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기·이크핫 3부작 묵묵히 잘 쓴 르세라핌…"도쿄돔 입성, 팀 복원력 보여준 순간"
대중음악 전문가 5人 분석
"잘하는 일·잘해야 하는 일에 충실"
"꿋꿋이 넓혀온 음악 스펙트럼"
"위기 속에 성장하는 입체적 캐릭터"
"日서 따라하고 싶은 퍼포먼스의 대표적 그룹"
![[서울=뉴시스] 르세라핌. (사진 = 쏘스뮤직 제공) 2025.11.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1/22/newsis/20251122131721207tcbp.jpg)
[도쿄=뉴시스]이재훈 기자 = K-팝 신에서 과거의 두려움을 극복하고 스스로 자아를 강화하는 서사화에 가장 어울리는 그룹이 '르세라핌(LE SSERAFIM)' 외 누가 있느냐고 묻는다면, 말문이 턱 막힌다.
자신들이 겪은 어려움의 근원을 외부에서 찾아 이를 비관하기 보다, 이를 어두운 터널 속 자신으로 치환해 팬덤 '피어나'와 연대해 마침내 빛을 보고 또 다른 꽃으로 피어나기까지 인내하기. 이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데뷔 3년6개월 만에 일본 콘서트업계 성지인 도쿄돔에 입성해 이틀 간 8만명을 끌어모은 르세라핌을 보면서 든 확신이다.
5인 그룹 르세라핌은 태생부터 두려움에 직면한 그룹이다. 애너그램(문자의 배열을 바꾸어 새로운 단어나 문장을 만드는 놀이)으로 빚어낸 팀 이름의 속뜻 '아임 피어리스(IM FEARLESS)'부터 그렇다.
그런데 초창기에 이런 콘셉트가 다소 인위적인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부에서 나왔다. 이들의 탄생 조건이 두려움과 거리가 먼, 당당함이 주가 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기 때문이었다. 본래 6인조였다가 탈퇴한 멤버가 데뷔부터 구설에 휘말리며 쉽지 않은 신고식도 치른 르세라핌은 글로벌 슈퍼그룹 '방탄소년단'(BTS) 소속사가 하이브라는 이름으로 변경한 뒤 처음 선보이는 걸그룹이었다. 이를 이유로 하이브 레이블 쏘스뮤직에 속한 멤버들은 단기간에 역량·매력을 확인 받아야만 하는 수많은 상황에 직면했다.
![[도쿄=뉴시스] 르세라핌 '2025 르세라핌 투어 '이지 크레이지 핫(EASY CRAZY HOT)' 앙코르 인 도쿄 돔' 김채원. (사진 = 쏘스뮤직 제공) 2025.11.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1/22/newsis/20251122131721365bnof.jpg)
르세라핌의 곡절(曲節)엔 또한 만만치 않은 멤버들의 곡절(曲折)이 녹아들어갔다. 일본 걸그룹 'HKT48'로 데뷔해 'AKB48' 사단 활동을 함께한 뒤 한일 프로젝트 걸그룹 '아이즈원' 멤버로 재데뷔했고 또 르세라핌으로 세 번째 데뷔를 한 사쿠라, 울림 엔터테인먼트 출신으로 아이즈원을 거쳐 쏘스뮤직에 합류한 뒤 르세라핌 리더로 재데뷔한 김채원, 아이즈원이 결성된 엠넷 걸그룹 오디션 '프로듀스 48'에서 최종 멤버로 뽑히지 못하고 미국에서 대학 입학 준비를 하며 가수의 꿈을 한 때 접기까지 한 허윤진, 네덜란드에서 유학하며 발레리나를 꿈꿔 K팝 업계 시스템이 낯설기만 했던 일본인 멤버 카즈하, 짧은 연습생 기간에도 마지막에 팀에 합류한 홍은채까지. 다섯 멤버는 각각의 배경에서 오는 오해와 편견과 부담을 뚫고 여기까지 왔다.
그 과정에서 "내 흉짐도 나의 일부라면"('피어리스') "무시 마 내가 걸어온 커리어"('안티프래자일') "힘없이 늘 져야만 했던 싸움"('언포기븐') 이른바 '독기 3부작'은 필연적이었다.
이후 르세라핌은 이 독기를 결기로 바꿔나간다. "다친대도 길을 걸어 키스 미(kiss me)"('이지'), "몰라, 육하원칙 따윈 제길, 난 그런 재질"('크레이지') "내가 나로 살 수 있다면 / 재가 된대도 난 좋아"('핫') 이른바 '이크핫'(이지·크레이지·핫) 3부작에선 독을 빼고 자신을 긍정하는 기개를 보여줬다. 특히 이들 무대에선 "당신들이 틀렸다"고 말하는 대신 "당신들이 전적으로 옳지는 않을 것"이라며 '연대의 가능성'을 던져줬다. 단호할 수 있는 메시지에 세련된 장르 문법을 도용해 숨 쉴 수 있는 화법을 부여한 건, 산전수전을 겪어 독함으로 무장했지만 그 만큼 여유도 갖춘 멤버들이 주축이 된 덕분이다.
![[도쿄=뉴시스] 르세라핌 '2025 르세라핌 투어 '이지 크레이지 핫(EASY CRAZY HOT)' 앙코르 인 도쿄 돔' 사쿠라. (사진 = 쏘스뮤직 제공) 2025.11.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1/22/newsis/20251122131721537gnms.jpg)
여기에 최근 발매한 첫 번째 싱글 '스파게티(SPAGHETTI)'는 묘수가 됐다. 르세라핌의 위트와 재기발랄함을 증명하며 화제가 된 타이틀곡 '스파게티(SPAGHETTI)(feat. j-hope of BTS)'의 휘감기는 무대는 르세라핌과 K-팝 세계관의 넓이였다.
