 문제가 발생하고 전쟁에 발목이 잡힌다는 점에서 트럼프가 꺼릴 수밖에 없다"며 "첨단 해·공군 전력을 활용한 정밀 타격을 통해 마두로 정권의 항복을 압박하는 방식이 가장 가능성 높은 옵션"이라고 전망했다.
김동규 시사문예지 파도 편집장은 "지상군 투입은 어렵겠지만 미국은 마약 카르텔 소탕 등을 명분으로 군사 행동의 정당성을 만들어가고 있다"며 "정밀 공습이나 특수 작전을 통해 마두로 정권을 축출하고 노벨평화상을 받은 야당 지도자를 지원해 민주적인 정부를 구성한다면 국제사회 지지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맞닥뜨린 국내 정치적 위기도 협상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그는 지방선거 패배에 이어 엡스타인 관련 스캔들까지 불거지며 지지층 내부와 공화당 내에서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인플레이션과 중국과의 관세 전쟁 여파로 지지율까지 하락세를 보이는 상황이다. 이런 조건에서 해외 군사 개입은 정치적 부담을 키울 수 있다. 협상을 통한 외교적 성과가 불리한 국면을 전환하는 카드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양 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특성상 늘 협상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적당한 명분을 내세우면서 병력을 철수하고 협상 국면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 교수는 "마두로 축출을 통해 불법 이민, 마약 문제 등 핵심 사안들이 동시에 해결될지가 관건"이라며 "예상과 달리 성과가 미흡하거나 중남미 국가들이 반미 전선으로 결집할 경우 역풍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트럼프 정부도 군사 개입과 협상 사이에서 치열하게 저울질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성근 전문위원 김상희 기자 ksh1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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