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가 빨리 늙는다”…임신 중 산모가 받은 ‘이 영향’ 때문?

지해미 2025. 11. 22.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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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스트레스, 아이 유치 맹출 시기 앞당긴다…코르티솔 높을수록 생후 6개월 치아 수 증가
임신 후기 산모의 스트레스 수준이 아이의 젖니 나는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임신 후기 산모의 스트레스 수준이 높을수록 아이의 젖니(유치) 나는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아이의 전반적인 발달과 건강에 대한 경고 신호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어린이는 위·아래 각각 10개씩 총 20개의 유치가 난다. 유치는 음식을 씹고 말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이후 32개의 영구치가 날 수 있도록 공간을 확보하는 역할도 한다. 유치는 임신 약 6주 무렵부터 발달하기 시작해, 보통 생후 6개월에서 3년 사이에 순차적으로 나온다. 하지만 맹출 시기는 개인차가 크다. 유전적 요인뿐만 아니라 아이의 전반적인 건강과 영양 상태, 환경적 요인 등 다양한 변수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는 이러한 변수에 더해 '임신 중 산모의 스트레스'가 유치 맹출 시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혔다.

미국 로체스터대 연구팀은 2017년에서 2022년 사이 로체스터대 병원을 통해 모집한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환경의 임산부 142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진은 이들이 임신 후반기에 제공한 타액 샘플을 토대로 코르티솔, 에스트라디올, 프로게스테론, 테스토스테론, 트리요오드티로닌(T3), 티록신(T4) 등 6가지 호르몬 농도를 측정했다.

출생 후 아이들은 생후 1·2·4·6·12·18·24개월 시점에 치과 검진을 통해 유치 맹출 상태를 평가받았다. 연구에 참여한 산모의 53%는 일을 하고 있었고, 60%는 고등학교 졸업 이하의 학력을 가지고 있었다. 76%가 해당 자녀 전 출산 이력이 있었고, 41%가 6개월 시점에 모유수유를 지속하고 있었다. 아이들 중 52%가 아프리카계 미국인이었다.

코르티솔 높은 산모 아이, 생후 6개월에 유치 개수 평균 4개 더 많아

생후 6개월에는 15%의 아이가 1~6개, 생후 12개월에는 97.5% 아이가 1~12개의 유치를 가지고 있었다. 18개월에는 모든 아이가 최소 3개 이상의 젖니가 났으며, 24개월에는 25% 아이에서 20개 유치가 모두 난 상태였다.

맹출 패턴도 차이를 보였다. 2.7%의 아이가 생후 12~18개월 사이 유치가 폭발적으로(spurt) 났고, 나머지 아이들은 점진적인 맹출 패턴을 보였다. 하지만 점진적인 패턴을 보인 아이들도 초기 치아 개수만으로 이후 맹출 속도를 예측하기는 어려웠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산모의 코르티솔 농도였다. 타액에 코르티솔 수치가 높았던 산모의 아이일수록 생후 6개월 시점에 맹출된 치아 개수가 더 많았다. 특히, 코르티솔 수치가 가장 높았던 산모의 아이들은 수치가 가장 낮았던 산모의 자녀들에 비해 이 시기 유치가 평균 4개 더 나 있었다.

연구 교신저자인 로체스터대 간호대 잉 멩 박사는 "임신 후기 산모의 높은 코르티솔 수치는 태아 성장과 칼슘·비타민 D 수치 조절을 비롯한 미네랄 대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이들 영양소는 치아와 뼈의 무기질화(뼈와 치아가 단단해지는 과정)에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코르티솔은 뼈를 만드는 조골세포와 뼈 조직을 흡수(파괴)하는 파골세포의 활동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였다.

조기 맹출, 아이 건강의 '경고등' 가능성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출산 전 산모의 스트레스가 자녀의 생물학적 노화를 앞당긴다"는 기존 가설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해석했다. 멩 교수는 "유치가 또래보다 지나치게 빨리 나는 현상은 단순한 구강 문제를 넘어, 사회경제적 취약 요인이나 임신 중 스트레스가 아이의 구강 발달과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알려주는 경고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호르몬들도 영향…코트티솔보다 연관성은 약해

연구팀은 스트레스 호르몬 외에도 몇 가지 연관성을 확인했다. 먼저 성호르몬 에스트라디올과 테스토스테론 농도가 높을수록 생후 12개월 시점 유치 개수가 많았다. 프로게스테론과 테스토스테론 농도는 생후 24개월 시점의 유치 개수와 약하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갑상선 호르몬 트리요오드티로닌(T3) 수치는 18개월 및 24개월 유치 개수와 연관성이 관찰됐다.

연구진은 "성호르몬과 갑상선 호르몬은 태아의 성장과 출생 체중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들 호르몬 수치가 높으면 아이의 치아 맹출이 빨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의할 점은 유치가 빨리 난다고 해서 반드시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점이다. 연구진 또한 "어떤 호르몬이 치아 맹출 시기를 변화시키는지, 빠른 치아 맹출이 실제로 생물학적 노화나 발달, 전반적인 건강과 어떤 관계를 갖는지 등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Frontiers in Oral Health》에 'Prenatal maternal salivary hormones and timing of tooth eruption in early childhood: a prospective birth cohort study'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자주 묻는 질문]

Q1. 유치가 빨리 나면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뜻인가요?

아닙니다. 유치 맹출 시기는 개인차가 크며 조기 맹출만으로 질병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번 연구는 임신 중 스트레스가 아이의 초기 발달 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 주며, 일부 상황에서는 '발달 변화의 신호'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합니다.

Q2. 임신 중 스트레스가 왜 치아 맹출과 관련이 있나요?

코르티솔은 태아의 칼슘·비타민 D 대사, 뼈와 치아의 무기질화 과정, 골모세포·파골세포 활성 등 성장 관련 경로에 영향을 미칩니다. 임신 후기 코르티솔 농도가 높으면 이러한 과정이 빨라지면서 치아 맹출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해석입니다.

Q3. 아이의 유치가 또래보다 빨리 나면 병원에 가야 하나요?

보통은 특별한 치료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치아가 매우 빠르게 몇 개씩 갑자기 나는 패턴(스퍼트), 치아 색·형태 이상, 먹기·말하기 불편이 함께 나타난다면 소아치과 진료를 권장합니다. 정기적인 치과 검진은 조기 이상 징후를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지해미 기자 (pcraemi@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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