특히 르세라핌의 '스파게티' 무대가 유혹적인 이유는 감각적이고 자극적인 장면을 나열해서가 아니다. 명쾌한 동시에 직관적이기 때문이다. 왜 이 노래가 좋고 어떻게 좋은지를 무대 자체로 설명한다. 미학적으로는 완전하지만 메시적으로는 다소 불투명한 K-팝을 유희적으로 빨리 전환시킨 멤버들의 매력이 돋보였다.
'스파게티'에 함께 실린 팬송 '펄리즈(Pearlies)(My oyster is the world)'는 자기 긍정 혹은 자족의 방점이다. 이 곡은 데뷔 앨범 수록곡 '더 월드 이즈 마이 오이스터(The World Is My Oyster)'와 연결됐다. 진주를 쟁취하겠다는 각오만 다지는 게 아닌, 고통을 이겨내고 성장하면서 만들어가는 가치 자체가 진주라는 믿음을 내세운다. 진주를 만드는 동안 자신들을 지켜준 팬들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앞으로는 자신들이 그들을 지켜주겠다는 다짐이다. 이제 진주가 밖으로 나온다. 르세라핌은 도쿄돔 입성이 정점이 아닌 새 챕터의 시작이라고 했다.
![[도쿄=뉴시스] 르세라핌 '2025 르세라핌 투어 '이지 크레이지 핫(EASY CRAZY HOT)' 앙코르 인 도쿄 돔' 카즈하. (사진 = 쏘스뮤직 제공) 2025.11.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1/22/newsis/20251122131721732rruq.jpg)
장준환 대중음악 평론가는 르세라핌에 대해 "완성형을 추구하는 일반 K-팝과는 달리 끊임없이 시련에 부딪히며 헤쳐 나가는 서사를 강조했고, 이는 노력과 성장을 중시하는 일본 아이돌 시장의 선호도와 맞물려 그룹만의 고유한 경쟁력을 확립하는 결정적 요인이 됐다"고 봤다.
르세라핌은 내년 1월31일~2월1일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르세라핌 투어 '이지 크레이지 핫' 앙코르 인 서울(LE SSERAFIM TOUR 'EASY CRAZY HOT' ENCORE IN SEOUL)'을 열고 이번 투어의 결정판을 선보인다. 한국을 시작으로 일본, 아시아, 북미 등 19개 도시에서 총 29회 공연을 펼친 투어의 피날레다.
![[도쿄=뉴시스] 르세라핌 '2025 르세라핌 투어 '이지 크레이지 핫(EASY CRAZY HOT)' 앙코르 인 도쿄 돔' 홍은채. (사진 = 쏘스뮤직 제공) 2025.11.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1/22/newsis/20251122131721891kytq.jpg)
김성환 대중음악 평론가(한국대중음악상(한대음) 선정위원)
이들의 기존 한국 앨범 타이틀곡들로 대표되는 세련되고 쿨한 퍼포먼스와 국제적 지향의 악곡도 일본 팬들이 좋아하지만, 동시에 일본 전용 발매 싱글을 통해 이마세(imase), 호시노 겐(Hoshino Gen), 아도(Ado) 등 현지 아티스트들의 참여곡들을 비사이드로 포함시키면서 최근 일본 전용 싱글 타이틀곡 까지 J-팝 팬들의 취향도 함께 공략하는 전략을 지속한 덕도 크다.
![[도쿄=뉴시스] 르세라핌 '2025 르세라핌 투어 '이지 크레이지 핫(EASY CRAZY HOT)' 앙코르 인 도쿄 돔' 허윤진. (사진 = 쏘스뮤직 제공) 2025.11.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1/22/newsis/20251122131722052mjip.jpg)
르세라핌은 어떤 의미에서 데뷔 이전, 그리고 데뷔 이후 현재까지 꾸준히 흥미로운 '서사'를 가진 걸그룹이었다. 데뷔 이전에는 데뷔 멤버들 개개인이 가진 서사(사쿠라의 일본 아이돌 경력-김채원의 아이즈원 경력-허윤진의 프로듀스48 경력과 긴 연습생 생활의 포기 후 다시 받은 기회-발레리나에서 케이팝 가수로 진로를 전환한 카즈하 등)가 팀을 주목하게 한 주 요인이었으며, 홍보도 그 방향을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어찌보면 완전한 미데뷔 연습생들을 위주로 팀을 구성한 게 아니었기에, 이 팀의 이미지를 빨리 각인시키기 위해서 그룹 전담 퍼포먼스 디렉터까지 배치하면서 강렬한 퍼포먼스가 중심이 된 팀으로 디렉팅과 콘셉트가 구축됐다고 할 수 있다.
![[도쿄=뉴시스] 르세라핌 '2025 르세라핌 투어 '이지 크레이지 핫(EASY CRAZY HOT)' 앙코르 인 도쿄 돔' 현장. (사진 = 쏘스뮤직 제공) 2025.11.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1/22/newsis/20251122131722246esro.jpg)
대중음악 평론가 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 교수(한대음 선정위원)
장준환 대중음악 평론가(한대음 선정위원)
조혜림 콘텐츠 기획자(한대음 선정위원)
'한류 전문가' 황선혜 일본 조사이국제대 미디어학부 교수(전(前) 한국콘텐츠진흥원 일본센터장)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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