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무너진 '신세계 유니버스'…예정된 수순이었다
계열사 간 연계·고객 우선 서비스 부재
쿠팡·네이버 성공사례 고민해 봐야

[주간유통]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편집자]
유행 지난 유니버스
2010년대 극장가는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시대였습니다. 아이언맨에서부터 캡틴 아메리카, 토르, 헐크, 스파이더맨까지 각기 다른 주인공을 앞세운 영화들이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며 '어벤저스'로 모이는 이 장대한 현대 서사시는 전세계 영화 팬들을 흥분하게 만들었죠. MCU의 대성공으로 한동안 영화나 만화 등에서 여러 작품을 하나의 스토리로 모으는 '유니버스화'가 인기를 끌기도 했습니다.
키덜트 문화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이를 그냥 두고볼 리 없죠. 앞서 '일렉트로마트'의 캐릭터로 히어로 '일렉트로맨'을 내세웠던 신세계는 2023년 계열사들의 멤버십 혜택을 하나로 모은 통합 유니버스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을 론칭합니다. 신세계의 여러 서비스를 하나로 합쳐 식품·유통판 '어벤저스'를 만들겠다는 계획이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은 이미 신세계 유니버스에서 살아가고 있다. 한해 스타벅스에서 팔리고 있는 커피는 4억잔에 달한다. 이마트와 백화점에서 연간 발행되는 영수증 건수는 3억4000만건 이상이다". 2023년 6월 강희석 전 이마트 사장이 신세계그룹의 멤버십 서비스 '신세계 유니버스'를 공개하며 한 말입니다.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스타벅스, G마켓 등 국내 대표 브랜드를 다수 보유한 신세계그룹의 자신감이었습니다.
그리고 약 2년 반이 지난 지금, 신세계그룹은 결국 '백기'를 들었습니다. 조짐은 있었습니다. 각 계열사들이 제공하던 '유니버스 클럽 혜택'이 줄어들기 시작한 겁니다. G마켓이 제공하던 5000원 할인 쿠폰은 4000원 쿠폰으로 변동됐습니다. 매달 4장이 제공되던 백화점 멤버스바 음료 쿠폰은 아예 폐지됐습니다. 면세점에서 제공하던 1만원권 적립 혜택도 5000원권 2장으로 바뀌었죠. 얼핏 보면 동일한 혜택처럼 보이지만 결제 시 1장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명백한 혜택 감소였습니다.
혜택이 더 많을 때도 모이지 않던 소비자가, 혜택을 줄이는 데도 남을 리 만무하겠죠. 신세계그룹 측은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의 가입자 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100만명 안팎일 것으로 추정합니다. G마켓의 유료 멤버십 '스마일클럽' 가입자가 이미 2020년 300만명에 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망스러운 숫자입니다.
왜 망했나
사실 서비스 공개 때부터 업계에서는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고 있었습니다. 이미 쿠팡이나 네이버 등이 유료 멤버십 시장을 어느 정도 평정한 상태에서 후발 주자임에도 눈에 띄는 '킥'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이 내놓은 가장 큰 혜택은 '할인 쿠폰'과 '가입비 페이백'이었습니다. 연 3만원의 회비를 내면 곧바로 3만원의 리워드를 주고, 백화점·마트 등에서 5~12% 할인 쿠폰을 매달 제공했습니다. 신세계 측은 "모든 서비스를 이용하면 연 200만원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강조했죠.
얼핏 보면 꽤 좋은 혜택 같지만 뜯어보면 사실 별 게 없었습니다. 할인 쿠폰은 기존에도 각 계열사가 제공하던 것을 통합해 놓은 수준이었습니다. 세상에 없던 무언가를 준다기보다는, 기존에 제공하던 혜택을 좀 더 알기 쉽게 모아서 제공한다는 정도의 의미였죠.
가입비 페이백 역시 묘수가 되진 못했습니다. 가입비를 포인트로 돌려주면 일회성 매출을 발생시키는 장점이 있지만 '유료 서비스'의 정체성도 함께 흐려지는 문제가 생깁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돈을 낸 만큼 이용해서 본전을 찾겠다'가 아니라 '돌려받은 포인트만 쓰면 이후에 이용하지 않아도 손해는 보지 않는다'는 정도의 인식을 갖게 되는 거죠.

