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논의한 종전 “28개 조항” 뜯어보니… 핵심은 영토·나토관계·전쟁책임

21·22조는 영토 문제를 다루면서 크림반도와 루한스크·도네츠크 전역을 “사실상 러시아 영토”로 인정하도록 규정한다. 남부 헤르손·자포리자 지역은 현재 전선(접촉선)을 기준으로 동결하고, 이 선을 기준으로 한 사실상의 경계를 국제적으로 받아들이자는 취지다.
특히 우크라이나가 현재 통제하는 도네츠크 일부 지역에 대해서는 우크라이나군 철수를 요구하고, 이 지역을 비무장 완충지대로 만들되 국제적으로는 러시아 영토로 간주하도록 명시했다. 러시아군은 이 완충지대에 직접 주둔하지 않는 대신, 우크라이나가 무력으로 현상 변경을 시도할 경우 이후 안보 보장이 모두 무효가 되도록 조건을 달았다.

미국은 보장 조항에서 “우크라이나에 강력한 안보 보장을 제공한다”고 적으면서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로 진격하거나 모스크바·상트페테르부르크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이 보장을 철회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반대로 러시아가 다시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에는 군사적 대응과 함께 제재 복원, 새로 인정한 영토 지위도 취소한다는 내용이 뒤따른다.
표면적으로는 “양측 모두를 제어하는 상호 억지장치”처럼 포장돼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우크라이나를 영구적인 비동맹·제한 군사력 국가, 즉 러시아와 나토 사이의 ‘완충국’으로 고정시키는 설계라는 지적이 우크라이나와 유럽에서 동시에 나온다. EU 외교·안보 분야 고위 인사들은 “우크라이나가 나토 집단방위 체계 밖에 묶여 있는 한, 러시아의 다음 침공을 막아줄 제도적 방파제가 없다”며 우려를 표했다.
셋째 축은 전쟁 책임·제재·동결자산을 한데 묶은 정치·경제 패키지다. 초안 13·14조는 러시아를 다시 국제 금융·무역 시스템에 편입하는 로드맵을 제시한다. 단계별 제재 해제, 미국·러시아 간 장기 경제협력 협정 체결, 러시아의 주요 8개국(G8) 복귀 등이 포함돼 있다. 동결된 러시아 자산 중 1000억달러(약 147조)는 미국 주도의 우크라이나 재건펀드에 투입하고, 미국이 그 이익의 절반을 가져가며 유럽은 1000억달러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구조다. 나머지 동결 자산은 미·러 공동투자기구에 넣어 에너지·희토류·북극 자원 등에서 합작사업을 추진하도록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유럽 주요 정상, JD 밴스 미 부통령과 잇따라 통화한 뒤 “우리는 미국 및 모든 파트너와 함께 차분하게 일할 준비가 돼 있다”며 “우크라이나가 평화를 원하지 않는다는 구실을 적에게 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미국안 자체에 대해서는 지지를 밝히지 않은 채, “우크라이나인의 존엄성과 자유가 박탈되지 않는 길을 찾겠다”고 말했다.
반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날 국가안보회의에서 미국안이 “최종 합의의 기반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하며 지지를 표했다. 푸틴의 측근이자 이번 평화안 설계에 관여한 키릴 드미트리예프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 대표는 21일 엑스(X)에서 “전쟁광들의 선전 때문에 트럼프의 평화안이 우크라이나를 더 큰 영토·인명 손실에서 구하려는 계획이라는 사실을 많은 이들이 보지 못하고 있다”며, 반대 세력은 “끝없는 전쟁에서 이득을 취하며 ‘황금 변기’를 바랄 뿐”이라고 비꼬았다.
임성균 기자 imsu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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