'통합' 멤버십에 걸맞지 않는 불편함도 많았습니다. 쿠팡 로켓 와우나 네이버 멤버십의 경우 일단 로그인만 돼 있으면 어떤 서비스를 이용하든 이후에 거칠 과정이 없습니다. 할인이든 혜택이든 알아서 적용됩니다. 이 편리함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반면 유니버스 클럽의 경우 각 계열사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며 '할인 받기가 몹시 귀찮은' 멤버십이 됐습니다.
예를 하나 들어 볼까요. 이마트에서 5% 할인 쿠폰을 사용하려면 계산할 때 이마트 앱을 연 뒤(이마트몰 앱을 열면 안 됩니다!) 할인 쿠폰을 다운받고 직원에게 바코드를 보여 줘야 합니다. 이미 이마트 아이디와 연동돼 있는 '이마트 신용카드'를 사용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쿠팡이었다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할인이 적용돼 있었을 겁니다.
다른 문제들도 있었습니다. 명색이 신세계그룹의 통합 멤버십인데 스타필드, 이마트24, 신세계푸드 등의 계열사들은 끝내 멤버십에 편입되지 않았습니다. 계열사니 당연히 할인이 적용될 거라 생각했다가 난처했던 소비자가 적지 않을 겁니다. 론칭 당시 밝혔던 대한항공 마일리지, KT 포인트 적립 등의 외부 협업도 공수표가 됐습니다. 생각했던 판을 다 펼치지도 못한 셈입니다.
리부트 해야죠
신세계그룹이 통합 멤버십 서비스의 구축을 포기하지는 않을 겁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유니버스 클럽 서비스 종료가 계열 분리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기도 합니다. 정용진 회장의 이마트 계열사와 정유경 회장의 백화점 계열사가 각자 통합 멤버십을 구축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겁니다. 가능성은 있습니다. 물론 합류하는 계열사 종류와 숫자만 바뀌고 지금같은 서비스를 또 내놓는다면 '필패'입니다.
그럼 어떤 서비스를 내놔야 할까요. 지금 국내 유료 멤버십 중 가장 성공한 사례는 쿠팡의 로켓와우입니다. 가입자가 1000만명을 웃돕니다. 그 중심엔 '로켓배송'이 있습니다. 쿠팡 이용자들의 논리는 단순합니다. 로켓배송이 월 7890원의 가치가 있는지만 봅니다. 쿠팡이츠나 쿠팡플레이 등은 그 후에 따라오는 '플러스 알파'입니다.

OTT 서비스들도 좋은 예가 될 겁니다. 100만개의 영화, 300만 편의 드라마가 있다고 해서 그 모든 작품을 보기 위해 OTT에 가입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넷플릭스를 지금의 자리에 올린 건 '기묘한 이야기'였습니다. 국내에서 고전하던 디즈니플러스는 '무빙' 하나를 보기 위해 몰린 사람들로 반등했습니다. 쇼핑 서비스도 마찬가지입니다. 할인쿠폰 3%, 5%, 7%, 10%로 나눠 여러 장 주는 것보다 20% 쿠폰 한 장에 더 끌리는 게 소비자입니다.
앞서 MCU 이야기로 [주간유통]의 문을 열었습니다. 2010년대 극장가를 장악했던 MCU는 최근 들어 영향력을 완전히 잃었죠. 아이언맨 등 인기 캐릭터의 퇴장, 몰입되지 않는 새로운 캐릭터의 등장, 중구난방 섞여 이해하기 어려운 멀티버스 스토리 등이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유료 멤버십도 비슷합니다. 인기 있는 서비스는 없애거나 줄이고 필요하지 않은 잡다한 쿠폰만 잔뜩 주는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은 소비자는 없습니다. 인기 있는 혜택을 내놓고, 내가 받을 수 있는 혜택을 깔끔하게 정리해 주면 그것만으로도 소비자는 모입니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른 '멤버십' 서비스들도 고민해 봐야 할 부분입니다.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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